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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령 Sep 17. 2023

책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

유투브 시청을 책 읽기보다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모름지기 독서란, 성공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즐겨하는 만국공통의 비법이자 삶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책 읽기를 점점 거부하는 아이들을 지도하며, 책 읽기의 방식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최근 관심 갖고 종종 시청하는 유투브는 개그맨 출신 작가 '고명환'님의 채널이다. 

아침마다 긍정확언을 하시며, 짧은 영상을 통해 독서에 관한 즐거움과 깨달음을 신나게 외쳐주신다.


책은 어딘가 모르게 고루하고, 오래된 매체처럼 느껴지지만,

실상은 많은 이야기를 담기에 책만큼 효율적이고 신박한 매체가 없다.

아무리 잘 찍은 사진이나 영상이라 하더라도, 사람의 생각이나 속마음, 지식과 정보를 책만큼 자세하고 거짓없이, 전문적으로 전달하는 매체는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요즘은 책을 읽는 시간을 내고, 책을 읽을 장소를 고르고, 읽은 마음을 누군가와 함께 소통할 기회가 많이 없어지는 것 같아 아쉽고, 속상하다.

하지만 책의 전도사가 된 고명환님은 말한다.

"꾸준함과 즐거움 속에 독서의 길이 있다."

그렇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논어에서 말하기를,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知之者不如好之者)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好之者不如樂之者)

- 공자


인생이 어렵고, 문제가 꼬여서 어디부터 풀어야할지 방향성을 잃었을 때,

내 옆에 직접 대면할 선배나 스승이 없다해도 걱정하지 않았으면 싶다.

언제나 책은 늘 가까운 곳에 있었고, 다만 침묵하고 우리가 열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었던 것이다.


이번 주에 책에 관해  두 가지 에피소드를 겪었다.


하나는 늘 궁금하던 글쓰기의 시작에 관해 도서관에서 우연히 해답을 발견한 일.

또 하나는 정말 내 것으로 온전히 받아들이고 싶었던 책들이 거실 책장에서 먼지 쌓인 채 외면받았던 일.

좋아하는 책들이라서 구매하고, 소유하며, 예쁜 책장에 꽂아두었지만 결국은 쓰레기가 되더라는 일.

그 중, 첫 번째 이야기를 먼저 해보려한다. 




최근 마음이 답답해서, 지역 내에서 건축대상을 받았다는 '미술 도서관'이란 곳에 가서 

두리번 두리번 어떤 책이 있나 기웃거려도 보고,

디자인이 다채롭고 착석감이 다양한 여러 쇼파에 앉아도 보고 

두 다리 쭉 뻗고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기존에 안 읽던 분야의 책들을 읽고 왔다.

이상하게 그날 그날 고른 책들은 내가 답답해 하던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해준다.


무작정 작가가 되고 싶다고 어렴풋한 꿈만 품어온지가 오래되었는데,

아주 실무적으로 '디테일 사전: 도시편- 작가를 위한 배경 연출 가이드' 란 책도 있더라.  

세상의 모든 공간에서 시작될 수 있는 다양한 갈등에 대해 이야기해주고, 어떤 식으로 묘사를 해야할지에 대한 예시문까지 있다. 정말 세상에는 너무나 감동적인 책이 많음에 다시 한번 감탄이 나왔다. 



두 번째 책에 관한 일화는 '책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읽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사건이다.

 또 다시 이사를 준비하면서, 거실부터 서재까지 집정리를 하기 시작했는데, 내가 소유한 귀한 책들이 먼지와 습기 속에서 쓰레기가 되어 있더라는 경험이다. 세상에, 처음에 이 책들을 골랐던 그 심정들을 떠올려보니, 책들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책은 관리의 대상도, 소유물도 아니고, 그저 내가 읽고 받아들여야 할 지혜의 도구인데, 너무 오랫동안 방치하고 가지고 있었더니 이 지경이 되더라.

예전에 누군가 나에게 

"선생님은 책을 사서 보세요, 빌려서 보세요?"라고 질문했던 기억이 있다.

그때는"좋아하는 책들은 사서 봐요. 밑줄도 긋고 메모도 하고, 온전히 지혜를 받아들이고 싶어서요."

그러나 왠걸. 그 귀한 책들이 거실 책장에서 먼지 쌓인 채 외면받았고, 예쁜 책장에 꽂아두었지만 결국은 쓰레기가 되어 분리수거함에 가는 신세가 되었다.

어찌보면 그저 활자가 인쇄된 종이일 뿐이라, 그 끝은 결국 쓰레기 분리수거장으로 가거나, 재활용되어 다른 무언가로 재탄생되는 길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전에 조금더 오래, 애지중지 보관할 수도 있었을 텐데, 나의 둔함과 관리 소홀이 다소 부끄러웠다. 

책을 소유하는 일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본다. 책은 소유의 대상이자 보존, 관리의 대상이다.

그리고 소유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책을 읽고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읽지 않고 쌓아둘 책이라면 차라리 나눔을 해야겠다.

고명환님의 말처럼, 꾸준히 즐기고, 재밌게 읽되, 책을 방치하고 쌓아두지 말아야겠다. 


어느 사진 작가가 유명 여행지에서 자신만의 독서에 빠져 사색하는 젊은 이의 사진을 에세이로 쓴 글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굳이 여행지까지 가서 책을 읽어야 하나?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오히려 그런 특별한 곳에서 읽은 책이기에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소유하지 않되, 늘 가까이 책을 두는 방법.
그 현명한 지혜를 소유한 독서가가 되기위해 더 좋은 방법을 궁리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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