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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비령 Jul 17. 2024

제대로 날 준비가 된 중년.

무엇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책 리뷰

하루 종일 비가 쏟아지는 7월의 중간에,

다소 서늘하게 느껴지는 에어컨 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통창이 3면으로 이뤄진 개방감 있는 카페에 앉아 책을 읽는다.

오랫동안 책상 한 켠에 방치했다가

날씨 탓인지 우울감과 허무감이 몰려오는 요즘.

다시 책을 펴드니, 그 안에 또 위로의 문장이 숨겨져 있다.


독서는 가끔 보물 찾기처럼 우리를 놀라게 한다.


내 맘을 꼭 담아놓은 것 같은

이해심 많은 글자들이

가지런하게 쓰여있는 하이얀 책장에 빠져들다 보면

막막하던 삶도, 이내 친근하게 다가온다.


오늘의 문장

: 중년이 되면 종종 삶이 출발점으로 되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전에 씨름했던 의문들이 다시 우리를 사로잡는다.....

사춘기 때처럼 삶의 새로운 지점에 서 있게 되고, 자신감과 절망감이 뒤섞인 야릇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인생에 대해 이제 좀 알 것 같다 하면서도 한편으론 질문들이 갑자기 바뀐 건 아닌가 싶어 두려워진다.

10대 시절처럼 삶의 책임감을 어깨에 져야 할지 말아야 할지 주저하고 망설인다.


(중략)


성인발달을 연구한 융은 중년을 인생의 오후라 했고

이때야말로 과거의 자신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자기 모습을 내다볼 수 있는 시기라고 했다.

레빈슨은 자신의 개성과 인간다움을 향유할 수 있는 이 시기를 '제 날개로 날 준비가 된 성인기'라고 했다ㅡ


중략


미지의 땅을 걷는 모험은 평생동안 끊임없이 마주치는 도전이다. 거의 모두가 한 번쯤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내가 왜 이 모든 짐을 지고 가는 거지?'하고 되묻는다.


"삶은 저기가 아니라 여기에 있다"


아....!

유레카까지는 아니지만

은근하게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삶을 뒤돌아보게 된다는 건

우리에게 그리운 시절이 생겼다는 의미이고

중년의 방황은

전지구적으로 누구에게나 생기는

자연스러운 발달과정이니,

사춘기 자녀만 위로하지 말고

고민하고 헤메이며 한숨짓는

우리 중년들의 마음을 헤아려줬으면 싶다.


이제야 비로소 제대로 날 준비가 되지 않았는가.

이제야 사라져가는 리즈 시절의 나를 스스로 되찾으며

잃어버린 자아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하며

작은 꿈 한 켠쯤은 가슴 속에 품어도 되지 않나.


야속하게 내리는 비에게,

그럼에도 우리는 비를 자양분 삼아

지치지 않을 거라고

소심하게 외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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