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란은 양반 종려와 노비 천영의 긴 세월을 둔 우정과 싸움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 배경으로는 조선시대의 임진왜란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전쟁이후에는 일본인 장수 겐신이 합류해서 삼인의 대결구도를 그리게 됩니다. 하지만 겐신과의 전투는 끝까지 흥미롭게 전개 되지는 않습니다. 겐신이라는 인물자체가 입체적으로 그려지지 않고 동기 역시 평면적이기 때문입니다.
조선시대는 왕과 백성이라는 신분제도를 가진 시대이죠. 마찬가지로 양반인 종려, 노비 천영 또한 넘을 수 없는 신분제도에 귀속됩니다. 애초에 왕과 백성이 동등한 존재가 될수 없는 것처럼, 양반인 종려와 노비 천영도 동등한 존재가 될 수 없는 운명을 타고 났습니다.
하지만 종려는 노비인 천영을 마음을 내주며 동등한 친구로 여겼습니다. 천영이 종려의 시험을 대신치르기 전까지만 해도 둘은 친밀하고 동등한 존재였죠. 하지만 종려의 아버지가 천영의 노비문서를 태워준다는 약속을 어기면서 둘 사이는 멀어지게 됩니다. 종려는 왕을 호위하는 신하가 되고, 천영은 손발이 묶인 노비 신세가 되고 말죠.
그리고 전쟁이 터진 후 종려의 가족들이 노비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되는데. 종려는 천영의 짓이라는 오해를 하고 맙니다. 천영을 믿었더라면 그런 오해는 생길리 없겠지만, 자신이 천영의 노비를 면천 시켜주지 않은 죄책감 때문에 천영이 앙심을 품었다고 속좁게 판단합니다. 전쟁이 터지기 전 종려는 아버지에게 천영의 노비를 면천 시켜주지 않음을 따지게 되지만, 결국 아버지에게 눌려 천영을 풀어주는 것을 포기하고 맙니다. 소심하고 약한 종려의 성정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종려란 인물이 가진 한계라고 생각합니다. 종려는 모든 걸 던지고 천영을 돕기에는 잃을 것이 너무 많았죠. 궁과 백성을 버리고 떠나버린 비겁한 왕 선조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천영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종려에게 검을 가르치고, 시험을 대신치른 것처럼, 강인하고도 신의있게 전쟁의 와중에도 백성의 곁을 지키며 목숨을 건 의병활동을 합니다. 이는 잃을 것이 없고, 곧고 강인한 천영의 성정을 설명합니다. 하지만 전쟁에서 조선을 지켰음에도 천영에게 돌아오는 것은 배신 뿐이였습니다. 이것은 모두 잃을 것이 두려운 권력자들의 욕심과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최고 권력자인 왕의 소심함과 곧지 못한 성정은 천영을 떠올리게 하기도 합니다.
마지막 전투에서 천영은 종려에게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목숨을 내놓을 위험을 감수합니다. 천영은 처음부터 잃을 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종려가 천영에게 사과하는 것은 모든 것을 잃은 후입니다.
두 젊은이의 엇갈린 우정은 조선이라는 거대한 신분제도의 한계 앞에서 멈추고 커다란 비극을 낳고 맙니다. 하지만 종려가 쓰러진 곳에서 천영은 앞으로 나아갑니다. 거대한 신분제도에 계란을 치듯 부딪히면서 영화는 끝을 맺습니다. 그의 새로운 도전은 과연 성공할수 있을까요.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영화는 허구이고, 천영은 허구의 인물이기 때문에 이야기 속에서는 그가 거대한 신분제도를 붕괴시키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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