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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현진 Mar 02. 2023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 가는 방향의 노선을 타고 오래 달린다.

가는 도중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역들이 많다. 방학, 가능, 양주.

오래 전 동백, 모란역을 처음 듣고 꽃 이름을 가진 역이라니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매일 이 역을 지나는, 혹은 이 역들에서 내리는 이들에게는 이미 그 어떤 감상을 잃은 그저 목적지일 뿐이겠지만.

낯섦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해 본다.

집을 나선 지 한 시간이 훌쩍 넘었지만, 나의 목적지는 아직이다.

지금까지 나는 정말 작은 거북이처럼 그저 좋아하는 주위를 느리게, 그렇지만 부지런하게 돌고 있었을 뿐이구나. 여전히 이렇게 모르는 게 많고 낯선 것이 많고 새로운 것이 많고 그리고 나는 그것이 기쁘다.

누군가에게는 그저 세상 물정 모르는 한심한 사람처럼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누군가가 나를 그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도 딱히 싫어하지 않는다. 약간 재미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나는 그 사람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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