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비령 Dec 02. 2022

시든 꽃과 활짝 핀 꽃

이분법적 사고를 벗어나자. 

순수의 결정체, 동심 그 자체인 나의 사랑스러운 아들은 올해로 8년의 인생을 살아왔다.

어리고, 여리고, 장난끼 많고, 꾸밈 없는 감정 표현도 자주 하고, 애교도 많은 그 사랑스러운 아이를 통해,

나는 매 순간 인생을 다시 한 번 배운다. 

어른인 우리들은 마치 모든 것을 다 알아버렸다는 듯이 무엇에든 시큰둥한 인생을 살게 된다.

그러다가 천연덕스럽고 순수한 아이들의 때묻지 않은 모습들을 보면서,

인생이 이렇게 아름답고 좋은 것이었다는 단순한 사실을 다시금 새롭게 깨닫곤 한다.


사랑스러운 아들 녀석과의 대화,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통해 놓치기 힘든 

감격적이고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기에.

그런  소중한 찰나의 순간들을 잊지 않기 위해, 짧게나마 글로 남겨보려 한다.



episode1. "시든 꽃과 활짝 핀 꽃."


요즘 나의 아들이 내게 자주 하는 말 중에 하나는

"엄마, 차별하지 마세요."라는 말이다.


처음에 나는 "응? 그래. 알았어. "라고 흘려듣곤 했었다.

그러다가 아이가 자꾸 그 말을 하자 다시 되물어보았다.


"뭐라구? 뭘 하지 말라구?"

"차별이요. 엄마가 지금 차별했잖아요."

"아니 00아, 엄마는 그런 적 없는데."


"엄마가 지금 시든 꽃을 버렸잖아요. 시든 꽃도 꽃인데 왜 피어있는 꽃이랑 차별해요?"

"어? 이거? (버리려고 가위로 잘라서 식탁에 쓰레기처럼 버려둔 시든 꽃을 보며)"

"꽃은 다 꽃이에요 엄마 차별하지 마세요."

"응....(^-^;;;;) 이게 차별이구나..! 그렇구나. "



어른이 된 이후로 

무언가 쓸모 없어진 물건들이 가치없다는 생각에

아무렇지 않게 함부로 대하곤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시든 꽃도 활짝 핀 꽃도 그 본질은 같은 것인데,

고민의 여지도 없이 쉽게 함부로 행동하는 일이 많아졌다.


살면서 무의식적으로 이분법에 익숙해진 어른들의 시선과 달리, 

아이의 세심한 관찰의 눈동자 속에는 나의 그런 행동들이 차별처럼 느껴졌나 보다.

새삼스럽게 아이에게도, 시든 꽃에게도 미안해진다.


미안해, 시든 꽃들아.

피어있는 짧은 순간들을 제외한 

시들어 있는 수많은 시간들을 감내하며

버텨냈을, 너희들의 서글픔을 끝내 몰라줬었구나.

시들었다고,

이미 소용을 다 해버린 무가치한 것이라고 

함부로 판단하며

차별해서 

미안했어.





매거진의 이전글 인생은 놀이동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