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출발점에 서다.

이혼하면 좋은 점

by 은비령

몇 년 전 이맘때. 차가운 겨울 바람을 맞으며 쓸쓸히 서울 가정법원을 터덜터덜 걸어 나오며 생각했었다.


'이제 뭘 어떡해야 하나.'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하지?'

'내 인생은 어떻게 되는 건가.'


막막하고 두려웠다.

혼자서는 유모차에 태운 아이를 데리고 버스도 못 탔었는데.

이 모든 걸 나 혼자 감당해야 한다니.


비틀거리는 나를 일으켜 세워준 건.

헌신적인 부모님의 육아 도움과

한 없이 맑고 어여쁜 나의 아들의 존재였다.

햇살처럼 빛나는 이 아이를 두고

방황할 겨를 조차 없었다.


이혼 도장을 찍고 법원에서 나온 뒤로

내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장난감 가게에서 노래하는 오리 장난감을 사서

나를 기다리는 아이에게로 달려간 것이었으니.

짐작건대

그간

돌싱 생활을 버텨낸 것은 구 할이

아이 때문이었다고 할 수밖에.


그런데 요즘 들어

내 삶은 이대로도 괜찮을까.

의문이 들었다.


이혼 후 많은 분들이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모든 게 처음부터 다시 시작된다는 것이다.


사실 이것은 장점이자 단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누군가는 둘이서 함께 저만치 뛰어가고 있을 때

홀로 아등바등 뒤처져 있다는 사실에

가끔 현타가 온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위기는 곧 기회일 수도 있다.


가진 게 남보다 적지만

그렇기 때문에 잃을 것도 없고

이미 경험한 바닥은

생각만큼 엄청 무섭지도 않더라.


그저 담담하게

하루하루 걸어오다 보니

이제 무언가 허전한 마음도 들면서

앞으로의 나날을 어떻게 채워야 할지

생각할 여유가 생겼다.


이혼 후 기꺼이 추천할 수 있는 장점은

삶을 다시 시작할 두 번째

기회가 생겼다는 사실이다.

그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이제 당신의 역량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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