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계절, 매미는 여름을 알리듯 힘차게 울어댔다. 끈적이는 피부에 잠이 쉬이 들지 못했다. 매년 여름이 되면 겪는 더위인데도 익숙해지지 않는 듯하다. 잠시 에어컨 바람에 땀을 식혀본다. 마음도 덩달아 열이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했다. 화를 내다가도 양심이라는 에어컨을 켜 마음을 가라앉혔다. 짧디 짧은 아이들 방학이 마무리되고 나는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린다.
방학이 시작되고 아이들과의 일상이 주가 되었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함께 해주려고 하다 보니 점차 혼자 집중하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에라 모르겠다, 글을 잠시 내려놓고 아이들에게 맞추기로 한다. 시간은 바삐 흘러 짧은 3주간의 방학이 막을 내렸다. 머릿속으로 글감을 떠올리며 생각을 굴려보는데, 문득 한 광고의 문구가 떠올랐다. 0000이 내게 남긴 것.
여름방학이 내게 남긴 것. 아이들에겐 여름 방학, 나에게는 글쓰기 방학이었다. 잠시 쉼, 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나 자신에게 공식 인정을 해주었다. 덕분에 글을 써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마음 한편으로는 글을 쓰지 않고 있다는 아쉬움이 자리 잡고 있었지만 말이다. 다시 글을 쓰지 못할 거라는 막연한 두려움도 한 스푼, 아니 반스푼 정도 매일 마시는 아이스커피 속에 둥둥 떠다녔다. 달콤하지만 많이 먹으면 독이 되는 당분처럼 내 안에 소리 없이 스며들었다.
그러던 중 시간은 흐르고 흘러 8월도 어느새 중순을 지나고 두 주를 남기었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 더위가 물러가나 싶었는데 선풍기 없으면 잠이 들지 못하는 날이 다시 이어지고 있다. 시간이 지나가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회한이 겹쳐지면서도 반가운 마음이 드는 건 조금만 더 참으면 더위가 물러갈 거라는 희망이 있기 때문인 걸까. 어쩌면 다시 글을 쓰게 될 거라는 희망일 테지.
이번 방학 역시 가족과 함께였다. 친정언니가족과 함께 3박 4일을 보내고, 못 볼 거라 생각했던 시동생 가족도 만났다. 많은 말을 주고받지는 않았지만, 서로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 그것이 가장 감사한 일이었다. 미리 계획된 만남이 아니어서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잡아놓은 약속도 취소하면서 까지 우리 가족을 만나주어서 그 고마움이 배가 되었다. 막상 만나니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가만히 멀뚱히 쳐다보기도 했는데 만남 이후 카톡으로 받은 오랜만에 얼굴 봐서 좋았다는, 그 한마디에 안심이 되었다.
시부모님도 거의 매주 뵈러 갔다. 농장에 심어놓은 토마토 모종이 자라기를 기다리며 바빴던 마음을 내려놓은 듯 한층 여유로워진 부모님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아이들을 보며 많이 웃으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가족에 대한 사랑과 그 가치를 떠올렸다. 사랑을 알려준 방학이었다. 사랑을 하면 기쁘다는 누구나 아는 그 진리가 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게 다가왔다. 그 속엔 서로를 향한 관심과 애정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사랑할 수 없는 이유를 나열하며 불평불만을 쏟아내었던 때를 생각해 보면, 상대도 나를 결코 사랑할 수 없었음에도 왜 나는 이리도 상처를 받아야만 하는가에 대해 곱씹기를 반복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내가 먼저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관계들이 회복되어 갔다. 불만 섞인 마음이 올라올 땐 그건 내가 바라는 것이 아니야,라고 생각하며 의식적으로 밀어내었다. 밀어내어 생긴 빈 공간에 감사함을 채워 넣었다.
상대가 내게 보여주는 반응에 대해 의미부여를 하다가도 멈추어 그럴 수 있다는, 이해와 긍정의 씨앗을 뿌렸다. 씨앗은 금세 자라 사랑이라는 싹을 틔었다. 내 마음에 일은 작은 변화는 사랑의 기쁨을 알려주었고 마음에 평화가 스며들었다. 마음에 찾아온 풍요로움은 또 하루를 살아낼 힘을 주었다. 단단해진 마음으로 희망을 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새기었다. 하나 둘 채워진 마음으로 또 하루를 그렇게 살아내 본다.
작가님들께 ⸜❤︎⸝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습니다. 오랜만에 내리는 단비처럼 뜨거웠던 땅을 잠시 식혀주려나 봅니다. 조금씩 더위가 걷히면서 서서히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해 얼마 안 있어 가을이 다가올 것 같습니다. 아이들 방학이 끝나고 홀로 앉은 방 안에서 왠지 모르게 촉촉해진 마음을 스스로 위로해 보려 합니다. 마음을 다잡고 글을 써보려 합니다. 나 자신을 믿고 앞으로 나아가 당당해진 저 자신을 만나고 싶습니다. 작가님들은 어떠신가요?
글쓰기 방학을 마무리하고 다시 만난 글은 여전히 반갑고 감사합니다. 비워진 마음을 채우고 단단해져서 누가 읽어도 미소가 지어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를 찾기 위한 과정과 그 여정은 때때로 변화하는 마음에 따라 다가오는 온도가 따뜻하기도 하고 차갑기도 합니다. 가족이 같이 함께 살을 부딪히며 살고 있지만 어쩌다 한 번씩 찾아오는 외로움과 아쉬움으로 마음 한쪽이 비워진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결국 스스로 이겨내고 딛고 일어서야 하는 거라 믿습니다. 그럼에도 마음 한 구석 불어오는 온기로 마음이 꽉 차오르기를 기도합니다. 혼자인 것 같지만 우리는 언제나 함께라는 걸 누군가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가족이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남편이 말합니다.
"더운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고 겨울이 오고 또 봄이 오고 여름이 오겠지."
그 말속에 어쩐지 스산한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 시간은 자꾸만 흐르고 상황은 변해가고 그때마다 마음이 달라지니 내가 언제까지 이곳에 존재하게 될까, 행복이란 무엇일까, 하는 물음들이 올라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행복하고 충만한 기분을 느끼며 만족감에 편안한 마음이 들다가도 외로운 느낌이 들 때가 있어서 가끔은 혼란스럽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없으니 공허한 마음이 드나 봅니다. 저는 이 시간 혼자이지만 혼자가 아님을 느끼고, 좋은 영향을 주는 사람이 되자고 다짐합니다. 머물다 스쳐 지나가는 존재이기보다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고 희망을 주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기 때문입니다.
오늘 여러분은 어떤 생각으로 하루를 보내고 계신가요? 잠시 멈춰 생각을 고르고 글로 옮겨보는 시간 가져보는 건 어떨까요? 여러분 마음에 따뜻한 온기가 차오르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행복한 그 기분을 다른 누군가에게 전달해 주는 작가님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적어보았습니다. 모두 행복하세요. ^^
저의 첫 책입니다. 사랑과 관심 부탁드려요^^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5132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