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다스리는 사람이 삶을 다스린다

by 카푸치노

입사 후 한 달 동안 진행된 합숙 교육 기간, 내게는 여러 가지 별명이 생겼다. 이름은 제각각이었지만 모두 '잠'에 관한 것들이었다. "잠순이", "또자" 같은 식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합숙에 들어가기 전까지 나의 생활 패턴은 극단적인 야행성이었다. 새벽 4시쯤 잠들어 정오가 되어서야 눈을 뜨곤 했다. 그런데 합숙소의 기상 시간은 새벽 5시. 낮과 밤이 완전히 뒤바뀐 상태에서 교육을 버텨야 했으니, 강의를 듣는 교육 시간마다 내 머리는 쉴 새 없이 흔들렸다. 그걸 지켜보던 동기들이 장난기를 담아 돌아가며 별명을 하나씩 붙여준 것이다.


사실 밤늦게까지 거창한 무언가를 한 건 아니었다. 그저 고요함 속에 머무는 게 좋았다. 새벽 3시, 정은임 아나운서의 나직한 목소리가 흐르던 'FM 영화 음악'에 매료되어 밤을 지새우기도 하고, 책장을 넘기거나 음악을 뒤적이다 보면 어느새 창밖이 푸르스름해지곤 했다. 굳이 하지 않아도 될 일들이었지만, 그 고요한 시간이 주는 해방감을 놓치기 싫어 붙잡고 있었던 것 같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어쩔 수 없이 아침형 인간으로 적응해 갔지만, 주말만큼은 예외였다. 오전 10시가 넘도록 늦잠을 자고 새벽 늦게까지 깨어 있는 것이 내게는 가장 자연스러운 휴식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잠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주중과 주말의 수면 리듬이 크게 벌어지는 것이 삶의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주말의 늦잠은 달콤했지만, 그 대가는 일요일 밤의 불면과 엉망이 된 월요일 아침으로 돌아왔다. 리듬이 깨진 몸의 회복 탄력성도 예전 같지 않았다.


결국 나는 중대 결단을 내렸다. "주말에도 평일과 비슷한 시간에 일어나자."

지독한 야행성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나는 이 결심을 지키기 위해 주말 아침마다 '강제적인 스케줄'을 끼워 넣었다. 아이를 데리고 토요일 아침 일찍 나들이 채비를 서둘렀고, 일요일 아침에는 일부러 이른 시간의 예배를 선택했다. 어떻게든 '일단 몸을 일으켜야만 하는' 명분을 만든 것이다.


최근 김승호 회장의 짧은 영상을 보며 큰 공감을 얻은 대목이 있다. 열심히 살고 싶은 이에게 딱 한 가지만 추천해 달라는 질문에 그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

"잠자는 습관을 컨트롤하라고 얘기하겠어. 잠드는 시간과 양, 그리고 잠자리 청결까지"


그의 말에 무릎을 쳤다. 잠을 다스려야 삶이 다스려진다는 말에 깊이 동의하기 때문이다. 특히 잠자리를 정리하는 것은 작지만 결정적인 습관이다. 나 역시 몇 년 전부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있다. 직접 시간을 재보니 30초도 걸리지 않는 짧은 일이지만, 그 보상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전 미 해군 대장 윌리엄 맥레이븐(William H. McRaven)은 졸업식 축사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만약 당신이 세상을 바꾸고 싶다면, 침대 정리부터 시작하십시오."

그의 말처럼 이부자리 정리는 단순히 침구를 정돈하는 행위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승리감으로 시작하는 하루: 첫 번째 과업을 완수했다는 성취감이 다음 일을 해낼 동기를 부여한다.

통제력 회복: 세상이 내 뜻대로 되지 않아도, 내 침대만큼은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통제할 수 있다는 안정감을 준다.

핵심 습관의 연쇄 반응: 이 작은 정리가 건강한 식단, 운동, 업무 집중력으로 이어지는 '습관의 뇌관'이 된다.

시각적 질서: 잘 정돈된 환경은 지친 하루 끝에 가장 완벽한 휴식을 선사한다.


과거 '잠순이'였던 나는 누구보다도 심한 야행성 체질이었고, 이건 타고난 것이어서 바뀌기 쉽지 않을 거라 믿었었다. 그러나 30년의 회사 생활을 거치며 나는 아침형 인간으로 변모했고, 일정한 리듬 속에 잠을 다스리며 이부자리를 정리하는 삶을 살고 있다. 돌이켜보니 내 직장 생활의 절반은 잠에 끌려다녔고, 나머지 절반은 잠을 컨트롤하며 살아왔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잠을 컨트롤할 때 비로소 삶의 나머지 부분도 내 손안에 들어왔다는 사실이다.


혹시 삶의 새로운 변화를 꿈꾸는 이가 있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당신의 잠을, 그리고 아침의 이부자리를 먼저 다스려 보라고. 그 30초의 작은 질서가 당신의 세상을 바꾸는 시작점이 될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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