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는 건축의 도시 콜럼버스에서 벌어지는 두 남녀의 나이를 초월한 교감을 그린 영화입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잔잔한 울림을 주는 영화입니다.
케이시는 이미 고등학교를 졸업한 나이지만, 도서관에서 계약직으로 일하며 불안정한 생활을 했습니다. 친구들은 대학으로 떠나고, 회사로부터 좋은 제안도 받았지만, 떠날 생각이 없습니다. 그것은 과거 마약으로 불안정한 생활을 했던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진은 서울에서 출판일을 하고 있던 중 갑자기 건축학자인 아버지가 쓰러져 콜럼버스로 오게 됩니다. 하지만 아버지와 이렇다할 교감을 하지 못하고 유년시절을 보냈기에, 아버지와 앙금을 가지고 있습니다.
두 남녀는 우연히 서로의 일상이 겹치면서 만나게 됩니다. 고정된 앵글을 고수하던 영화는 이 둘의 첫만남을 통해서 인물을 따라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 둘의 만남을 통해 이들의 내면에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케이시는 건축에 대한 애정을 처음부터 드러내며 진에게 이야기를 시도 합니다. 진의 아버지가 건축학자이기에 진도 건축에 관심을 가졌다고 생각하지만, 진은 익숙한 것에는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말로 응수하죠.
그 후 은행을 방문한 둘 사이에 대화가 오가는데요. 진은 왜 이 건축물에 관심을 가지냐고 물어보고, 케이시가 대답하는데요. 유리를 통해 케이시가 하는 말은 들려주지 않는 대신 표정과 몸짓을 보여줍니다. 환하게 웃으며 설명하는 케이시의 모습을 통해 진의 마음은 서서히 열리게 됩니다.
그리고 건축물에 치유력이 있다는 이야기를 함께 나누게 되죠. 어머니의 마약중독으로 고통스런 시간을 보냈던 케이시가 유일하게 마음을 의지할 수 있었던게 바로 건축물이었던 것이죠. 그 후로 진은 자신의 마음 속에 있던 건축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고 둘 사이에는 더 큰 교감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물론 처음에는 서로의 과거의 아픔을 터 놓고 이야기하는 것에 어려움과 다툼을 겪지만, 그 과정에서 숨기고 있던 과거의 앙금을 조금씩 털어내게 됩니다. 케이시는 어머니를 걱정하는 대신 믿어주는 것을 택하게 되고, 진은 아버지를 돌보고 기다려주는 것으로 과거의 아픔을 대면하고 앞으로 나아갈 발판을 열어주게 됩니다. 케이시가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미소짓는 장면에서 어린 소녀의 모습이 보이는데요. 그 모습이 마치 어린 시절의 케이시를 보는 듯 했습니다. 케이시의 미소와 울림을 주는 음악이 나오는 인상적인 장면이었는데요. 이 장면은 어린시절의 케이시와 어른이 된 케이시가 화해하는 그런 느낌을 주었습니다.
케이시와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아이들이 게임에 열중하는 것이 재미있는 것에 집중을 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오는데요. 마찬가지로 케이시와 진은 자신들이 흥미를 느끼는 건축물에 관심을 가지고 대화를 나누면서 보다 자신에게 집중하고 내면을 열 수 있는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잔잔한 물결 같은 내면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영화였는데요. 영화가 단조로워지지 않았던 것은 이들의 섬세한 감정을 세밀하게 포착한 감독의 시선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콜럼버스라는 도시를 둘러싼 아름다운 건축물의 힘은 무시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평소 접할 수 없었던 아름다운 건축물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거웠던 것 같습니다.
https://youtu.be/xvBTnn4PI9o?si=DKdCB3nyk61pxYL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