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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현진 May 06. 2023

오늘 하루는 각각의 조각들이 모두 독립적이었다.

아침 7시에 일어나서 조식 두 그릇 먹고 짐 싸서 숙소 체크아웃하고 버스 타고 광안리 가서 비 내리는 바다를 구경한 뒤 지하철 환승으로 도착한 부산대 앞에서 들풀을 닮은 꽃을 한 묶음 사 친구가 새로 시작한 크레페 가게에 갔다. 딸기와 아이스크림이 가득 든 크레페 하나 사서 손에 들고 사람들이 줄줄이 크레페를 주문하는 모습을 한참이나 만면한 미소로 바라보다가 가지고 온 그림을 건네주고 기념사진을 찍고 다시 지하철을 타고 전포동에 가서 빈티지 샵들을 순회한 뒤 또 한참이나 길을 헤매고 결국 횡단보도를 건너오는 여자분께 지하철역 가는 길을 물어보자, 지하철은 거짓말처럼 바로 내 왼쪽에 있었다. 인사를 전한 뒤 그 지하철을 타고 부산역에 도착해 저녁으로 순두부찌개를 먹고 기차에서 마실 물과 먹을 간식까지 사고도 여유롭게 오후 5시 50분 서울행 기차에 올라 오늘 하루는 각각의 조각들이 저마다 독립적이었네, 생각한다. 어제 폭우 속 벡스코에 있었던 건, 강풍에 떠밀려 걸음을 내딛기 힘들었던 건 벌써 아득한 전생의 기억 같다. 여린 완두콩 색 의자가 귀여운 버스와, 바다로 향하는 지하철의 사랑스러운 갈매기 시트를 뒤로하고 이제 두두를 보러 간다. 혼자서 덜 구워진 빵 같은 모양으로 의기소침하게 뭉쳐져 있을 우리 고양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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