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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치 Apr 14. 2023

오늘은 가장자리 마사지입니다

우리만의 수면의식

초등학교 6학년, 13살 여자 아이는 매우 차가워요.

같은 또래의 엄마들은 그들의 냉랭함(싸가지)에 대해 잘 알거라 생각해요. 일상적인 질문도 조심히 해야 해요. 어떻게든 꼬아서 엄마를 공격하거든요. 참 창의적이죠.


커가는 과정인 걸 알지만 엄마는 사실 마음이 아려요. 밤잠 못 자고 내 몸도 못 챙기며 키웠는데, 이제 다 컸다고 엄마를 불필요한 존재처럼 대하거든요. 가벼운 스킨십에 잘못 먹은 거라도 있는 거처럼 괴로워하는 걸 보면 너무 슬퍼요. 아직은 너무 지켜주고 싶고 사랑스러운데 말이죠. 제 품에 안기어 동그란 눈을 깜박거리며 행복해하던 아이와 함께 하던 순간이 많이 그리워요. 그런데, 하루 중 잠시나마 아이의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았어요.


그 방법은 바로, 마사지예요.

전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자주 마사지를 해줬어요. 마사지해 준다고 다리가 길어지겠냐만은 다리를 꼭꼭 눌러주면 좋아서 쭉쭉이 하는 게 너무 귀여웠거든요. 마사지송까지 지어 불러주면 아이가 참 좋아했어요.


빨래를 하자~ 빨래를 하자~ (빨래하듯이 종아리를 양손으로 살살 비틀기 )
노폐물을 빼자~ 노폐물을 빼자~ (발바닥을 엄지로 밀어주기)
뽕따 뽕따 뽕따 뽕따 (발가락 한 개씩 당겨주기)


마사지를 받고 행복한 표정으로 잠든 아이를 보면 하루 피로가 싹 풀린 것 같았죠. 곧 일어나 이유식을 끓이고 빨래를 개야 했지만, 아이의 행복한 표정이 고단함을 이길 수 있는 에너지가 되었던 것 같아요.




"언제 잘 꺼야? 엄마 내일 출근해야 하니 먼저 잔다~"


최근엔 이랬어요. 늦게 자는 아이가 감당이 안 되어 저부터 잠자리에 들게 된 거죠. 저는 더 잘 수 있어서 좋고 아이도 그게 더 편하다고 하나, 뭔가 께름칙한 게 느껴졌어요. 엄마부터 자라고 하지만, 날 기다리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아이 재우는 것만큼은 다시 해보려고 최대한 아이를 일찍 재우고, 늦게 자더라도 아이부터 잠자리에 들게 하고 있어요.


어느 날, 일찍 자야 하는 게 못마땅한 딸에게 '엄마가 마사지해 줄까?' 하고 물었더니, 시큰둥하게 '그래~' 하더라고요. 이것은 좋다는 신호! 바로 아로마 마사지 오일을 발라 정성스레 다리 마사지를 해줬더니 기분 좋게 잠이 들었어요. 그날은 제가 이마에 뽀뽀를 해도 가만히 있더군요.


그래서, 다시 시작했어요.

아이가 잠자리에 누우면 라벤더향이 나는 미스트를 가볍게 뿌린 후 마사지를 해주고 이마에 뽀뽀까지 하면 우리의 잠자리 의식은 평화롭게 끝이 나요. 다음 날 짜증을 내는 횟수도 확실히 준 것 같아요. 좋아서 배시시 웃거나 간지럽다며 소리 내어 웃을 땐 아기 때 생각이 나서 뭉클하기도 해요. 


그러나 매번 똑같은 마사지는 금물이에요. 그래서 가장자리 마사지를 개발했어요. 아이를 옆으로 눕히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몸의 가장자리를 살살 꼬집듯이 마사지(바느질 하듯이 손을 놀리며, 스티치! 스티치!하는 효과음도 필수에요) 해 주면 시원하다고 정말 좋아해요. 눈물이 날 정도로 피곤한 하루여도 빼먹지 않고 해 준답니다. 


좀 더 커서 아이가 '왜 이래 징그럽게~!' 할 때가 올 수도 있겠지만, 그전까진 매일 해주려 해요. 잠깐이나마 아기 때의 밝은 웃음을 보여주는 그 시간이 참 소중하거든요.




급격한 호르몬 변화와 독립적인 인간으로 자라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우리 아이들도 참 힘들 거예요.

이해는 하지만, 화살을 고스란히 맞는 엄마로서 많이 힘들죠. 정말 사춘기는 아직 오지도 않았는데 하루에도 여러 번 큰 숨을 삼켜야 합니다. 그러나 아이가 표현을 하지 않아도, 엄마의 사랑을 원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고 늘 다짐해요. 잠시나마 섰던 날을 내려놓고, 엄마와 딸의 본질적인 관계로 돌아가 함께 하는 따뜻한 순간을 글로 기록하고 싶어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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