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로망을 실현하기 위해 몇 년 전에 큰맘 먹고 튼튼한 원목 테이블을 구입했었다. 여기저기 1년 가까이 돌아다녔지만 딱 맘에 드는 것을 찾지 못해 끝내 내가 원하는 대로 맞춤 제작을 했다. 그리고, 정확하게 남쪽을 향해 있는 거실 창가에 배치해 놓고 쉬는 날이면 그 테이블에 앉아 내가 꿈꾸던 장면을 연출하곤 했다. 그러나, 인생의 아이러니라고 해야 하나. 내가 그토록 원하던 순간 속에 있어도 행복하다는 느낌은 잠깐일 뿐, 나는 다시 시큰둥해하며 또다시 다른 로망을 머릿속에 그리곤 했다. 어렵게 장만한 원목 테이블도 거의 방치 수준으로 전락했다. 청소할 때다마 거리적 거리는 존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다 오랜만에 이번 설 연휴에 이 테이블이 제 기능을 하고 있다. 한동안 방안에 처박혀 있던 테이블을 식구 셋이서 낑낑거리며 다시 창가 자리에 옮겨 놓았다. 그리고, 코로나로 시댁, 친청 어느 곳에도 가지 않았던 올 연휴, 오랜만에 세 식구가 이곳에 앉아 간식도 먹고 그림 놀이도 했다. 호사스럽게 내리쬐는 햇빛을 덤으로 받으며 말이다. 아들은 처음 접한 그림 놀이에 푹 빠져서 재미있다며 계속하자고 재촉한다. 청소 당번 내기에서 져서 청소 당번이 되었어도 해맑기만 하다.
올 연휴를 보내며 그런 생각이 든다. 행복이 별건가. 이렇게 가족들끼리 함께 있으면서 기분 좋으면 되는 거지. 인생이 뭐 거창할 게 있나. 이렇게 소소하게나마 햇볕 잘 드는 창가에 앉아있을 수 있으면 되는 거지. 자꾸만 더 크고 대단한걸 꿈꾸지만, 사실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이런 자잘한 순간순간들이 아닐까. 글쓰기도 뭐 대단할 게 있나. 이런 사소한 일상을 쏟아내면 되는 것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