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소경

by 맑은편지

밤이었어.

골목 어귀에 서 있던 전봇대가

외등 하나를 달고 졸고 있었지.

전등갓 위로 눈이 쌓이고

불빛 아래로 색종이처럼 눈이 날렸어.

골목 양쪽 시멘트 담벼락 위로도

눈이 하염없이 쌓였지.

대문 위 찔레 넝쿨에 눈이 쌓여

마치 폭죽이 터지는 듯 했고

대문 옆 콘크리트 쓰레기통 곁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연탄재 위로

흰눈이 고봉으로 쌓였었네.

그리고 눈 덮인 길 위에 발자국 두 개

큰 발자국, 그 옆에는 작은 발자욱

작은 발자국은 골목 중간에서 사라지고

큰 발자국만 깊게 남아 있었네.

밤이었어. 아주 오래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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