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차 모든 게 멀게만 느껴지지만 확실한 건

9월의 나와 10월의 나는 다르다.

by 유희경


아프니까 체력이 휙휙 떨어진다.


몸이 으슬한게 없어지고 어지러움도 사라졌다.


길가는 중 바뀐 횡단보도 신호에 뛰어가서 건넜더니 인도로 도착하자마자 다리 힘이 확 풀려버렸다.


‘허벅지에 힘이 안 들어간다…’


심장은 쿵쾅되고 며칠 앓았다고 이리되는 게 맞나.


아직 회복기라고 생각해야 하나?




대망의 모의 테스트 날이다.


사실 나는 준비가 안 됐는데 기회를 주셨다.


기회를 주신 만큼 잘 해내야 할 텐데 걱정이다.



1차 실습 검사하는데 2시간이 넘게 걸렸다.


내가 지금 뭐 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하하;;


자격증이냐 현장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근데 너도 알잖아. 자격증으로 현장보장이 안된다는 걸.



고시텔에 도착하니 속이 후련하다.


나에게 은근 마음의 짐이었나 보다.


남은 기간 동안 칼질과 붙이는 연습에 더 몰두할 것이다.




주변에 불가마 사우나가 있다.


실습이 힘든 날이면 ‘사우나 가서 몸이나 지져야지’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여기 고시텔!


솔직히 방음이 잘 안 된다.


그런데 내가 비교대상이 없다 보니 고시텔에 방음이 엄청 잘될 거라는 기대는 없다.


오히려 집보다 더 뜨거운 물 그리고 수도꼭지 돌리자마자 나오는 이 뜨거운 물이 내 마음의 안식처다.


나중에 이 근처에 또 살 날이 온다면 이곳을 또 오리라.




어릴 때 색종이 접기를 배웠다.


동생도 같이 배웠는데 둘의 차이를 알 수 있었다.


첫 시작은 모서리 각을 맞추느라 애를 써도 완성작을 보면 모서리가 항상 뭉뚝한 나였다.


그에 반해 동생은 처음에 각 맞추는데 그렇게 시간투자를 하지 않는데도 완성작을 보면 각이 살아있었다.


웃기게도 손이 작은 나는 나보다 손이 큰 남동생보다 섬세하지 못하다.


그런 내가 재단을 하니 자르는 칼선마다 제각각이다.


마치 첫 소묘를 배울 때 직선을 그리면 항상 기울어져 나오는 내 선들처럼 말이다.


‘어릴 적에 배운 것들이 쓸모가 있을까?’에 나는 ‘있다’고 느낀다.


‘아 나는 손끝으로 하는 일에 섬세하지 못한 게 나는구나’를 알 수 있었고 직업을 구할 때 참고할 수 있었다.


하! 하! 하! 이를 어째 하필 내가 선택한 게 이것인데




선배님이 말했다.


우리 조가 섬세하다고.

그렇게 하면 안 는다고.

대충이라도 여러 번 붙여봐야지.

디테일은 나중에 살리는 거라고.


그러게 말입니다.


초보가 왜 초보냐면 뭘 모르는지도 모르는 게 초보니까 말입니다.


현장 가서 청소 1년 정도 하면 붙이는 날이 올까요…


그래도 9월의 나와 10월의 나는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위안 삼아 본다.

먹어야 산다… 계란 세개야 내 근육이 되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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