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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맹이여행자 Mar 13. 2019

Believe Yourself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 : 내가 나를 믿었기에 얻은 풍경


남아프리카 공화국 케이프타운에 있는 희망봉


드디어 끝이 났다. 약 50일간의 아프리카 종단 여행이.

아프리카의 마지막 여행지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케이프타운이다. 


이 곳에는 정상이 평평한 테이블처럼 생겨 붙여진 이름인 ‘테이블마운틴’이라는 산이 있다. 테이블마운틴은 케이블카와 약 3시간이 소요되는 트레킹 중 하나를 택하여 올라갈 수 있었다.


케이블카의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지만 못 탈 수준도 아니었다. 그런데 약간의 오기가 발동했다. 왠지 모르게 튼튼한 내 두 다리로 올라보고 싶었던 것이다. 안전하게 아프리카 여행을 끝낸 것에 대한 마무리를 하고 싶었달까.


끝도 없이 펼쳐지는 테이블마운틴의 돌계단


그렇게 혼자서 테이블마운틴을 오르기 시작했다. 내리쬐는 햇볕은 강렬했고, 땀은 비 오듯이 쏟아졌다. 물을 계속 마셔도 타들어가는 갈증이 멈추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만 같아 케이블카를 타지 않은 것이 조금 후회가 되었다.


그래서 트레킹을 마치고 내려오는 이들을 마주칠 때마다 계속해서 물었다.


“정상에 도착하려면 몇 분이나 남았나요?”



제길, 죄다 곧 도착한단다. 벌써 한 시간 반이나 올랐는데. 외국이나 한국이나 이런 거짓말을 하는 것은 똑같다고 투덜거리며 계속 계단을 올랐다. 그러던 중 멀리서 호리호리한 체형의 가진 서양인 친구가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이번에도 똑같았다. 그를 붙잡고 정상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냐고 물었다.

그런데 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더니 딱 한 마디만 건넸다.


“Believe Yourself.”


구름이 발아래 가득한 테이블마운틴의 정상



무언가 뒤통수를 망치에 세게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그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나는 한참을 그 자리에 서있었다. 이 한 마디에 실린 말의 무게를 소화시켜야 했으니까.


‘나 자신을 믿으라니…….
그래, 내가 멈추지만 않는다면 시간이 얼마나 걸리던지 간에
언젠가는 정상에 도달할 거야.
빨리 정상에 도착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이 길을 걷고 있다는 그 자체가 중요한 거였어!’


그가 옳았다. 트레킹을 끝내고 돌아가는 사람들한테 몇 분이나 남았는지 묻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모두의 속도는 다르기 때문에 비교할 필요도 없고, 때로는 결과보다 노력하고 있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법이니까. 그러니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더딜지라도 조금씩 나아가고 있는 나를 믿는 것이었다.


내가 나를 믿었기에 얻을 수 있었던 풍경


이후로 나는 누군가를 마주쳐도 정상까지 몇 분이나 남았는지 묻지 않았다. 


마침내 도착한 정상에서 내려다본 케이프타운 시내는 아름다웠다. 발아래에 구름이 둥둥 떠다녔고, 바람이 구름을 데려간 자리는 촘촘한 작은 집들이 메우고 있었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몇 번이나 이 순간을 떠올릴 것 같다. 

내가 나를 믿었기에 얻을 수 있었던 이토록 아름다운 풍경을. 


트레킹이 끝나고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오다 만난 테이블마운틴의 일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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