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독서일기

'단순한 열정'을 읽고

by 멜리에스컬쳐클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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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을 읽었다. 아니 에르노는 자신이 경험하지 않은 이야기는 쓰지 않을 거라 했을 정도로 현실과 소설의 경계에 있는 소설을 쓴다. 아무리 현실을 강조한다 해도, 소설이란 허구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이 경험에서 온 것이라면 보다 진실함이 있는 감정이 스며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작가가 신의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관찰자와 경험자로서 머무를 수 있기 때문이다.


소설은 한 여자가 가정이 있는 한 남자를 사랑하며 그를 기다리는 이야기로 시작된다. 그러다가 남자가 떠나고 떠난 남자를 그리워 하다. 서서히 잊어간다. 남자가 등장하는 것은 이별 후 시간이 한 참 지난 찰나의 순간이다. 그래서 이 사랑에는 그 사랑의 진행중인 이야기보다는 사랑이 없는 순간들이 더 많이 묘사되는 소설이다. 여백과 기다림, 그리움이 이 소설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 안에서 피어나는 사랑의 열정을 이야기 한다. 서술자가 깊숙히 개입하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조금 떨어져서 스스로를 관찰자의 시점에서 바라보려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처음 소설을 읽을 때, 이렇게 불륜이라는 불온한 이야기를 현실의 기반 안에서 다뤄도 되는 걸까. 조금은 불쾌하고 삐닥한 시선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하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소설 속으로 스며들게 되었다. 소설 속에서 도덕적 판단은 이뤄지지 않는다. 소설을 읽으면서 그런 판단은 조금 재쳐 두게 되었다. 감정에 몰두하고, 바라보게 되었다. 불륜을 다룬 소설은 많고, 살인을 다루는 소설들도 있지만, 이 소설이 더 주목받고, 화두가 되는 것은 그것이 작가의 체험을 기반에 두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작가는 자연스레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한 것일 수도 있고, 사람들의 방어기제를 건드려, 화제를 만드는 영리한 작전이었을 수도 있지만, 소설을 읽고나서 이야기가 물의 흐름처럼 자연스러웠다는 것. 작위적이거나 인위적인 느낌이 들지 않았던 것 같다.


기다림과 그리움 후 사랑을 보내는 그 담담한 화자의 모습이 보인다. 성탄절에 읽기 좋은 소설이라 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이 쿨하고도 담담한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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