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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피파 Apr 03. 2016

#3_첫사랑 앓이

선명한 그 순간

Photo by @swonchung

그 누구의 사연 #3_첫사랑 앓이


사람들에게 기억 거리조차 되지 못하는 순간. 그 순간이 어떤 이에겐 평생 잊지 못할 기억으로 남고, 또 추억으로 미화되기도 한다. 저마다 모두 각자의 보물 상자 안에 아름다운 추억을 쌓으려 노력하지만, 떠올리면 얼굴이 화끈거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게 만드는 사연부터 숨기고 싶은 비밀까지 담기는 것들은 다양하다. 그녀와 나의 첫 연결고리는 희미하지만 아직 나의 상자 안에 있다. 물론 그녀의 보물 상자 안 첫 연결고리는 다르겠지만.


치부도 자랑거리도 아니지만 중학교 졸업 전까지 이성에 대한 애틋한 감정을 느껴본 적 없었다. 주변 친구들이 기념일을 빙자해 학교에서 주고받았던 이성 간 선물들. 부럽거나 질투 나지 않았다. 굳이 여자 친구와 친구인 여자를 구분 지어 신경 써서 부를 필요도 없었다. 내겐 다 그냥 친구였으니까. 


‘이번엔 은진이가 내 짝꿍이네’


살면서 수많은 짝꿍들이 타의로 거쳐 갔지만, 지금 기억에 남는 짝꿍은 몇 안 된다. 은진이는 그중 하나였다. 짝꿍 관련 재밌는 추억거리들은 많이 없었지만, 이게 첫 연결고리가 될 줄이야. 짝꿍이라는 장치는 연극무대 위에 올라선 배우처럼 서로가 신경 쓰이고 집중하게끔 만든다. 때문에 종종 자신들을 지켜보는 주변 시선 역시 의식된다. 이렇게 가까이서 겪다 보면 둘 중 하나다. 자석처럼 서로가 가까워지거나 혹은 멀어지거나. 은진이는 전자였지만 졸업 전까지 앉은자리 사이 거리만큼 가까워지진 않았다. 졸업 전까지 많이 가까워지지 못했다는 사실. 왜 그땐 아쉽지 않던 것이 지나와보니 미련하게 아쉬울까? 아무래도 후회라는 놈은 다 미련한가 보다.


그날도 짝꿍이라는 구실로 말을 걸고 나누던 때였다. 내가 했던 우스운 이야기에 환한 미소를 건네받았고 그 미소는 정적인 사진으로 남아 상자에 담겼다. 서로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내 눈을 맞추며 나로 인해 웃었다는 게 중요했다. 웃는 모습이 예뻤고, 보기 좋았다. 지금까지도 기억에 남아있는 걸 보면 같은 시간 다른 공간 이 아이는 이렇게 예쁘게 웃겠구나. 떠올리고 싶다면 언제든 떠올릴 수 있을 만큼 선명한 그 순간. 내 첫사랑이자 풋사랑 앓이가 시작했다. 




그 누구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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