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지는 땅, 순간이동, 무브포워드, 소화가 안돼서, 가을바람 불르면
우연히 디아스포라 영화제 순회 상영 소식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무료 상영이기도 하고, 가까운 영상자료원이라서 들러서 보게 되었다. 보고 싶은 영화는 gv가 잡혀 있던 단편 섹션과 이어지는 땅이었다. 예매를 하고 극장을 찾았는데. 생각보다 홍보가 되지 않았던지 아쉽게도 관객들이 너무 적었던 것 같다. 먼저 이어지는 땅을 보았다.
1. 이어지는 땅
이어지는 땅은 조희영 감독의 작품이다. 애초에 단편으로 제작될 예정이었으나. 친구가 밀라노에 거주하는 덕에 장편으로 길게 만들어질 수 있었다고 한다. 만남과 이별을 다룬 영화로, 런던과 밀라노라는 두 장소에서 촬영되었고, 영화는 1부와 2부로 나뉜다. 익숙한 한국이라는 장소가 아닌 해외에서 촬영되다보니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게 된다. 사랑과 만남 그리고 이별이라는 테마를 다루고 있는데. 평온하게 다루어지는 영화의 전개와는 좀 더 진지하고 무거운 이야기를 다룬다고 생각한다. 아름다운 풍광과 이국적인 분위기가 주는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하고, 이국이 주는 자유로움을 느끼게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배우들의 연기는 자연스럽고 좀 절제 된 느낌이다. 한국과 런던, 밀라노가 주는 시차와 거리를 감안할 때, 그 만남과 이별의 간극은 좀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 공민정, 정회린 배우의 감정선이 인상적이었다.
2. 단편 섹션
순간이동은 한국의 권오연, 남아름 감독과 일본의 치후미 탄자와, 나나노카 4명의 감독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프로젝트다. 코로나 시기에 만들어졌으며, 일종의 증강현실과 메타버스를 이용해서 영화가 만들어졌다. 심각하고 진지한 주제를 다루고 있음에도 영화는 네 명의 감독의 발랄한 성격으로 즐겁게 관람할 수 있었다. 여성혐오와 차별로 가득찬 사회의 풍경을 네명의 감독들이 이야기하며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한다. 차별과 혐오로 얼룩진 한국과 일본 사회의 반성을 남기게 된다.
김나연 감독의 무브포워드는 임종을 앞둔 할아버지를 간호하고 있는 엄마와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나 사이의 갈등을 그린 작품이다. 엄마는 내가 할아버지의 임종을 지키기를 바라고 있고, 나는 떠나야할 순간이 왔음을 느낀다. 가부장사회에서 여성으로서의 삶을 강요받고 그것을 순종해온 엄마와 이제는 벗어나 자신의 삶을 찾고 싶어하는 나의 감정이 겹쳐진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을 키워준 할아버지에 대한 죄책감을 가지는 나는 결국 귀국길에 오르게 되며 새로운 삶에 대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다.
양도혜 감독의 소화가 잘 않돼서는 재래 시장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하는 베트남 여성 아야는 한국 남성과 결혼을 해서 살아가고 있다. 한국에서 잘 살아올 것을 다짐했지만, 무신경하고 다른 여자에게 관심을 가지는 남편을 보면서 속이터지게 된다. 아야는 한국 말을 할 수 있음에도 일부러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척 남편에게 딴청을 피우는 한편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우연히 한국어를 강습하는 여성을 만나게 되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으면서 속이 뻥뚤리는 경험을 하게 된다. 진정한 소통이란 언어가 아닌 마음과 마음이 닿을대 가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박찬호 감독의 가을바람 불르면은 베트남 어머니에게 자란 소년이 친구 지희에게 맞춤법과 시 강의를 들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친구들의 놀림과 언어등 한국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웠던 소년은 지희의 진심을 만나게 되면서 세상을 감응하게 된다. 시를 쓰기 위해서는 공부하는 것보다 느끼고 행동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지희를 통해서 소년은 감정을 배워나간다. 지희를 사랑하게 되고 시를 쓰게 되는 것도 잠시 지희는 먼 곳을 이사를 가게 된다. 이 영화는 일본인 부모님과 한국에 적응하기 위해 어려움을 겪었던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있었기에 만들어질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한다. 진지하고 무거운 주제를 소나기와 같은 멜로 드라마로 풀어냈다고 한다.
단편 섹션의 네 작품은 한국 사회에서 차별과 편견을 겪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공감이 가게 잘 풀어낸 것 같다. 다르면서도 비슷한 점을 품고 있는 내 작품은 유기적으로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듯했다. 감독들과 대화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