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일식당 '아리'
이 글은 절교했던 친구와 다시 연락하게 되면서 30대 후반의 두 친구가 함께 다녀온 제주여행 이야기를 엮은 시리즈 중 한 편입니다.
나 : 엄마가 애들 돌봐주시느라 고생이 많으시겠다.
친구 : 그렇지. 다른 사람한테 애 맡기는 건 나도 못 미덥긴 하지만, 우리 엄마도 싫어해.
나 : 자기 손주니까 체력이 있으면 직접 보고 싶으신 거지.
친구 : 응. 그래서 나는 감사한데 뭐 해드릴 게 없으니까 용돈을 넉넉히 드리거든. 그런데 금전이 오가다 보니까 뭔가 예전만큼 관계가 자유롭지 못한 느낌이야.
나 : 엄마도 너도 서로 눈치 보게 되는?
친구 : 좀 그런 게 있어. 우리 언니 같은 경우는 엄마랑 진짜 친하거든. 맨날 통화하고 서로 정말 대화도 잘 통한달까? 그런데 나는 막 그렇게 싹싹하게 못 하는 성격인데 심지어 우리 애를 봐주고 계신 거잖아. 그러니까 편하게 좀 내 의견 말하고 그럴 수 있는 것도 매끄럽게 소통이 어려워. 엄마가 딸이 돈 준다고 생색낸다 그럴 수도 있잖아. 엄마는 엄마 나름대로 나한테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도 돈을 받으시니까 참는 게 있으실 거고.
나 : 서로 정서적으로 친밀하면 돈이 오가는 사이여도 터놓고 얘기할 수 있을 텐데 그러기 쉽지 않지. 나도 엄마랑 잘 맞는 스타일은 아니거든. 내가 엄마 말에 반대 의견을 얘기하면 엄마는 그걸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셔서 본인이 거부당했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 화를 내시거나 서운하다고 우시기도해. 차분하게 서로 다른 의견을 나누는 게 우리 부모님 사이에서도 못 봤지만, 엄마와 나 사이에서도 안 됐어. 결혼하고 나서부터 용기 내서 내가 얘기하기 시작했지. 처음에는 엄마가 엄청 격분하고 막 서운해하셔서 이모들한테까지 딸 욕을 하고 그랬거든. 본인의 감정에 대해 공감받고 싶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예전보다는 엄마랑 대화하는 게 좀 편해졌어. 그런 단계가 좀 필요한 것 같아.
"엄마, 모든 관계는 상대적인 거야.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고."
그 무엇보다도 미묘하다는 모녀관계에 해답이 있을까? 다른 인간관계와 결국은 똑같다. 그날 내가 먹은 아리의 요리들처럼, 급하지 않게 서서히 노력을 들이는 것.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통제하려는 욕심을 내려놓을 것. 돌이켜 나의 모습도 객관화해서 바라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