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비령 Mar 24. 2024

불행은 자유다.

쇼펜하우어의 글을 통해 바라 본 인생의 행복과 불행함에 대하여.

  요즘 서점가에서 대세는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인가 보다.

  실로 고백하자면, 내 경우에도 최근, 약간은 회의주의적이고, 부정적인 생각을 많이 한다고 느껴왔다.

당연한 것이 아닌가? 실로 충격적이고 견디기 힘든 기억은 사람을 지치게 만든다.


  그럼에도 그 모든 역경은 극복되어야 할 대상이고, 어떤 순간에도 미소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여겨왔다.

그것 또한 진리이다. 고난을 극복하고, 과거를 잊지 않고서는 남겨진 나날들을 살아갈 수가 없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종종 내게 작은 시련 앞에 굉장히 담대하고 차분히 대응한다고 표현한다.

'담대함과 차분함'은 실은 더이상 상처받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었는데도 말이다.


   많은 이들이 표현할 수 없는, 깊은 회의감에 표정을 잃어간다.

생기를 잃어가고, 열정을 잃어가고, 용기를 잃어간다.

'상실의 시대'란 이런 것일까.


  특히나 '나이 들어간다는 것'과 겹쳐질 경우, 인생의 많은 부분에 대해서 더이상 희망을 품지 않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그 희망이란 것이, 어떤 절대적이고 크고 이상적인, 비현실적인 닿을 수 없는 어딘가의 상상속 세계를 꿈꾸지 않게 된다는 것이지, 아주 사소하고 작은 일상의 순간에서조차 매 순간 절망적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이를 테면, '현실감각'이 커진다는 의미이고, 현실은 대개 꿈과 같지 않기에, 꿈을 꾸는 듯한 달콤하고 망상적인, 실현불가능한 '낭만'을 지양하게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람들은 왜 늘 행복해야한다는 목적을 지니고 인생을 살아가는 것일까. 사실 삶은 그저 '살아 있는 상태'일 뿐이다. 불행하든, 행복하든, 그것은 삶에 대해 느끼는 일시적인 감정일 뿐이지, 그러한 감정이 살아 있는 동안 변함없이 지속될 리는 없다. 행복했다가 불행했다가, 아무 감정도 없이 밋밋했다가, 지루했다가 하는 것이 인생이다. 어떻게 감히 인간의 모든 감정을 '행복과 불행'이라는 두 가지 카테고리로 나눌 수 있다는 말인가?

조금만 생각해 보면 어불 성설인 것이다.


  언어를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감정 형용사'에 관심을 갖게 되는데, 우리말은 다행스럽게도 감정표현이 세분화되어 있어, 마음을 표현할 방법은 많다.


예를 들어, 긍정적인 감정은 "즐겁다, 기쁘다, 만족스럽다, 유쾌하다, 경쾌하다, 설레다, 뿌듯하다, 경이롭다, 정겹다, 따뜻하다, 환하다, 홀가분하다......"

부정적인 감정은 "후회된다, 속상하다, 슬프다, 처량하다, 서글프다, 우울하다, 힘들다, 아프다, 안타깝다, 불만족스럽다......"

 

  우리 삶이 얼마나 다양한 순간들의 총합으로 이루어졌으며, 그 순간들을 한 장면 한 장면 살아낸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기적인지 느끼게 된다. 철학자 쇼펜하우어 님의 글을 읽을 때면, 불행과 행복의 기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고, 불행에 대해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허용된다는 것에 큰 위로를 받게 된다.

"저 지금 불행한데요, 그 불행이 전혀 불편하지 않아요.
인생은 원래 그런 것 아닌가요?"


이렇게 반문하고 싶다. 아마 이 질문을 들으신다면
더 없이 쓴 소리로 인생의 정곡을 찔러 주시겠지.


불행은 자유라고 생각한다. 행복해지는 것 또한 내가 선택한 감정일 테고, 불행하다고 해서, 그것이 기이하거나 기피해야 될 상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늘 행복한 것이 오히려 이상하지 않을까? 모든 일에 양면이 있듯, 불행이라는 단어 덕분에 행복이 더 빛나보일 테니까.



*** 불행한 일상에도 불구하고, 그것 또한 소중하고 행복한 순간임을 일깨워주시는 철학자 쇼펜하우어님의 명언들을 적어본다.***



"평범한 사람은 시간을 소비하는 데 쓰고, 현명한 사람은 시간을 이용하는 데 쓴다."
"인간은 누구나 홀로 있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인간의 행복은 홀로 잘 견딜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
"돈이란 바닷물과 같다. 그것은 마시면 마실 수록 목이 말라진다."
"행복하게 산다는 말은 덜 불행하게, 그럭저럭 견디며 산다는 의미일 뿐이라는 가르침으로 시작해야한다."
"타인과 교류할 때, 인간은 마치 달과 같다는 사실을 염두해두어야 한다. 그들은 당신에게 오직 한 쪽면밖에 보여주지 않는다."
"사교성이란, 사람들이 서로 정신을 따뜻하게 하는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정신적 온기를 충분히 지닌 사람은 굳이 무리를 지어 모일 필요가 없다."
"진정한 희망이란 바로 자신을 신뢰하는 것이다."
"타인의 잘못을 고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의 복리를 위해서는 가장 본질적인 것이 건강이며, 다음은 우리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 즉, 생계를 걱정하지 않을 정도의 지출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