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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치 May 11. 2022

#12. 3월은 겨울 캠핑, 4월은 여름 캠핑

날씨 변화, 실화인가

이상하다. 분명 한 달 전은 겨울이었는데 이번 달(4월)은 여름이다.

이상 기후가 반갑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맑은 햇빛과 따뜻한 날씨는 사람을 설레게 한다.


눈과 추위에 떨던 게 엊그제인데, 한 달 만에 가벼운 재킷도 덥게 느껴진다. 점점 더워지는 4월의 날씨에 다가오는 캠핑이 기다려진다.


좌: 3월 19일 / 우: 4월 23일


이번엔 제천 계곡으로!

캠핑장을 선택할 때 아이들의 놀거리 유무가 꽤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캠핑철 주말에 좋은 자리 잡는 것도, 아니 예약하는 것 만도 힘드니 놀거리까지 따지는 것은 욕심이다. 너무 멀지 않은 곳에 적당히 깔끔한 시설의 오토캠핑장이면 고맙게 예약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에 운 좋게 계곡 바로 앞 새롭게 단장한 캠핑장을 알게 되었고, 아직 자리가 여유 있어 친구와 2박 3일로 제천 '꽃댕이 캠핑장'을 예약할 수 있었다. 시설도 깔끔한데 앞에 계곡까지 있다니! 아이들도 따뜻해진 날씨에 잘 놀 수 있을 거고 어른들도 계곡을 바라보며 맥주 한 잔! 캬..


드디어 출발일, 주로 우리는 금요일 오후에 출발하여 일요일 오전에 돌아오는데 변수가 생겼다. 올해 방과 후 수업이 다시 오픈되었는데, 유일하게 듣는 우쿨렐레 수업이 딱 금요일 오후라는 것. 절대 우쿨렐레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는 딸의 의견을 존중하여 우리는 4시쯤 느지막이 출발하였다.


가는 길, 캠핑장 들어오는 길이 좁으니 조심하라는 친구의 연락을 받고 얼마나 좁길래? 하고 궁금했지만, 내가 트래버스를 끌고 다닐 수 있게 하는 일등 공신 '어라운드 뷰'가 있으니 크게 걱정은 안 되었다. 하지만, 험한 캠핑장 많이 다녀봤지만 이곳은 역대급이다. 길은 깨끗하나 폭이 좁은 길이 구비구비이고 바퀴가 빠지면 차가 떨어질 수 있을 정도로 깊어 운전이 익숙하지 않으면 꽤 어려운 길이다. 어라운드 뷰를 켜고 살금살금 진입하는데 이젠 비포장 도로가 나온다. 오프로드 모드를 켜고 낑낑거리고 올라갔으나 산 중턱 어떤 집 마당에서 길이 끝난다. 내비게이션의 시골길 안내는 믿으면 안 된다. 사장님과 통화하니 저 밑에서 손을 흔드시는 모습이 보인다. 좁은 길에 커브 도느라 긴장해서 이정표를 놓쳤던 거다. 


7시가 넘어 도착한 캠핑장은 벌써 어둑어둑하다. 아이 저녁도 먹여야 하고 텐트도 쳐야 하는데 마음이 급하다. 순간 우쿨렐레가 원망스러워진다. 하지만, 딸도 군소리 없이 잘 따라나서는데 유일하게 재미 붙이는 악기인 우쿨렐레 수업을 하지 말라면 안 되는 거지.


친구 남편이 도와주어 빠르게 텐트를 치고 대충 테이블을 펴 미리 캠핑장으로 배달시켜 둔 문어와 소고기로 저녁을 먹었다. 캠핑장에서 마시는 술은 왜 주량 걱정 없이 들어갈까? 괜찮다. 내일은 하루 종일 쉴 테니까..

진화하는 캠핑 요리, 이제 해산물까지 진출!




좋았던 기억만 남기기

캠핑장에서 눈을 뜨면, 떠나야 할 날과 아닌 날에 온도가 많이 다르다. 다음 날 출발할 것이므로 확실히 마음의 여유가 있다. 일찍 자서 부모를 편하게 해주는 친구 아이들은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 노느라 바쁘다. 그 순간 늦게 자지만 아직 꿈나라인 아이가 예뻐 보인다. 


모두 일어나 아침 먹고 아이들 물놀이 용품과 수영복까지 챙겨 온 친구의 재촉에 서둘러 계곡으로 내려갔다. 친구를 통해 듣기는 사장님께서 이끼가 많아 아직 물놀이는 하면 안 되다 하여 발 정도 담그는 건 어떻냐 물으니 괜찮다고 하셨다 한다. 어차피 날이 흐렸다 맑았다 하니 아직 물에 첨벙하긴 이르다. 그래도 애들 잠시라도 물총놀이라도 하라고 계곡에 내려갔다. 잠시지만 따뜻해진 봄에 물총놀이를 신나게 하는 아이들 보니 기분이 좋다. 물총 맞은 어른들도 추운데 아이들은 정말 발만 담갔는데도 금세 벌벌 떤다. 


겸사겸사 샤워실로 데려가 모두 씻겼다. 그 사이에 계곡에 내려가지 말랬는데 왜 내려갔냐는 사장님과 발 담그는 건 괜찮다 하지 않았냐 하는 친구와의 언쟁이 있었고 잠시 분위기가 서먹해진다. 직접 본 게 아니기에 그 누구의 편도 들 수 없고 서로 너무 기분 상하지 않도록, 모처럼의 캠핑을 망치지 않도록 중재하는 것 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래도 더 이상 분위기는 나빠지지 않고 마무리돼서 다행이다.


캠핑오면 먹어야쥬


언제나 느끼지만, 2박 3일로 오면 이튿날은 정말 한가하다. 먹고 노는 것 밖에 할 게 없다.

계획쟁이인 나에겐 그 시간이 가끔 불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뭔가 계획 세우고 그걸 하고 있어야 할 것만 같다. 제천시장과 활공장이 있는 카페도 가보고 싶었으나 좁은 진입로를 생각하면 그 생각이 쑥 들어간다. 내일 갈 때도 지나야 하는데 최대한 안 나가기로 한다. 그래! 이런 시간과 여유 나에게 꼭 필요하다며 맥주로 불안한 마음을 가라앉힌다.


계곡 보며 마시는 맥주.. 

바쁘고 정신없는 누군가가 본다면 꽤 부러운 순간! 그 순간에 내가 있음에 감사하며 캠핑을 즐겨보자.


그러나..

점심을 먹고 맥주를 한 잔 해도 할 게 없다. 아 심심해..

아이들 데리고 근처 한 바퀴 돌며 사진 찍어주고 짐 정리해도 할 게 없다. 


결국,

또 먹었다. 잘 때까지 먹고 쉬고 먹고 쉬고를 반복했다.

그 와중에 아이가 오로라! 라며 하늘을 가리킨다.

나는 오로라를 본 적도 없고 봐도 구분할 수도 없다. 다만, 하늘의 저것이 오로라이건 아니건 아이에겐 엄마와 캠핑 와서 별이 가득한 하늘에서 발견한 오로라로 남을 것이다. 아름다운 기억으로 오래오래 남았으면 좋겠다.



오로라/ 꼭 로고가 보이게 찍어야 하는 새 텐트 / 늘 고마운 친구네 불멍




캠핑의 매력

전 날 많이 정리를 해놨음에도 언제나 정리는 힘겹다. 무엇보다 점점 체력이 빠지며 속도가 느려질 땐 버겁기도 하다. 짐을 줄이고 싶은 생각이 가득 차면서도 마음 한편 또 어떤 걸 살까? 고민하게 된다. 해먹이 있으면 아이들이 더 즐거워할 것 같고, 날이 뜨거워지니 타프도 필요할 것 같다. 시간 나면 캠핑에 어떤 게 필요하고 어떤 게 필요 없을지만 궁리한다. 


그렇다.

제대로 캠핑 지옥에 빠졌다. 그러나 지옥에 빠졌다면 너무 부정적이니 캠핑의 매력에 빠졌다고 정정한다.


내가 생각하는 캠핑의 매력은..

1. 평소 안 하던 육체노동을 하게 되니 복잡한 생각을 할 틈이 없다.

2. 캠핑장으로 이동하며, 집으로 돌아가며 아이와 둘이 하는 드라이브가 꽤 즐겁다.

3. 정말 미친 듯이 할 일이 없는 시간이 생긴다. 

4. 휴대폰을 안 보게 된다.

5. 밀키트여도 삼시세끼 직접 아이 밥을 챙기게 된다.

6. 친구와 같이 가면 서로 모르던 면도 알 수 있게 되고, 육아도 도와주며 더 돈독해진다. 

7. 나만의 장비를 모으는 것은 꼭 장난감을 모으는 것 같은 그런 재미가 있다.

8. 사계절 날씨와 산의 변화를 눈에 담을 수 있다.

9. 불멍하며 마시는 술의 달콤함은 두 말하면 입 아프다.

10. 무엇보다 하루 종일 앉아서 컴퓨터만 보는 나를 밖으로 나가게 해 준 고마운 녀석이다.




약간 안 좋을 뻔한 일이 있었지만 아이들도 어른들도 실컷 놀고 즐거운 캠핑이었다. 그러나 아무래도 여럿이 가면 아이와 둘만의 대화나 시간은 확실히 줄게 되어 다음엔 모녀 캠핑 컨셉으로 돌아가 아이와 둘이 가고 싶다. 난로를 안 챙겨도 되니 작은 차에 미니멀하게 챙겨서 떠나는 상상을 자주 한다. 맘 같아선 5월 매 주말 다니고 싶지만, 모든 행사가 5월에 모여 있어 어디 못 가니 마음으로만 떠나고 있다. 6월을 공략해 봐야겠다. 

그리고, 다음엔 책을 꼭 가져가야겠다. (먹기만 하는 캠핑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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