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등교거부
가슴이 답답하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지금 아이는 학교 계단에 앉아 있다.
오늘은 선생님께서도 데리러 가지 않으실 거라 하신다.
아이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다시 시작된 등교거부
2년 전, 온라인 수업이 대면 수업으로 전환되고 아이는 부쩍 학교에 가기 힘들어했다. 이유는 친구가 없기 때문이다.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아이의 성향을 잘 알고 있기에 그 마음 이해하지만, 어렵게 간 학교에서도 수업에 들어가지 않고 버티니 담임 선생님, 상담 선생님, 교감 선생님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 힘든 시간을 보냈었다. 그래도 너무 고맙게도 먼저 손 내밀어준 친구들이 있어 자연스레 등교 거부는 해결되었다.
그러나, 그 고통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유는 역시 친구다. 초반 적응에 오래 걸리는 아이기에 제발 친한 친구와 한 반이 되기를 기대했는데 다행히 근처에 사는 친한 A와 한 반이 되었다. 그리고 같이 어울리는 무리도 생겨 아이는 즐겁게 6학년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친구와 조금이라도 더 놀기 위해 8시 20분이면 뛰어 나가던 아이의 등교 준비가 조금씩 늦어지고, 그걸로 인해 외할머니와도 마찰이 생기기 시작했다.
무슨 이유일까? 들어보니 아이와 친구 무리를 이어주던 A가 여행으로 일주일 간 등교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이에게 들은 바로는 A가 없으니 나머지 아이들이 아이를 무시하고 어색하게 대했다고 한다. 예민한 아이 성향을 잘 알기에 "조금 어색했을 수도 있겠지만, 너를 무시한 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곧 A가 여행에서 돌아오니 그때 다시 놀면 되지"하며 가볍게 넘어갔었다. 그러나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었다.
아이의 등교는 점점 늦어지고, 심지어 학교에 가서도 교실에 들어가지 않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선생님을 통해 듣기로는, 그 무리와는 여전히 어색하며 쉬는 시간에도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다고 한다. A가 아이와도 친하지만 그 무리와도 친하기에 A가 그들과 어울리고 있으면 더 굴을 파게 되는 것 같다. 선생님께서도 아이가 다시 어울릴 수 있도록 보드게임과 과자 파티 등을 열어 주시고, 일부러 다른 아이들과 친구 될 기회를 만들어 주시는 노력을 하셨지만 친구는 억지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오늘..
주말에 즐겁게 캠핑도 다녀오고 기분 좋게 마사지까지 해서 잘 재웠다. 그러나 아이의 근본적인 고민이 해결된 것은 아니라 월요일이 되니 다시 학교에 가기 싫었나 보다. 일찍 깨웠지만, 샤워를 한 시간이나 하며 시간을 끌고 9시가 넘어서야 등교를 했다. 월요일은 재택근무 중이라 옆에서 볼 수 있었지만, 웬만하면 자극시키지 않기 위해 늦게라도 가는 게 어디냐며 잔소리를 몇 번이고 삼켰더랬다.
그리고, 교실에 들어오지 않고 계단에 앉아 있다는 선생님의 연락을 받았다. 선생님께서는 오늘은 데리러 가지 않을 것이라며, 달래서 데리고 오는 게 반복되니 더 의지하는 것 같다고 하신다. 아이가 걱정되지만, 선생님 말씀도 충분히 공감되기에 우선 기다려보기로 한다.
점심시간까지 안 들어가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딸은 차가운 계단에서 몇 시간째 앉아있는데 살고자 밥을 먹는 내 모습이 참 한심하다. 당장이라도 데려오고 싶지만, 우선 아이가 용기를 내보기를 기다려본다.
네 마음이 어떨까?
시끌벅적한 쉬는 시간에 외롭게 앉아 있는 아이를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그 아이들을 찾아가 "우리 딸이랑 같이 놀 수 없겠니?"라며 부탁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반면, 스트레스로 집에서의 짜증도 늘고 있어 가끔 화도 난다. 왜 이렇게 예민하고 소심하여 고작(?) 친구 문제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 것인가 하는 엄마답지 않은 생각도 불쑥 고개를 든다. 얼굴도 뵌 적 없는 선생님께 늘 죄인이 되고, 아이에게 한 마디 들은 엄마의 불평에도 할 말 없게 만드는 딸이 미워지기도 한다.
나도 사람이기에 억울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딸이 의지하고 안전한 곳은 오직 엄마라는 세상 하나뿐이니 내가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아이에게 맞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누가 이럴 땐 이렇게 하세요~라고 알려주면 참 좋을 텐데... 내 옆엔 내가 힘들면,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표정의 더 약한 엄마뿐이라 엄마도 챙겨야 한다.
너를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
오전 급한 업무를 마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브런치를 검색했다.
그러다 비슷한 상황의 '골방여자'님의 브런치북(https://brunch.co.kr/brunchbook/middle)을 우연히 보게 되었고 모든 글들을 꾹꾹 눌러가며 읽었다.
초6에서 중3으로, 여아에서 남아만 다를 뿐 아이의 성향과 너무 닮은 아이.. 그 아이는 지금 잘 극복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11편의 글 안에 묻어 있는 어머님의 고통과 고민에 너무 공감이 되는 한편,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위안도 되었다. 더불어 아이가 튼튼한 어른으로 자랄 때까지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살짝 감도 잡을 수 있었다. (힘든 글이었을 텐데 정말 고맙습니다.)
평소 아이를 윽박지르고 훈계하는 게 아이한텐 어떤 도움도 되지 않고 아이를 이해하고 천천히 다가가고 인내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닥치면 내가 아이를 잘못 키운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과 후회에 힘들었는데 내가 옳게 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골방여자님께서 도움을 받았다 하신 '무기력의 비밀'도 주문해서 꼼꼼히 읽어볼 생각이다. 아이가 상담과 병원에 적극적이라면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게 빠르겠지만, 그게 참 어렵다. 우선은 책을 통해 아이와 비슷한 성향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 아이가 다가올 때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도록 나부터 준비를 해야겠다.
아무렇지 않게 대할게
밥도 못 먹고 얼마나 배고프고 외로울까.. 데리러 가고 싶은 마음 참고 글을 쓴다.
전화기를 통해 들리는 목소리는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라며 차갑지만, 집에 올 때 아이는 한껏 기가 죽어 들어올 것이다. 내심 혼날까 걱정도 될 것이다.
오늘은 그저 많이 힘들었겠다며 안아줄 생각이다. 방법은 차차 찾아보되 오늘은 아픈 아이 마음을 토닥거려 주는 게 더 먼저일 것 같다. 무엇보다 아이의 고민이 빨리 해결되기를 기도해 본다.
사랑한다 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