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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퍼피파 May 01. 2016

#2_아직은 이르지 않기를


그 누구의 사연 #2_아직은 이르지 않기를


6년째 연애 중인 우리.

대학 선후배로 만나 사회인이 되어서도 연을 이어오고 있는 그이와 나.

서로가 서로에게 마지막이 되길 바라는 마음은 아직 변함이 없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익숙함이라는 그늘 아래 소홀해졌다.


처음에는 마음 놓고 편안히 기대어 쉴 수 있는 그늘이었거늘

도가 짙어진 그 그늘이 이제는 서로의 눈앞을 가리기 시작했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의 끝자락엔 오늘 하루도 고생했다며 안부를 전하던 그.

직장 일이 고되어 투정을 부릴 때면 언제나 내 편이 되어 고충을 들어주고

어깨처럼 넓은 마음으로 내 응석을 받아주었던 그이는 그늘 속에 사라졌다.


"휴우, 어제는 야근 때문에 너무 힘이 들어 집에 들어오자마자 잠들었어."

"객관적으로 생각해봐도 그 경우에는 네가 잘못한 거 같아."

"그 정도는 사회 초년생이면 누구나 다 겪는 거야."


연인으로서 사랑을 시작한 지,

아니 사랑을 시작하기도 전부터 느껴왔던 그의 따뜻함은 온데간데없이 찾아볼 수 없다.

분명 내 사람이라 믿고 나의 부족하고 감추고 싶은 부분을 다 드러냈던 건데

돌아오는 그의 답들은 어느새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무뎌진 내 가슴을 후벼팠다.


어쩌면 나만큼 나보다 더 힘들게 살고 있을 그이에게 투정만 늘어놓아

조급해하는 어깨 위 무거운 짐만 얹어놓았던 걸까.

그래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한 건 그이만이 아닐 수 있다.


시간이 갈수록 우리네 연애의 온도는 마냥 뜨거워질 거라 믿었던 그와 나.

한껏 타올랐다 차갑게 식어가는 불씨를 보고 있자니

지금은 시린 눈발이 서는 겨울에 놓여있다 생각한다.

고독하고 외로울 수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봄이 올 거라 믿는다.

이 계절을 잘 넘겨서 모든 걸 새로이 시작하듯 설레이며 사랑하고 싶다.


거꾸로 놓아도 한 곳만 바라보며 일정하게 움직이는 시계의 시분침처럼

부디 뜨겁고 애틋했던 나의 사랑도 결국은 제자리에 돌아오겠지.  

그 언제 다시 멀어져도 다시 돌아와서 내 옆을 지켜주기를.


'나 잘할게. 그동안 오빠가 내 투정들 받아준 것처럼 힘든 것들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아직은 이르지 않았으면 좋겠어, 우리의 마지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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