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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이해

갑자기 비가 쏟아지던 어느 저녁,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다. 궂은 날씨에 퇴근길 걱정 안 되냐고 전화 한 통 없어 서운해하던 남편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창 밖으로 세차게 내리는 비를 보며 말했다.


"여보, 회사예요? 퇴근했어요?"

"아니 아직"

"비 많이 와요"

"그래? 여기는 안 오는데. 근데 웬일로 전화를 다 했어?"

"비 많이 오니까 어떻게 오는지 걱정 돼서 전화했지."

"기숙사 가나 안 가나 궁금한 게 아니고?"

"아니야~ 저번에 전화 안 했다고 뭐라 했잖아"

"사람 됐네 하하"

"기분 좋은 소식이네~ 이제 사람 됐다고 하니 하하"

"하하"

"저녁 먹었어요?"

"아니. 가서 먹어야지."

"비 오는데 조심히 와요~"

"알았어."


전화 한 통으로 좋아하는 남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사람 됐다고 하는 말에 기분 좋게 받아치고 싶었다. 이전을 생각해 보면 회사에 가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던 적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남편이 퇴근할 때까지 기다릴 뿐이었다. 전화를 하지 않으니 저녁 준비를 해 놓았음에도 남편이 저녁을 회사에서 먹고 오는 일이 잦았다.


밥을 해놓지 않아도 되는데 고스란히 새 밥이 밥통에 남아있게 된다거나 애써 해 놓은 음식을 정리해야 했다. 혹은 아이들 저녁만 준비해 먹이고 남편이 먹을 밥을 해놓지 않아서 남편이 라면을 끓여 먹기도 했다. 설거지 도중 남편이 퇴근해 집으로 들어왔을 때 그제야, 남편이 먹을 밥을 해놓지 않은 것을 알아차렸다.


밥통을 열어보고 한숨짓는 남편을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들다가도 집에서 밥 먹을 거라고 전화 한 통 왜 못하는 건지 속이 상했다. 밥을 하기엔 시간이 늦어 남편은 냉동만두를 꺼내 전자레인지에 데워 맥주를 가지고 방에 가져가 먹었다. 밥은 있는데 반찬이 없을 땐 맨밥에 고추장을 넣어 비빈 후 김에 싸 먹기도 했다. 배고파서 밥은 챙겨 먹는데 일하고 돌아와 차려놓은 따뜻한 밥을 먹지 못하는 것에 가장으로서 대접받지 못하는 신세로 느끼는 듯했다.


당시 남편은 저녁을 회사에서 먹고 오는 날이 많아 자연스럽게 아이들 저녁만 챙기게 됐다. 남편 음식을 따로 준비하는 것에 부담을 느꼈다. 가까우면서도 멀게 느껴지던 남편이었다. 가족을 위해 일하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었던 것일까? 남편이 자신은 일하는 노예라는 말을 자주 하곤 했다.


그 말뜻을 이해하지 못해 계속해서 나는 내 할 일을 남편처럼 잘하고 있다고만 생각했다. 남편을 귀하고 고마운 존재로 생각하지 못하고 잔소리를 내뱉는 것에 불만을 느꼈다. 아이들을 돌보며 살림하는 나를 남편이 자신과 동등하게 보지 않는 것 같아 답답했다. 똑같이 수고하는 나를 보지 못하고 자신을 노예라 말하는 남편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사랑에 대한 이해를 재정립하게 되면서 남편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사랑, 이라 하면 말로 설명하고 정의 내릴 수 없을 만큼 막연한 느낌이지만 마음으로 느껴지는 사랑의 힘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고, 살아가는 원동력이 되고 있음을 느낀다. 부부간의 사랑은 어떠한 위치로 서로를 나눌 수 없는 것이라는 울림이 왔다. 주면 줄수록 기쁜 것이 사랑이었고, 그것을 되돌려 받을 때 더 큰 기쁨으로 돌아왔다.


부부라면 서로를 동등하게 바라봐야 하고, 살림은 도와주는 게 아니라 같이 하는 거라고 주장했던 내가 나보다 남편의 마음을 먼저 생각하게 됐다. 누가 더 많이 수고하고 있는지 그 비중이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가족을 위해 애쓰는 남편의 모습만이 떠올랐다. 그것 또한 남편의 가족을 향한 사랑이었다는 것을 알아간다. 가장이라는 위치와 역할로서 남편을 판단했던 지난날들이 떠오르면서, 내가 앞으로 남편에게 어떻게 사랑을 표현하고 보여줄 것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어떻게 노력할 것인가 생각할 때 나보다 기뻐하고 행복해할 남편의 모습이 그려졌다. 사랑이라는 것은 나로부터가 아닌 상대로부터 오는 것이라는 마음의 소리가 들려왔다. 남편이 퇴근 후 집에 들어와 집안 상태를 지적할 때는 알지 못했다. 잔소리로 들리니 더 이상 듣고 싶지도 대화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런데 줄 때 기쁨을 느끼고 있는 지금은 이전과 달리 깨끗한 집안을 보며 편안해할 남편을 생각한다. 밥을 할 때도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맛있게 먹을 남편을 생각하며 요리하니 절로 힘이 난다.


특히 남편, 아이들과 함께일 때 우리를 둘러싼 밝고 따뜻한 기운이 느껴진다. 남편의 얼굴에는 행복이라는 단어가 쓰여 있는 것처럼 평온하고 편안해 보인다. 아이들을 바라보는 남편의 눈빛에서 사랑의 에너지가 나오는 듯하다. 우리가 바라던 행복이 여기에 있음을 깨닫는다. 함께 이루고 가꾼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사랑을 키우며 꿈을 찾아간다.



작가님들께 ⸜❤︎⸝‍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내고 계신가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을 작가님들의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저 또한 제가 있는 이곳, 이 자리에서 글쓰기를 하며 하루를 채우고 있습니다.

본업을 하며 글을 쓰고 있을 작가님들을 응원합니다.


하루하루 더위가 물러가고 있는 듯합니다.

집에 있을 때 에어컨을 틀지 않아도 선풍기 만으로도 시원하게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저는 바랍니다. 시원해지는 날씨만큼 작가님들 마음에도 여유가 느껴지기를요.


익숙한 생활, 반복되는 패턴, 매일의 일상 속 작은 숨구멍이 되어주는 글쓰기를 사랑합니다.

작가님들도 글쓰기를 통해 마음을 비워내고 새로움을 채우는 그런 하루 되시기를 소망합니다.


사랑합니다!




저의 첫 책입니다. 사랑과 관심 부탁드려요^^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513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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