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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감사는 내일의 한 걸음이 된다

더운 열기와 땀으로 잠시 글쓰기를 쉬었다. 쉬다 보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편안했고 익숙했다. 익숙함이 내 발목을 잡고 있을 무렵 이래선 안되지, 다시 움직여야지 하는 마음이 올라왔다. 꾸준히 글을 매일 썼을 때와는 달리 하루 쉬면 이틀을 삼일을 사일을 쉬는 게 아무렇지 않았다. 지금은 방학이고 아이들을 챙겨야 하니까 어쩔 수 없지, 하며 합리화했다. 쉬어보니 깨달은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쉼은 습관이 되고 움직임을 멈추게 한다는 것이다. 에너지 충전을 위한 쉼이었지만, 편안함을 느끼다 보니 그 쉼이 지속되었다. 잠시 숨을 돌리다 뒤를 돌아보니 글을 쓰지 않은 날들이 줄줄이 이어져있음을 보게 되었다.


식사 후 설거지를 마치고 식탁 의자에 앉아 잠시 졸기도 하고 간식을 먹으며 편안함이 내 마음에 찾아들었다. 물질적으로 풍족하여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경제적 상황은 아니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부족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아이들 나름대로 잘 커주고 있고, 가정이 비교적 평온하니 무엇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가족들을 위해 요리하고 청소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일상이기 때문에 습관적으로 당연하게 하고 있었다. 내 할 일을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 안에서 만족감을 느끼게 됐다. 식기 건조대 위 잘 정리된 그릇들과 정돈된 거실을 보며 안정감을 느꼈다.

그러다 문득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아이들 방학이 끝이 나고 다시 혼자만의 시간을 갖게 됐는데, 익숙해져 버린 편안함으로 쉬기를 반복했다. 시원한 선풍기 바람을 쐬며 졸다보면 아이들이 돌아오는 시간이 되었다. 현관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를 들으며 혼자만의 시간이 지나갔음을 깨닫고 아쉬움의 한숨을 내뱉곤 했다. 노력의 결과를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익숙함을 벗어야겠다는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되었다.


나를 움직이게 하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데에 첫 번째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다시 글쓰기에 시동을 걸고 시작하게 하는 힘이 어디서 나올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첫 번째로 '감사'가 떠올랐다. 긍정의 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데 감사해야 한다는 울림이 왔다. 무엇을 감사해야 할까, 그래 나는 살아있고, 살아있으니 무엇이든 할 수 있어, 아 살아있음에 감사해야 하는구나!라고 마음속에 스위치가 켜졌다. 왜 나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늘 똑같을까, 왜 잘하는 게 없을까,라는 생각은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 못하고 멈춰 서게 했다.

불평불만을 하지 않는 것, 그것이 내 생활의 첫 번째 신조가 되었다. 밥을 하고 밥을 먹으면서도 마음속으로 감사를 생각했다. 감사는 내 마음에 천천히 스며들어 내 생활에 변화를 일으켰다. 가장 큰 마음의 변화는 관계에서 드러났다. 소소하지만 큰 변화였다. 짜증이나 화가 줄어들었다. 아이들을 대할 때 숨을 고르며 화를 가라앉혔다. 한번 더 안아주고 한번 더 애정의 말을 해주었다. 사랑한다고 말하며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멋지다, 잘했다,라고 칭찬해 주었다.


어느 날 둘째는 "엄마, 나 뭐 잘해?"라고 물었고, 그렇게 묻는 이유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적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최선을 다해 아이에게 잘하는 것을 말해주었다. 그림도 잘 그리고 만들기도 잘하고 친구랑 잘 놀고 밥도 잘 먹고 동생도 잘 돌보고 언니랑 동생하고 사이좋게 잘 지내고... 아이는 또! 또! 를 외쳤다. 내향적이고 내성적인 면이 있는 아이지만, 그것을 부각하지 않고 지금 아이가 하고 있는 것에 관심을 가지며 긍정적인 표현을 해주려고 노력했다.


남편에게도 더 관심을 갖게 됐다. 남편이 퇴근할 시간이 되면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밥 먹었냐고 다정히 물었다. 남편이 집에 올 때쯤 압력밥솥으로 밥을 해 갓 지은 밥으로 저녁상을 차렸다. 전기밥솥 내솥에 흠집이 가 껍질이 벗겨져서였기 때문이었지만 압력밥솥으로 밥을 지으니 오히려 갓 지은 밥 특유의 찰짐과 따뜻함이 배가 되어 남편이 맛있게 밥을 먹었다. 따뜻한 국물과 갓 지은 밥은 남편의 수고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 되었고, 남편 마음속에 평온함과 행복이 심어졌으리라 믿는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남편의 눈빛은 사랑을 말하고 있었다.


다시 글을 쓰는 데 있어 꾸준함을 되찾는 것이 숙제가 되었다. 마음에 감사함을 불러일으키자 예전의 꾸준함이 올라오고 있음을 느끼게 되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글쓰기이고, 그것을 놓지 말아야 할 이유를 되새겼다. 그 자리에서 나를 놓지 않고 해나가다 보면 조금씩 나는 앞으로 나아갈 것이고, 내가 그리던 모습에 한 걸음 가까워질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지금 나는 나를 믿고 앞으로 나아가는 중이다. 감사함으로.



작가님들께 ⸜❤︎⸝‍


글로 말하다,라는 문장이 떠오릅니다. 글로 소통하고 안부를 묻는 일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직접적으로 알지는 못하지만 저의 글이 이곳 브런치에 발행되는 순간, 브런치 작가님들께 안부를 물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의 글이 누군가에게 읽히고 가 닿는다면 행운이겠죠.


제가 글을 쓰는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한 때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었고 두려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때 저의 불안한 마음을 다잡아 주었던 것이 글쓰기였습니다. 아무 걱정 없이 제 마음을 터놓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 점차 저의 글쓰기는 불편한 마음을 쏟아붓는 수단이 아니라, 사랑을 전달하는 매개체로 변화되었습니다.


저는 글로 사랑을 말하고 싶습니다. 제 글로 누군가 단 한 명이라도 용기를 얻고 희망을 갖게 된다면, 저에겐 이보다 더 큰 행복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최근 저의 변화된 마음속에는, 상대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담겨있습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와 미소로 저의 마음을 표현하고, 따뜻한 밥으로 사랑과 관심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 저의 마음이 전달되면 상대의 마음에도 조그만 물결이 일고 있음을 느낍니다.


사람은 사랑으로 살고 성장합니다. 오늘 작가님들께 저의 마음이 전달되어 사랑을 느끼는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작가님들의 글 또한 누군가에게 용기가 되고 희망이 되리라 믿습니다. 사랑하는 하루 보내세요!




저의 첫 책입니다. 사랑과 관심 부탁드려요^^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513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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