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계묘년 1월 1일.
바야흐로 신년이다.
사실 365일, 일 년이라는 개념은 보이지 않는 수학적이고 과학적인 경계에 불과하지만
한 해의 마지막이었던 어제와, 새로운 출발을 기약하는 오늘을 대하는
우리들의 마음가짐은 달라야만 할 것이다.
나는 올해 만 40세가 되었다.
'불혹(不惑)'
: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한다. 공자가 40세에 이르러 직접 체험한 것으로, 《논어》〈위정편〉에 이른다.
현생에 내게 주어진 유한한 삶의 몫 가운데에 반쯤 왔다고 생각하니
그간의 세월을 견뎌온 스스로가 대견하기도 하고, 앞으로의 남은 반은 어떻게 이어질지 걱정되기도 하다.
아마 인생의 전반기의 시간들은 이미 주어졌던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시기였다면,
후반전은 스스로의 역량과 마음 먹기, 실망하지 않고 계속해서 전진하는 노력에 의해 결정되지 않을까싶다.
지난 한 해는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었던 해였다.
한 해를 정리하면서 내 삶의 성적표를 매긴다면 몇 점이나 될까 생각해본다.
생각해보면, 삶을 숫자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인가 의문부터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수치를 좋아하니까.
객관화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가령 이런 것들이 있을 것이다.
1. 해당 기간 동안 재산의 증가나 감소, 실질 소득의 증가
2. 일 년 간 내가 읽은 책의 양, 관람한 공연의 갯수
3. 매일 아침 측정하는 몸무게나 bmi
4. 전화번호부에 등재된 연락처의 갯수
5. 작가라면 발행한 글의 갯수와 브런치의 통계 수치
6. 엄마라면 내 아이의 성적표.
7. 일 년 간 내가 참여했거나 운영한 모임의 개최횟수.
8. 차량의 주행기록이나 방문한 여행지의 갯수
9. 요즘 시대에는 스마트폰 사용량, 방문한 사이트와 통계 등
10. .....
쓰다보니 디지털화된 세상에서는 내 삶이 계속 통계화되어 타인에 의해 기록되고 있구나 싶어 놀랍기도 하지만, 이런 숫자들이 인간다운 삶을 재단할 수 있을리 없다.
숫자로 평가된 삶은 일견 객관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다분히 비인간적이다.
그저 "올 한해도 잘 살았다. 참으로 애써주었다. 힘든 일들 버텨내느라 고생 많았다. 너는 네가 할 수 있는 만큼 충분히 노력했다."라고 칭찬해주면 어떨까.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는 것은
신의 축복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과거야 어땠든 간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새 출발할 기회를 주셨으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새롭게 맞이하는 이 새벽이 참으로 감사하고 소중하다.
이렇게 주어진 하루 하루의 시간이 남아있다는 사실이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부디,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오늘의 새 아침이 행복한 시작이기를.
설렘과 행운의 시간들을 다시 살아갈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