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의 소통방식을 터득하다
웬만하면 연락 없는 아빠가 연락이 왔다.
“시간 될 때 전화 가능한가”
수업이 끝나고 전화를 걸었다.
“어. 왜”
전화하는 나도 아빠도 어색하다.
“%&$&*$$%$”
전화기 너머로 아빠방에서 어떤 상황일지 훤히 보인다.
컴퓨터로 바둑 두면서 티브이 켜놓고 핸드폰으론 유튜브 정치 채널을 본다.
분명 전화통화하느라 유튜브 소리는 안나야 하는데 주변이 너무 시끄럽다.
“너 수원에서 하는 거 말이야”
“수원?”
뜬금없이 수원이 왜 나오지?
“나 수원 말한 적이 없는데 뭔 수원이야”
“동생이 그러던데?”
난 남동생한테 얘길 한 적이 없는데 뭔 소린지
“엄마는 너 교육 끝나고 다른 거 한다던데”
“잉?”
“아무튼 그건 됐고”
“뭐가 돼? 엄마가 뭐라 했는데? 나 아직 교육받는데?”
“아 그래 아무튼간에”
“아빠 궁금하면 그냥 물어봐. 말을 왜 하다 말아”
“그 캄보디아 그런 거“
뉴스에 캄보디아 청년 납치사건을 봤는데 사태가 심각하더라.
하지만 딸 입장에서 나를 ‘돈이 급하다고 고액알바 공지를 보고 갈 정도로 나를 믿지 못하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십 대도 아니고.
나는 돈이 없어서 원하는 걸 못하면 ‘아 돈이 없어서 원하는 걸 못하네’ 하고 드러눕는 사람인데 말이다.
“아빠 내가 돈이 필요했으면 진작 벌써 갔겠지. 그리고 나는 알바도 다 최저시급인 데만 지원해”
“아무튼 알았다. ”
어릴 때는 이런 통화의 끝은 오해가 오해를 불러왔었다.
하지만 내가 나이가 들었다는, 조금 성숙해졌다는 걸까?
“아빠. 걱정돼서 하는 소리지?”
“그래. 걱정시키지 말고”
“알았어. 걱정 마셔”
“그래 어. 어 “
사실은 가족들에게 나의 생각과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20대 때는 외박하나 조차도 어려운 집이었으니까. 그러다 너무 집에만 있으니 이제는 좀 나가라고 생각했을 수 있겠다.
전에는 나를 너무 가둔다고만 생각했는데 우리 부모님은 나와 동생을 너무도 사랑해서 그런 거라고 이해한다.
그러면서 이제는 내가 결정한 것에 반대를 할지언정, 전에는 부모님 의견을 따랐지만, 이제는 그런 시기가 오면
냉정하게 내 갈길을 갈 것이다.
신기하지? 사람들이 나이 먹는 걸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데 말이다.
나이를 먹으면 좀 더 얼굴에 철판이 깔린다고 해야 하나.
겉으로는 부끄럼 타고 의견을 피력하지 못할 거 같아 보여도 내 안에서 내 생각은 점점 단단해져 간다.
이래서 올바른 생각을 하지 않으면 고집이 되는구나 란 생각도 든다.
고시텔에 있으면서 아쉬운 게 책이 없다.
요 근처 공공도서관이라도 한번 가볼까
엄마랑 통화를 했다. 잠깐 할 얘기가 있어서 통화했는데 22분이나 통화를 했더라.
그에 비해 아빠와의 통화다.
와 되게 길게 얘기한 거 같은데 1분이라니. 진짜 충격적이다.
그래서 아빠에게 내 지금 상황을 카톡으로 공유했다.
교육과정과 기관명을 알려주면서 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