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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맹이여행자 Jan 02. 2019

퇴사 후 세계일주를 떠난 이유

고졸취업, 퇴사, 428일간의 세계일주, 그 이후의 삶

<여행을 떠난 이유>

✔2012년 1월 2일, 고등학교를 졸업도 하기 전에 금융공기업 고졸 공채에 합격했다.


이 곳에 높은 경쟁률을 뚫고 최초의 고졸 사원으로 입사가 결정되었을 때 나라는 사람의 이야기의 마무리는 해피엔딩인 줄로만 알았다. 인생에는 수능, 대학, 취업, 결혼처럼 매 시기마다 정해진 관문이 있는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며 겪은 크고 작은 일들은 기대와 달랐다. 분명 같은 사원으로 들어왔는데 내 이마에는  ‘고졸’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다른 사람과 똑같은 실수를 해도 역시 ‘고졸이라서 그래’라는  냉담한 시선이 꽂혔으니까.


대학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 졸업장이 사람의 가치를 판단할 정도로 중요하게 여겨진다면, 학위 를 딴 후에는 회사생활이 달라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입사 3년차에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특성화고 졸재직자전형을 통해 대학에 입학했다.


평일 저녁과 주말을 이용해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느라 정말 바빴지만, 회사에서 인정받겠다는 일념 하나로  열심히 노력했다. 그 결과 과 수석을 해서 전액 장학금도 받고 사내의 승진 시험도 통과했다. 이제는 무언가  달라질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나의 노력은 어린 나이에 욕심이 많아 높은 자리에 올라가려 한다는 뒷 이야기로 돌아왔다. 스트레스 를 많이 받아 24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오육십 대가 걸린다는 대상포진에 걸렸고, 일상이 되어버린 편두통과  소화제, 갑자기 위경련이 와서 응급실에도 몇 번 실려갔다. 동기와 회사 옥상에 올라간 어느 날, 여기서 뛰 어내려 죽어버린다면 그 사람들은 나에게 조금이라도 미안해할까라는 말을 하며 펑펑 울어버렸다. 그런 생각 까지 들었다는 것이 너무 비참했다. 어른들이 말하는 크고 좋은 회사에 입사하면 행복해질 줄 알았는데. 


✔2016년 12월 2일, 나는 결국 퇴사를 결심했다.


확실히 미친짓이었다. 24살에 연봉 5천만원을 받는 5년차의 안정적인 금융공기업 직장인에서 대학생으로 돌 아간다는 것은. 나름대로 성공의 길을 걸어오다 한순간에 낙오자가 되는 기분이었으니까. 


하지만 가장 두려운 것은 따로 있었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왜 그때 인생을 바꾸지 못했을까'하고 후회하 는 내 모습을 보는 것. 


누군가는 철이 없다고 손가락질을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도전을 응원한다며 어린 나이가 부럽다고 말했다.  백 명의 사람이 있으면 백 가지 생각이 다 달랐다. 하지만 한 가지 길만 선택해서 걸어 온 사람들이 타인의  인생에 대해 옳다 그르다 말할 수는 없다. 세상에는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이 그들만의 길을 걷고 있 으니까. 나의 선택 역시 온전한 내가 되어 살아보지 않는 이상 이해하지 못 할 것이다.


✔2016년 12월 21일, 나는 학교를 휴학하고 428일간의 세계일주를 떠났다.


처음에는 퇴사를 하면 바로 전업 대학생으로 돌아가려 했다. 스물세살이란 다소 늦은 나이(여대생 기준으로  20살에 입학했다면 23살이면 졸업반일 나이다)에 신입생이 되었으니 졸업을 하고 새 직장을 구하려면 한시라 도 낭비할 틈이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그렇게 살아가면 퇴사 전의 삶과 무엇이 달라진걸까. 오늘 행복하지 않아도 내일은 행복할거라고 믿 으며 하루를 희생해나가는 삶. 나는 그 삶에 쉼표를 찍고 싶었다.


그 때 한 가지 생각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왔다. 평생 이룰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 했던 꿈, 세계 일주. 이걸 실현시킬 수 있는 인생에 한 번 뿐인 기회가 바로 지금이라고.


✔그리고 2019년 현재


처음에는 취업난이 심각하다고 하는 요즘 좋은 직장을 때려치고 한국에서 여자 나이 26살에 대학교 3학년생으로 살면서 행복할 수 있을지 100% 확신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여행을 한 지 11개월이 훌쩍 지난 지금, 잘 먹고 잘 살고만 있다. 

여행이 취업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무엇보다 나의 내면을 많이 바꾸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 2019년 1월 17일 <삶의 쉼표가 필요할 때> 여행 에세이 출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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