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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현진 Jun 21. 2021

2021년 6월 21일 월요일

내일 먹을 달걀을 삶느라 가스레인지 센 불에 올려두고 뚜껑을 꼭 닫고, 방에 들어와 머리를 말리느라 그만 달걀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말았다.

머리를 말리고 문을 여니 어디선가 덜그럭덜그럭 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려보니 달걀이 벌써 15분째 뜨거운 불 위에 올려져 있다.

뜨거운 냄비를 조심조심 들어 찬물에 식혀보아도 마치 돌을 구운 듯 더운 김은 가시질 않고.

어릴 때 집에서 먹던 삶은 달걀은 노른자의 테두리가 푸른빛을 띠고 있어 먹고 싶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 가정 교과서에 달걀을 너무 많이 익히면 그 푸른 테두리가 생긴다고 적혀있어, 그제서야 내가 싫어하는 푸른 테두리를 없앨 수 있었다.

이건 분명히 가장자리가 푸르러지고 노른자는 푸석푸석한 맛없는 달걀이 되었을 게 분명하다며 돌처럼 뜨거운 달걀을 하나 까서 반을 잘라보니 어찌 된 일인지 흰자는 탱글탱글하고 노른자는 제일 안쪽은 아주 살짝 덜 익은 고운 레몬 빛이다.

고운 노른자의 단면과, 그걸 닮은 저녁달과 솜사탕 같은 구름을 본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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