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을 붙들고 서있는 밤

melancholi A9' 적적님의 답시

by 무화



계단이 또 나왔구나

부식된 철의 냄새가

잠결까지 따라왔겠지


가운데를 더듬 던 오른발은

겁이 많아서가 아니라

끝까지 살아있으려 했던 거야


휘어졌다는 건,

부러지지 않았다는 뜻이니까


삐걱대는 세계는

체중을 기억하려고

조금씩 소리를 냈을 뿐이고


추락하는 시간을 바라본 건

떨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끝까지 붙들고 있었기 때문이야


건너지 못한밤이

밀어낸 게 아니라

조금 더 단단해질 틈을

남겨둔 걸지도 몰라


아직 뜨겁다는 증거 같아서

울었느냐고 묻는 말 앞에서

아니, 라고 대답한 너를


울지 않았다는 말속에

이미 지나간 물기가

조용히 마르고 있을 테니까


계단은 또 오겠지만,

이번엔

네발바닥이

자기 무게를 알게 될 거야.





추락을 붙들고 서있는 밤 적적


사월의 상승 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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