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코야키와 사우나

우울한 기분을 극복하는 절대적인 치유자를 찾아서.

by 은비령

마음이 답답해서 콱 막힌 것 같은 기분이 들 때,

어떻게든 마음에 쉼을 주고, 숨통을 트이게 하고싶을 때

나는 정신과 전문의 선생님을 만나 상담하는 대신에

도서관을 거닐다가 나를 치료해 줄 책 한 권을 고른다.

오늘 내가 고른 책은

< 만두와 사우나만 있으면 살 만합니다. >

제목이 너무 쉽고 일상적이어서, 딱 제목 만큼 가벼운 일상적 에세이일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책의 저자인 사이토 다카시란 분은 도쿄대학 대학원 교육학연구과 박사 출신에

저서를 119권이나 집필하신 유명 작가셨다.

책을 읽다보면, '행복과 감정, 인생, 교육' 등에 관한 다양한 동서양 고전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제목과 첫 챕터는 '만두와 사우나' 이야기로 시작을 한다.

학력이나 재력, 현재의 상황이나 나이 등을 초월해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절대적인 것들은 의외로 소박한 것에 있다는 이야기.



생각해보면, 40여년의 삶을 살아내는 동안

힘 들 때마다 나를 위로해준 건 의외로 소박한 것들이었다.

나의 경우에 만두보다는 다코야키나 떡볶이, 칼국수 같은 음식들이 그러했다.


힘들고 지칠 때,

집 근처 허름한 분식집에 터덜터덜 찾아가서

아무렇지 않은 것마냥

떡볶이를 흡입했었다.


그리고 20대 시절에는 서울에서 유학 살이를 하면서

남대문 시장 구석에 있는 칼국수 집을 그렇게 자주 갔더랬다.


뭐랄까. 건강하지도 고급지지도 않은 음식들이지만

그냥 마음의 위로를 받는다는 목적 달성으로는 이만한 음식들이 없었다.


어제는 아이를 전남편에게 보내고

홀로 연휴를 쓸쓸히 보내면서

사우나를 갔다가, 사우나 건물 1층에 파는 작은 다코야키 집에 들렀다.


50대 후반쯤 되어보이는 유쾌한 아저씨가 홀로 운영하는

아주 저렴한 다코야키 가게.

요즘 세상에도 천원으로 살 수 있는 음식이 있다는 것에 한번 놀라고,

의외로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맛의 다양성에 두번 놀라고,

마치 엄마가 전부쳐 주듯이, 가정적인 다코야키의 제작 방법에 세번 놀라고,

어느새 나는 한 접시에 천원인 다코야키를 네 접시나 먹고 있었다.



기억이 어렴풋했던 어느 시절에, 우울증에 정신과를 드나든 적이 있었다.

지금이야 우울증이 흔한 감기처럼 여겨지지만,

정신과를 드나든다고 하면 마치 치유불가능한 병에 걸린 문둥병 환자보듯 하던 시절도 있었기에

가족들에게도 말 못하고 혼자서 우울한 자아와 싸워내던 시절이었다.

정상적인 생각도, 이성적인 판단도, 건강한 호흡도, 충분한 수면도, 적절한 식사도 할 수가 없었지만,

그럼에도 떡볶이랑 냉면, 칼국수, 다코야끼 같은 음식들은 먹고 싶더라.


아마도 뇌가 본능적으로 스스로 행복했던 순간을 저장해 놓고,

제 주인이 정신을 못 차릴 때, 발걸음을 움직여 좋아하는 음식들을 먹도록 이끄는 것 같다.

이런 것이 바로 초자아의 엄청난 힘이라고 할 수밖에..



저자가 말했듯,

삶은 누구에게나 고통스러울 수 있고,
위기는 언제든 또다시 찾아온다.

하지만 어른이 된다는 건
그런 위기들을 아무렇지 않게 이겨낼
절대적인 행복의 기준을 만들고
철저히 대비해두는 것이다.


다시 또 불행해지거나 위태로워지면
다코야키를 먹고, 사우나를 가면 된다.

위기를 극복하고 행복해지는 비법은 의외로 소박하고 간단하다.
그리고 그런 사소한 행복의 순간들이 쌓이고 다양해질 때,
행복은 당연한 듯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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