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길치 Jun 12. 2023

학교 계단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

또다시, 등교거부

가슴이 답답하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지금 아이는 학교 계단에 앉아 있다.

오늘은 선생님께서도 데리러 가지 않으실 거라 하신다. 

아이가 스스로 움직일 수 있도록...




다시 시작된 등교거부

2년 전, 온라인 수업이 대면 수업으로 전환되고 아이는 부쩍 학교에 가기 힘들어했다. 이유는 친구가 없기 때문이다. 먼저 다가가지 못하는 아이의 성향을 잘 알고 있기에 그 마음 이해하지만, 어렵게 간 학교에서도 수업에 들어가지 않고 버티니 담임 선생님, 상담 선생님, 교감 선생님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 힘든 시간을 보냈었다. 그래도 너무 고맙게도 먼저 손 내밀어준 친구들이 있어 자연스레 등교 거부는 해결되었다.


그러나, 그 고통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유는 역시 친구다. 초반 적응에 오래 걸리는 아이기에 제발 친한 친구와 한 반이 되기를 기대했는데 다행히 근처에 사는 친한 A와 한 반이 되었다. 그리고 같이 어울리는 무리도 생겨 아이는 즐겁게 6학년을 시작하였다. 그런데, 친구와 조금이라도 더 놀기 위해 8시 20분이면 뛰어 나가던 아이의 등교 준비가 조금씩 늦어지고, 그걸로 인해 외할머니와도 마찰이 생기기 시작했다.


무슨 이유일까? 들어보니 아이와 친구 무리를 이어주던 A가 여행으로 일주일 간 등교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이에게 들은 바로는 A가 없으니 나머지 아이들이 아이를 무시하고 어색하게 대했다고 한다. 예민한 아이 성향을 잘 알기에 "조금 어색했을 수도 있겠지만, 너를 무시한 건 아닐 수도 있지 않을까? 곧 A가 여행에서 돌아오니 그때 다시 놀면 되지"하며 가볍게 넘어갔었다. 그러나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었다.


아이의 등교는 점점 늦어지고, 심지어 학교에 가서도 교실에 들어가지 않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선생님을 통해 듣기로는, 그 무리와는 여전히 어색하며 쉬는 시간에도 혼자 덩그러니 앉아 있다고 한다. A가 아이와도 친하지만 그 무리와도 친하기에 A가 그들과 어울리고 있으면 더 굴을 파게 되는 것 같다. 선생님께서도 아이가 다시 어울릴 수 있도록 보드게임과 과자 파티 등을 열어 주시고, 일부러 다른 아이들과 친구 될 기회를 만들어 주시는 노력을 하셨지만 친구는 억지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기에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오늘..

주말에 즐겁게 캠핑도 다녀오고 기분 좋게 마사지까지 해서 잘 재웠다. 그러나 아이의 근본적인 고민이 해결된 것은 아니라 월요일이 되니 다시 학교에 가기 싫었나 보다. 일찍 깨웠지만, 샤워를 한 시간이나 하며 시간을 끌고 9시가 넘어서야 등교를 했다. 월요일은 재택근무 중이라 옆에서 볼 수 있었지만, 웬만하면 자극시키지 않기 위해 늦게라도 가는 게 어디냐며 잔소리를 몇 번이고 삼켰더랬다.


그리고, 교실에 들어오지 않고 계단에 앉아 있다는 선생님의 연락을 받았다. 선생님께서는 오늘은 데리러 가지 않을 것이라며, 달래서 데리고 오는 게 반복되니 더 의지하는 것 같다고 하신다. 아이가 걱정되지만, 선생님 말씀도 충분히 공감되기에 우선 기다려보기로 한다.


점심시간까지 안 들어가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딸은 차가운 계단에서 몇 시간째 앉아있는데 살고자 밥을 먹는 내 모습이 참 한심하다. 당장이라도 데려오고 싶지만, 우선 아이가 용기를 내보기를 기다려본다. 



네 마음이 어떨까?

시끌벅적한 쉬는 시간에 외롭게 앉아 있는 아이를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 그 아이들을 찾아가 "우리 딸이랑 같이 놀 수 없겠니?"라며 부탁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반면, 스트레스로 집에서의 짜증도 늘고 있어 가끔 화도 난다. 왜 이렇게 예민하고 소심하여 고작(?) 친구 문제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는 것인가 하는 엄마답지 않은 생각도 불쑥 고개를 든다. 얼굴도 뵌 적 없는 선생님께 늘 죄인이 되고, 아이에게 한 마디 들은 엄마의 불평에도 할 말 없게 만드는 딸이 미워지기도 한다.


나도 사람이기에 억울한 마음이 든다. 그러나, 딸이 의지하고 안전한 곳은 오직 엄마라는 세상 하나뿐이니 내가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아이에게 맞는 방법도 찾아야 한다. 누가 이럴 땐 이렇게 하세요~라고 알려주면 참 좋을 텐데... 내 옆엔 내가 힘들면,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표정의 더 약한 엄마뿐이라 엄마도 챙겨야 한다.



너를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

오전 급한 업무를 마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브런치를 검색했다. 

그러다 비슷한 상황의 '골방여자'님의 브런치북(https://brunch.co.kr/brunchbook/middle)을 우연히 보게 되었고 모든 글들을 꾹꾹 눌러가며 읽었다.


초6에서 중3으로, 여아에서 남아만 다를 뿐 아이의 성향과 너무 닮은 아이.. 그 아이는 지금 잘 극복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11편의 글 안에 묻어 있는 어머님의 고통과 고민에 너무 공감이 되는 한편, 나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위안도 되었다. 더불어 아이가 튼튼한 어른으로 자랄 때까지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살짝 감도 잡을 수 있었다. (힘든 글이었을 텐데 정말 고맙습니다.)


평소 아이를 윽박지르고 훈계하는 게 아이한텐 어떤 도움도 되지 않고 아이를 이해하고 천천히 다가가고 인내해야 한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 그러나 이런 상황이 닥치면 내가 아이를 잘못 키운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과 후회에 힘들었는데 내가 옳게 가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골방여자님께서 도움을 받았다 하신 '무기력의 비밀'도 주문해서 꼼꼼히 읽어볼 생각이다. 아이가 상담과 병원에 적극적이라면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게 빠르겠지만, 그게 참 어렵다. 우선은 책을 통해 아이와 비슷한 성향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 아이가 다가올 때 따뜻하게 품어줄 수 있도록 나부터 준비를 해야겠다.



아무렇지 않게 대할게

밥도 못 먹고 얼마나 배고프고 외로울까.. 데리러 가고 싶은 마음 참고 글을 쓴다.

전화기를 통해 들리는 목소리는 '내가 얼마나 힘든지 알아?'라며 차갑지만, 집에 올 때 아이는 한껏 기가 죽어 들어올 것이다. 내심 혼날까 걱정도 될 것이다.


오늘은 그저 많이 힘들었겠다며 안아줄 생각이다. 방법은 차차 찾아보되 오늘은 아픈 아이 마음을 토닥거려 주는 게 더 먼저일 것 같다. 무엇보다 아이의 고민이 빨리 해결되기를 기도해 본다.


사랑한다 딸...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은 가장자리 마사지입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