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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치 Jun 27. 2022

#13. 벌써 더운 5월 캠핑, 장비로 버티기

버티기 성공했을까? 과연..

캠핑을 시작한 작년, 더운 여름과 추운 겨울을 야외에서 보낼 자신이 없고 무엇보다 장비도 없어 깔끔하게 여름과 겨울은 캠핑을 쉬었었다. 올해 2월, 캠핑을 다시 시작하면서 겨울 장비를 들이게 되었고 매달 다니는 캠핑 재미에 빠져 여름까지 도전해보기로 한다.


그렇다면 뭐?

더운 날씨를 버틸 장비를 마련해야 한다.

분명 시즌이 되면 품절로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할 것이기에 캠핑 에어컨, 제빙기를 미리 준비하였다. 거대한 팬히터가 빠진 자리에 그에 못지 않은 사이즈의 에어컨이 들어가니 난방 장비가 빠져도 차에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꽉 찬 트렁크를 보며 다시 한번 미니멀 캠퍼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강촌 스칼라 캠프로 출발!

오후 반차를 내고 아이 하교 후 바로 출발하면 딱 좋을 텐데, 방과 후 우쿨렐레 수업은 절대 빠질 수 없다는 아이의 의견을 존중하여 4시쯤 출발하였다. 그래도 도착 예정시간을 보니 쉬지 않고 가면 저녁 전에 도착할 수 있겠다. 그러나 아이는 요즘 꽂힌 마라탕이 먹고 싶다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고, 처음엔 노래로 시작했지만 점점 강한 요구로 바뀌고 있었다. 이미 저녁 메뉴를 차에 잔뜩 싣고 가고 있는데 마라탕을 어딘가 들러 픽업하기도 그렇고, 무엇보다 시간이 빠듯한데 속이 탄다.


아이의 마라탕 요구가 귀에 거슬리기 시작할 무렵, 나도 화장실이 너무 가고 싶어졌다. 덕소 초입이라 왠지 근처에 마라탕 식당이 있지 않을까? 하여 잠시 차를 대고 검색해보니 주변에 있다. 그래, 화장실도 가고 마라탕 노래도 멈추자. 먼저 도착해있는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두 가지 모두 해소 후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기는 마라탕을 싣고 캠핑장에 도착했다.


인기있던 가운데 C존은 좁을 것 같아 좀 더 비싸도 넓은 F 존을 했더니 가운데 큰 타프를 치고도 여유가 있다. 오자마자 테이블부터 펴서 마라탕 밥상을 차려주고 나는 세팅 시작! 이번엔 난방 장비를 텐트 안에 넣지 않아도 되서 작은 텐트와 혼자서도 칠 수 있는 타프를 들고 왔더니 엄청 간단하다. 게다가 친구네가 미리 큰 타프를 쳐놔서 너무 늦지 않게 저녁 식사에 술도 한잔 할 수 있었다.


아침부터 더운 하루

강촌 톨게이트를 지나면 편의점에 들러 아이 우유를 사려했는데, 정말 한 개도 볼 수 없어 바로 캠핑장으로 왔었다. 캠핑장에 잘 갖춘 마트가 있지만 흰 우유는 팔지 않는다. 아이에게 우유 말고 다른 걸 아침으로 먹자고 꼬셔봤으나 어림도 없다. 덕분에 강촌역까지 가서 우유를 사 왔다. 강촌역 주변에 가니 옛날 기억이 솔솔 난다. 차가 없던 어린 나이에 답답하면 기차 타고 왔던 강촌.. 그땐 참 사람도 많고 활기찼는데 지금은 한적하고 조용한 동네가 된 것 같다. 사실 내 나이엔 지금의 분위기가 더 좋지만, 너무 바뀐 모습에 추억이 사라진 것 같아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캠핑장에 돌아왔다. 그리고 더위와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전 날 차에서 꺼내지 않았던 에어컨도 틀었다. 그런데 어디 감히 에어컨이라는 이름을 붙이는고! 내가 아는 에어컨은 이런 게 아닌데 말이다. 좀 센 선풍기 바람이다. 게다가 엄청 무겁다. 이 무거운 선풍기로 푹푹 찌는 더위를 쫓기는 어림도 없다. 그나마 제일 잘 샀다고 생각한 건 제빙기! 꽉 찬 얼음통에서 얼음을 아낌없이 꺼내 먹으니 그나마 좀 낫다. 그래, 집에서도 쓰면 되지! (그러나 집에 얼음 정수기가 있다는 사실..)


그나마 오전은 타프 밑에서 선풍기로 버틸만했다. 점심을 먹고 해가 중천에 뜨자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다. 더워서 애들도 놀거리가 없다. 안 되겠다. 탈출하자.


장비병의 가장 큰 수혜자 딸 / 시원한 구곡폭포 계곡(폭포사진은 아닙니다)


탈출! 아주 잘 한 선택!

우리 아이가 독차지했던 해먹과 그나마 선풍기보다는 나은 에어컨을 친구 남편에게 선사하고 여자들과 아이들만 구곡폭포로 향했다. 거리도 가깝고 무엇보다 숲 속이라 덥지 않다. 오히려 선선한 바람이 분다. 가뭄이라 물이 많지는 않지만 어린아이들 발 담그고 놀만한 계곡도 있다. 우리 12살 새침한 언니는 벌레가 있다며 들어가지 않았지만 아직 어린 친구 아이들은 수영복까지 입고 와 신나게 놀았다. 다시 한번 캠핑장에서 탈출하기 참 잘했다. 여유롭게 시간 보내고 고기를 좀 사서 캠핑장에 돌아오니 더위가 많이 가셨다.


어른들은 와인 한 잔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아이들은 야외극장에서 영화도 보고 편안한 저녁이었다. 오전에 더워서 힘든 기억은 또 싹 잊힌다. 저 멀리 아름다운 노을만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 전용 극장 / 강촌 산자락을 바라보며 공부 중 / 계란같이 생긴 엄마라며 아이가 지어준 닉네임 '정계란'



다시 시작된 더위와의 싸움

친구는 일정이 있어 아침 일찍 서둘러 출발했고, 우리도 슬슬 집에 갈 준비를 했다. 그러나 9시도 안 되었는데 날이 더워지기 시작한다. 더위와 약간의 숙취에 동작이 느려진다. 정말 너무 더워서 다 버리고 오고 싶을 정도다. 세월아 네월아 정리하다 보니 12시가 다 되어서야 끝이 났다. 아이가 심부름을 계속 해줬는데도 몸이 힘들어 그런지 속도가 나질 않는다. 출발하는 차 안이 천국 같다. 고마워 에어컨!




5월도 이렇게 더운데 앞으로 여름 캠핑을 할 수 있을까? 7월에 예약해둔 곳은 다행히 바닷가라 더우면 물에 들어간다 쳐도 물이 없는 곳은 힘들 것 같다. 야외에서 즐거운 시간 보내려다 더위 먹고 병날 것만 같다. 우선 8월은 쉬어 보자. (그래서 8월은 수영장 있는 풀빌라를 예약했다.)


그리고, 해외 출국/입국 절차가 점점 쉬워지자 슬슬 멈추었던 해외여행도 가고 싶어 진다. 시간 날 때마다 숙소와 항공권을 검색한다. 발리 우붓도 가고 싶고 베트남 푸꾸옥도 가보고 싶다. 그러나, 반토막 난 주식과 너무나 비싸진 항공권이 발목을 잡아 아직 지르진 못하고 있다.


우선, 7월에 예약한 두 번의 캠핑부터 무사히 잘 다녀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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