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떠올라서 찾아본 오래전 영상.
업로드된 날짜는 보니 (아, 업로드가 아니라 방송된 날짜인 듯.
40년 전이다. 무려 40년 전.
처음 그 영상을 우연히 보았을 때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을 듣고 다시 보니, 아닌 게 아니라 같은 얼굴을 하고 있다.
지금은 술을 꽤나 많이 마셨겠구나 싶게 풍채가 좋은데 그 영상 속에서는 부기 하나 없이 호리호리한 모습이다.
그래도 통통한 볼이나 동그란 이목구비는 그대로여서 다소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왜소한 체력 덕분에 영상 속 그는 청년이라기보다는 소년에 가까워 보였다. 당연하다, 그는 당시 많아야 스물셋, 넷이었을 테니.
요란한 화장을 하고 머리카락은 사방으로 뻗치고 상하의 모두 화려한 패턴의 착장을 하고 있는데도 그 동그란 눈을 크게 뜨고 카메라를 바라보며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지을 때는 다소 청초해 보이기까지 했다. 특별히 뛰어날 것도 없는 음악을, 특별히 뛰어날 것도 없는 실력으로 선보이고 있는데도 그는 자신만만했다.
마치 이 세상에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이 존재할 리 없다는 것 마냥 (그리고 당시 이 생각은 어느 정도 들어맞았을 것이다) 거들먹거리는 태도가 다소 오만해 보인다 생각해왔는데, 똑같이 행동하고 있는데도 젊다는 이유만으로 산뜻해 보였다. 젊음은 정말 빛이 나는구나, 나이 든다는 게 특별히 추해진다는 건 아니지만 젊음이 너무나 눈부셨기에 빛이 지나간 후의 자리는 다소 먼지가 앉는 듯 보이는 지도.
당시 본인도, 그 누구도 이토록 풍채 좋은 중년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겠지. 나는 마치 미래를 본 사람처럼 영상 속 아이 같은 그 얼굴을 바라본다.
그러다 스크롤을 내려보니, 40년 전 영상에 불과 몇 년 전까지도 댓글이 달리고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글은 그가 40주년 공연을 하는데 본인도 가고 싶다는 글. 그는 환갑에도 이런 무대를 열 수 있는 사람이었구나. 애정이란 뭘까.
3-40년씩 누군가를 지켜보고 함께 나이 들고.
환갑에 공연에서 선보일 셋리스트를 상상하며 그의 40년 전 (아마도) 첫 TV 데뷔 무대를 찾아보는 그런 사람들.
그제야 내가 알던 모습과는 정반대에 가까운 미형의 청춘을 목도한 충격에서 벗어나 조금 그가 부러워졌다.
40년이 지나도 누군가가 보고 싶어 하는 사람.
40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애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 그들에게 그는 그냥 그인 것이다.
스물넷의 그가 시간이 흘러 육십을 넘겼다, 그뿐이다. 그가 만든 음악은 여전히 거기에 있고, 그는 아직도 그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시간을 품고 있다는 것, 쌓아둔 이야기가 많다는 것. 나이가 들어야만 누릴 수 있는 특권 아닌가.
지금도 세상에는 그를 미워하는 사람은 없는지도 모르겠다.
실력은 잘 모르겠지만 매력을 가졌으므로.
그가 그인 그 자체가 그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