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환희 가득한 군중 속에서
그 누구의 사연 #4_그녀의 결혼식
결국 오고야 말았다.
"걔 있잖아, 삼 주 뒤에 결혼한다더라..."
말할까 말까
한참이나 눈치를 살피던 친구 녀석이
겨우 입을 뗐다.
그렇다.
한 때 나의 연인 사이였던 한 여자,
그 여자가 곧 결혼을 한단다.
내가 아닌 다른 남자와.
"그래? 삼 주 뒤면 정확히 언제야? 어디서 한대?"
"뭐야? 설마 너 거기에 갈 건 아니지?"
옆에 있던 다른 친구
못 믿겠다는 눈빛으로 내게 물었다.
도대체 그 여자 결혼식에 대해선
왜 이야기했느냐며
말을 꺼낸 친구를 한껏 쏘아붙인 뒤
다시 말을 이었다.
"네가 그날 그곳에 있는 거
선영이도 마음 편치 않을 거야.
걔 편에 서서 말하는 건 아니지만
넌 모르고 우리는 알고 있는 것 봐봐."
환희와 축복만이 가득한 이곳
외롭고 헐거운 마음을 업고 왔다.
원망스러운 두 다리와 함께.
며칠 동안 밤잠을 설치며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어왔다.
왜 난 그녀를 얻었던 기쁨보다
그녀를 잃었다는 상실감의 크기가
더 컸었던 것인지
애초부터 그녀를 소유했었다는 생각
그로부터 비롯된 오류는 날 괴롭혔다.
스스럼없이 그녀를 놔줄 수 있을 거란 헛된 믿음은
어디에서 왔던 걸까?
시야에 들어온 판도라 상자의 크기는
점점 커져만 갔고
무언가에 홀린 듯한 날 앞으로 이끌었다.
열까 말까? 갈까 말까?
거울을 보며 하는 마지막 고민.
점점 작아져가는 나 자신이 못 미더워
결국 나에게 못된 선택을 하고 말았다.
"신랑 입장!"
사진 속으로만 봤던 남자
눈 앞에 나타났다.
당당한 걸음과 한껏 뽐낸 옷차림.
자신감 넘치는 미소는 빛이 난다.
내가 서 있었을 수도 있는 자리.
나였다면 어땠을까 하는 쓸데없는 상상.
"신부 입장!"
순백의 드레스를 입고 수줍게 내딛는 한걸음
상상했던 것처럼 이쁘다.
아니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아름답다,
쏟아지는 박수갈채와 환희에
마음이 갈기갈기 찢긴다.
신부와 신랑, 신랑과 신부.
눈빛을 교환한 후
나란히 하객을 쳐다본다.
혹여나랑 눈이 마주칠까?
벅찬 마음의 저 둘처럼
내 심장도 조여 온다.
다행일까?
식이 끝날 때까지 서로 보지 못했다.
마주칠 것 같으면 홱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날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못 봤다고 못 봤을 거라고 믿고 싶다.
미래를 약속한 두 남녀.
두 손을 맞잡은 채 걸어나간다.
내가 들어왔던 문 밖으로.
이제는 잊고 보내기로 했다.
또다시 시야에서 없어진 그녀.
그녀와 함께 이 미련한 미련도
영영 버리기로 했다.
이 순간을 위해
이 다짐을 하기 위해
이 곳에 왔는지도 모르겠다.
훗날 다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나를 위해
나와 사랑하고 미래를 약속할 그녀를 위해
풀리지 않도록 몇 번이고 미련을 접었다.
안녕하세요,
본 글은 한동안 연재를 쉬고 있던 '그 누구의 사연'의 네 번째 에피소드 입니다. 개인적으로 라디오를 무척 좋아하기에, 라디오의 사연과 같이 사연을 한 회씩 꾸며보고 싶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제 이야기는 아닙니다^^). 더불어 본 연재물은 이전 혹은 다음 에피소드와 내용이 무관합니다. 어느덧 기온이 뚝 떨어져 방심하면 감기 걸리기 쉬운 요즘입니다. 모두 감기 조심하세요^^
- 퍼피파 -
그 누구의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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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피파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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