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즘 문학의 최전선에 있는 박민정작가의 소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깊었던, 아내들의 학교를 다시 읽었습니다. 처음 읽을 때 느꼈던 충격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어떤 회피와 두려움 없이 여성혐오와 폭력에 맞서는 이야기들을 읽으면서 저 같이 소심한 사람도 작은 용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행복의 과학
하나는 기노시타 히로무라는 일본의 유명한 광고 감독의 혼외자식이었다. 어머니는 일본에서 물건을 띄어와서 한국의 부자집 아주머니들에게 물건을 팔면서 생계를 유지했고, 그러는 과정에서 우연히 히로무를 만난 것이다. 하나는 그런 상처를 가지고 태어났다. 그리고 우연히 히로무의 손자 기노시타 류가 일본에서 발간한 화제작 류의 이야기의 한국판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된다. 기노시타 류는 히키코모리로 지내다가. 행복의 과학이라는 사이비 종교에 몸을 담게 된다. 이 행복의 과학이라는 종교는 일본의 완전한 군사적 자유를 지지하는 종교로, 전범 범죄에 반성하지 않고, 피해자들과 재일 조선인들을 증오하는 극우적이고 위험한 사상을 가진 종교였고, 기노시타 류는 이 종교에 심취해 있다가, 이 종교의 불합리함을 폭로하는 책을 써낸 것이다. 그렇게 책을 위해서 기노시타 류의 이야기를 쫓게 되고 기노시타 류의 아버지 기노시타 미노루가 한국의 한 여성을 살해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의 아버지가 한국인 혼외 자식을 가지고 있고, 한국 여자와 불륜 생활을 했다는 것에 대한 불만으로 살인을 저지른 것을 보여졌다.
A코에게 보낸 유서
행복의 과학과 이어지는 소설로, 살해 당한 여성 영희의 일기와 살해범 기노시타 미노루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수기와 유서, 그리고 이를 조사하는 출판인 하나와 수영의 이야기이렇게 세가지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희는 여공으로 불합리한 대우를 받으며 공장해서 일을 했다. 공장에서 불의에 저항하고 그녀를 도왔던 영은으로 인해 불합리함이 무엇인지 자유란 무엇인지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류의 책을 출판과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하나는 선배인 수영의 도움을 받는다. 사장의 일방적인 판단으로 수영은 회사로부터 격리된다. 하지만 스스로 투쟁을 통해서 자신의 자리를 되찾는다. 천재적인 광고감독 아버지 기노시타 히로무 밑에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는 자괴감이 그를 더욱 미개하고 폭력적인 상황으로 이끌었던 것 같다. 재일한국인이지만 일본사회에 섞이고 싶어하는 열등감을 가진 친구의 영향도 있었다. 또한 마코라는 이상한 소설을 읽고 그는 폭력적이고 파괴적인 행동이야 말로 사랑이라는 그릇된 신념에 사로 잡힌다. 언젠가 재일 한국인 친구와 함께 자신들이 강간했던 재일 조선인 여성 에이코를 생각하면서, 한국의 피해자 영희를 동일시하며 살해하고 만다. 그리고 초라한 삶을 살다가 자살을 하고 만다. 그는 끝까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자신을 변호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행복의 나라와 A코에게 보낸 유서는 연작 소설로 일본 극우 민족주의자가 한국인 여성을 살해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입니다. 미약한 자신의 자존감을 높히기 위해 자신들보다 약한 인물들에게 폭력을 휘두르고 제거하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렇게 단죄함으로서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찾으려고 하기 때문인데요. 이것이 한국인이라는 약자성과 여성이라는 약자성을 매개로 한국 여성을 살하해가 됩니다. 민족주의의 인종혐오 범죄와 여성혐오가 하나로 합쳐지는 적나라한 과정을 보여주는 소설로 읽고나서 많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결국과 폭력과 혐오에는 스스로 높히지 못하는 자존감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의 불완전하고 미약한 마음을 타인에게 투영해 그들에게 폭력을 휘두른후 그 위에 군림함으로서 자존감을 높히는 매우 저열한 방식인 샘입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설속에서 여성들은 폭력과 혐오에 노출되면서도 연대하고 삶을 지켜나가기 위한 노력을 합니다. 그들의 이런 모습이 작지만 희망을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당신의 나라에서
어린시절 러시아에서 유학을 한 부모님과 아이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력한 가문에서 온 아저씨가 있었습니다. 극도로 궁핍한 생활 속에서 생존을 위해서 부모님의 러시아 자문을 도왔던 지금은 교수가 된 윤지나와 그녀의 어머니이자 나의 보모였던 큰엄마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윤지나는 유력 가문의 아저씨에게 강간을 당하고 부모님에게 도움을 요청하지만, 학과장의 아들이었던 아저씨에게 대항 할 수 없었던 부모님은 외면합니다. 윤지나는 자신의 엄마가 자신을 학대했다는 점을 알고 있었으나 나의 부모에게 말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것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고 있죠. 아저씨는 한국으로 돌아온 후 유력한 정치인이 되었지만, 여전히 시간 강사를 오가는 부모님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진작가가 된 내가 있죠. 나는 윤지나 교수의 메일을 받고 과거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불편한 감정을 느낍니다. 그리고 윤지나 교수를 돕기 위해 한발작 내딛으려는 시도를 합니다.
이 소설은 해외에서 살고 있는 한국 여성이 겪은 성폭행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타국에서 한국인이라는 약자로 살고 있는데, 그곳에 찾아온 부유한 한국인들에게 착취를 당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참담하고 참혹했지만, 이들을 돕고 협력하려는 여성들의 연대가 있어서 보기 좋았습니다.
청순한 마음
대학에서 상담 업무를 담당하는 너는 학생의 성폭행 상담을 해주다 그만, 친한 교수에게 이 사실을 털어 놓게 되는데 그 교수가 가해자가 되면서 학생들에게 오해를 받는 위기에 처하게 된다. 그렇게 그는 학창시절 자신을 잠시 상담해주었던 선생님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된다. 가난하고 지난한 삶을 살았지만, 유능하고 자신에게 조언을 해주었던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이 위기를 극복해보려고 한다. 하지만 이 선생은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나를 경멸하고 있었고, 나의 사람들에 대한 무신경에 대해 강한 비판을 한 경험이 있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너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자신을 변호하고 싶어 하고, 자신은 죄가 없다는 생각에 빠져 있다.
너는 자신이 학생들로부터 오해를 받았다고 생각과 말을 반복합니다. 유년 시절 자신을 가르쳐주었던 선생님으로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무신경하다는 비판을 경험하기도 했죠. 하지만 나는 그런 과거를 가지고 있고 과오를 저질렀음에도 반성보다는 억울하다는 마음을 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의 무결성을 주장하면서도, 타인의 고통에 둔감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태도를 보이는 유산자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지도 모릅니다.
버드아이즈뷰
중남고 졸업생인 주원과 재혁은 솟대문학회라는 모임의 맴버였다. 집안이 좋거나 먼가 특기가 있어야 들어올 수 있는 일종의 학교 엘리트 모임이었다. 공부를 곧 잘해서 회원이 되었지만, 회원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 주원은 우연히 티비를 틀었는데 재혁이 자살 소동을 벌이는 것을 보았다. 재혁은 인터넷에서 극우남성들의 열사로 지칭되었다. 성희롱을 저지른 남자들의 소송을 무료로 해주기도 했다. 주원은 재혁의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학창시절 술에 취한 여학생들의 속옷사진을 몰래 찍었던 과거가 부끄럽게 다가왔다. 어쩌면 그 자리에 있었던 재혁을 자신이 그렇게 변하게 했다고 생각한지도 몰랐다. 유경은 솟대 모임에 한번 갔다온 적이 있었고, 지금은 한 남자의 집을 렌틍해서 임시로 거주하고 있었다. 샤워를 하던 중 시계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더니 알고보니 몰래 카메라 였던 것을 깨달았다. 유경이 렌트해 살아왔던 곳은 다름 아닌 재혁의 집이었다.
주원은 과거 자신의 성추행 사건들을 부끄러워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듯 보입니다. 그리고 재혁은 그런 주원을 파악하고 이런 그의 모습을 비판하죠. 반대로 주원은 재혁이 한심하다 생각합니다. 남성중심의 단체 문화가 얼마나 폐쇄적이고 건강하지 못함을 보여주는 과 동시에 그들의 반성은 허울 좋은 자신의 현재를 지키기 위한 행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성재기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이 소설은 젊은 층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베 문화등으로 보여주는 극우의 실상이 어떠한지 보여줍니다. 어떤 목적도 성과도 없이 단순히 주목받고자 하는 모습이 아닌 것은 아니었을까요?
아내들의 학교
학창시절 유난히 아름답고 키가 컸던 선이 있었고, 그녀를 좋아하던 친구 설혜가 있었다. 이들은 여성 동성 커플이되었고 시간이 지나서 결혼을 해서 아이를 키우고 있다. 설혜는 학창시절 여학생회에서 집안이 부자고, 결혼할 애인이 있다는 이유로 차별과 폭력을 경험하고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다. 그리고 선과 설혜는 결혼을 한다. 선은 이십대 후반이 되어서, 모델 오디션 프로그램을 위해 촬영을 하고 있는데, 나이가 많다는 것 만으로 차별을 받고 따돌림을 받는다. 설혜는 방송에서 설혜와 아이를 촬영해야한다는 선의 이야기를 전해듣는다. 그런 스토리 텔링만이 우승을 하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편으론 최근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이 기혼여성들을 공격하는 과정을 생각해봤습니다. 기혼을 했다는 것만으로 여성으로서 배재하는 식의 폭력적인 언사를 해오곤 했었는데, 그런 방식의 여성 운동은 오히려 소외되는 여성을 만들 뿐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선이라는 인물은 선과는 거리가 멀고 자기 욕망의 주체가 되는 인물인데요. 때에 따라 폭력적인 행동을 하기도 합니다. 소설은 여성이란 존재가 모두 옳고 선하기만 해야한다는 전재를 무너뜨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여성은 여성으로서 실수나 잘못을 할 수도 있는 평볌한 인간일 뿐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천사는 마리아를 떠나갔다.
70년대 유신 정권 시절 사랑하는 학생운동을 했던 필남언니와 버스 안내양으로 근무하며 부당한 행위를 당했던 주혜를 멀리 떠나보내면서도 아무것도 할수 없었던 것에 대한 자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딸 지은이 다시 사회 운동을 하게 되면서 지난 시간을 다시 떠올리게 됩니다.
과거 여성사회 운동에 대해서 몰라 함께 할수 없었던 나는 그에 대한 자책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 운동에 몸을 담고 있는 지은이 위태롭게 보이기도 합니다. 나는 그런 중간자의 입장에서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론 딸 지은이 옳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혹시라도 언니들처럼 힘든 일을 겪게 될까 두려워하고 있죠.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지은은 한발 앞서 나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