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가을 05
향기 나는 것들을 좋아한다. 그런데 크게 향을 가리지는 않는 것 같다. 플로럴은 플로럴대로, 우디는 우디대로, 시트러스는 시트러스대로 그때그때 즐긴다. 부드러운 거품으로 손 씻는 걸 좋아하는데 지속가능성을 생각하면 너무 비싼 제품은 망설이게 된다. 우리 세대가 그렇다. 그래서 핸드워시 정도는 적절한 가격대의 괜찮은 향으로 구입해둔다.
수능 사십 일 전이다. 딸의 방은 여전히 비어 있다. 나는 서서히 엄마의 자리에서 독립할 계획이었다. 아픈 몸도 돌봐야 했고 그래도 가끔은 딸과 같이 놀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러다 재수를 하게 됐다. 유학도 고민하긴 했지만, 긴 상의 끝에 딸은 기숙학원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아이 방은 한 달에 스물여섯 날 비어 있다가 사나흘 채워진다. 그리웠던 향기로.
아침마다 커피를 마신다. 딸 방 정리는 매일 하지 않아도 되니까 청소하는 날 편백수를 뿌린다. 편백향이 공기 중에 채워졌다 사락 흩어진다. 내가 자주 쓰는 향수를 그 방에 가져다 놓았다. 외출하기 전에 들러 뿌린다. 금세 날아가는 샤워 코롱 하나, 그날의 향수 하나, 그렇게 믹스하는 걸 좋아하는데 방은 향기로 가득 차지만 나갈 때쯤엔 잔향만 은은하다. 거기에 아침에 내리고 남은 원두가루를 가져다 둔다.
편백, 향수의 잔향과 커피 냄새. 빈방에 향기를 담아둔다. 내가 딸을 그리워하는 방식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