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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감하는 자의 것

4부 가을 04

by 싱싱샘

토요일 수업을 모두 마치면 6시 40분. 주차장에서 차를 가지고 올라오면 50분쯤 될 거다. 두어 주 전부터 해가 짧아지는 것을 느꼈는데 어제는 뚜렷한 저녁 풍경이었다. 나는 가을에 태어났고 성정상 쓸쓸한 그런 날을 좋아한다. 기다리는 줄 모르고 기다리다 깨닫는다. 하늘은 끝없이 높고 기온은 나날이 내려가며 혼자 있을수록 좋은 가을날들. 파랑과 우울을 다 가진 말, 블루는 한동안 나의 단어였다. 캄캄하지는 않지만 시시각각 어두워지는 때, 나는 집으로 돌아간다. 돌아갈 곳이 정해져 있는 삶. 우리 저녁으로 뭐 먹을까 하는 작고 사소한, 시시하기까지 한 고민을 하는 그 시간이 좋다. 토요일도 꽉 채워 수업을 했고 - 첫 수업 10시, 얘들아 보고 싶었어, 잘 지냈어, 다들 한 주 동안 무슨 일 있었어, 로 시작된 날을 마감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길게 더웠던 여름과 추운 겨울 사이 나의 계절이 왔다는 걸 실감한다. 해지는 저녁의 아름다움, 짧은 계절의 아름다움은 매일 실감하는 자의 것이다. 나는 토요일 저녁 7시 운전을 하며 그 아름다움을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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