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울창한 산 아래의 일층 집으로 이사를 했어요.
같은 단지 내 이사였지만, 이사는 역시나 고달픈 일이더군요.
그러나 이 집으로 오고나서 너무나 감사한 점은,
창문 어디를 열어도 초록초록 자연이 내 곁에서 위로의 손길을 보낸다는 것.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아침마다 지저귀는 여러 새들의 다양한 울음소리.
정말로 '지지베베' , '찌르르', '짹짹', '후우후우'~ 갖가지 소리를 내더라구요.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을 바라보고, 하루하루 다르게 피고 지는 꽃들을 지켜보는 일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지!
고층에 살 때보다는 확실히 햇빛은 덜 들었어요.
해가 뜨고, 해가 지고, 달이 뜨고, 별이 빛나는 하늘의 모습을 바라볼 순 없었지만,
높은 곳이 아니라, 낮은 곳에서.
흙이 가까운 공간에서 나무들과 같이 숨쉰다는 것이 이렇게 위로가 되는 일일 줄은 몰랐습니다.
마치 옆집 사는 친구에게 안부를 물으러 놀러가듯이,
아침마다 나무들을 살피러 산책 가는 일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저희 아파트 뒷 길에는 아주 오래된 숲길이 있어요.
그저 나무가 울창하면 숲일까? 숲의 정확한 범주는 뭘까 궁금해서 자료를 찾아봤더니,
"숲은 수풀의 준말로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곳'을 뜻하나, 일반적으로는 '수풀'보다 '숲'이 훨씬 널리 쓰인다. 한자어로는 삼림(森林)이라 하며, 특히 빽빽한 숲은 밀림(密林)이라 한다. 영어로는 '포레스트(forest)', '우드(wood)'또는 grove라 한다."고 해요. (출처:위키백과)
한자도 예쁘지요. 나무가 두 그루, 세 그루 모여서 '삼림'이라는 글자를 이루고 있었네요.
숲에 관해서는 뭔가 신비롭고, 낯설기도 하고, 들어가서 탐험해 보고 싶은 욕구도 생겨요.
그래서인지 과거 서양에서는 숲을 배경으로 괴물, 요정, 특이한 인간 군상, 마녀 등이 등장하는 동화나 전설도 많이 전해져 내려왔었지요.
어쨌거나, 저에게 숲은 그저 아침을 함께하는 산책길이자, 답답한 마음을 해소해주는 나만의 시크릿 가든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난 주에는 하얀 꽃잎에 노란 수술을 가진 계란꽃이 여기저기 피어나더니
오늘은 진노랑빛의 코스모스가 반겨주네요.
이 계절이 지나면, 또 내일 아침에는 어떤 녀석이 꽃몽우리를 뚫고 나와 얼굴을 보여줄지 궁금해져요.
새벽 여섯 시, 다소 이른 아침이라 인적이 드물었지만,
혼자이기 때문에 숲의 기운을 고요하게 받으며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숲 사진을 이런 저런 각도로 찍어보면서 나만의 정원이 생긴 것 같아 벅찼답니다.
평화로운 숲 길 사진과 숲에 관한 명언으로 마무리하려해요.
인간이 숲을 동경하는 이유는 그저 숲이 아름다워서가 아니라 오래된 숲의 고목에서 뿜어져 나오는 공기에 존재하는 미묘한 무엇인가가 사람의 지친 영혼에 활기를 불어넣어 주고 회복시켜 주기 때문이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