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5월 15일 토요일

by 백현진

하루종일 흐렸다가 비가 내렸다가 그쳤다가,
눅눅한 날씨에 취약한 사람은 아침에 피자 한 조각, 점심에 피자 두 조각을 먹고 하루종일 잠만 잤다.
아, 잠들기 전에 책을 한 권 읽었는데
'부끄러운 줄 알아요'라는 마지막 여자의 대사에 얼마간 내상을 입고 하염없이 잠으로 도피한 건지도 모르겠다.
배고픈 고양이가 내가 자고 있는 침대 위로 올라와 야옹거리고, 반팔 티셔츠를 입은 내 팔을 넘어가는 고양이의 보드라운 털이 느껴진다.
그리고 오래전 바다를 향해 걸어가던 길을 떠올린다.
두터운 외투를 입고 있었으니 아마 겨울이었을 테고 사람들은 모두 바다로 향하거나 혹은 바다에서 나오는 방향으로 걷고 있었다.
그냥 그것 뿐인데 문득문득 그 장면이 떠오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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