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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챙기는 습관

나를 사랑하는 법

팔꿈치 통증을 참고 참다 병원에 갔다. 한 달이 지나서야 찾은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은 치료방법 두 가지를 말씀하셨다. 하나는 아픈 부위에 직접 주사를 맞은 후 물리치료를 받고 약을 먹는 것이고, 두 번째는 물리치료를 받고 약을 먹는 것이었다. 주사 비용과 함께 어떤 것이 더 나은지 물어보니, 의사 선생님은 적극적으로 치료하여 통증을 줄이는 것이 좋겠다고 하시며 주사 맞기를 권하셨다. 거기다 비용은 실비처리를 하면 되니 크게 부담되지 않았다. 선생님의 '적극적'으로 라는 말이 크게 와닿아 바로 주사를 맞겠다고 했다.


처방받은 약을 다 먹고 다시 오라는 선생님 말씀이 있었지만 점차 통증이 옅어져 다시 가지 않았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 다시 통증이 발생해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한의원으로 발길을 옮겼다. 한의원에서도 치료가 될까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들어갔다. 온열찜질을 하고 침을 맞은 후 전기치료를 받았다. 타이머가 울리고 선생님은 어떠냐고 물으셨다. 아직 통증이 있다고 말하니 선생님은 낫는데 시간이 걸린다 하며 굵은 침을 왼쪽 손 두 번째 손가락에 두 번 찌르셨다. 순간 아팠던 오른쪽 팔꿈치에서 통증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선생님은 마치 '내가 너 아픈 거 다 알고 있어'라고 말하는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시며 "내일 또 오세요",라고 하셨다. 길을 나서며 요새 체력이 떨어지는 게 나이가 들고 있다는 징조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저기 아프니 운동이 절실하게 느껴졌다. 아프면 바로 병원에 가면 되는데 나는 왜 이리도 참았을까. 통증이 발생한 지 한 달 이상 지나서야 병원 갈 생각을 하다니, 나 자신이 미련스럽게 느껴졌다. 팔이 아픈 걸 꾹 참고 청소기를 돌리고 무거운 물건을 들어 올리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누구에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고 한 달 이상을 버틴 것이다. 괜히 내 탓이라고 할까 봐 겁이 났다. 그냥 병원에 가면 되는데.


무엇이 겁이 났던 걸까, 비용일까, 아픈 걸 들키는 것일까. 가까이 있는 병원을 가지도 않고 참아낸 시간들이 어리석게 보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참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져 왔고, 그것이 굳어진 거라는 생각이 들어 나 자신이 안쓰러웠다. 힘든 마음을 쉽게 털어놓지 못하고 가슴에 간직하며 살아왔던 날들이 신체적 통증까지도 참아내게 만들었던 걸까. 울면 짜증을 내고 피하던 가족들을 보며 나 조차도 더 이상 말하기를 꺼리고 입을 꾹 다물어 버리게 됐으니,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말하지 않는다고 하여 솔직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부모님에 대한 자식의 도리로, 힘들게 하지 않기 위한 마음의 배려 정도로 설명할 수 있을까. 갖고 있는 고민들을 털어놓았을 때 긍정의 언어가 아닌 불만 섞인 어조로, 부정의 기운들이 퍼져나간다는 것을 느낀 후로 고민을 말하지 않게 되었다. 글을 쓰며 마음을 정화하고 스스로 답을 얻어갔다. 힘든 마음을 치료하기 위한 처방이자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었다. 이제는 참는 것이 아니라 성숙해지고 있는 거라고 믿는다. 내 마음을 나 자신이 알아차리고 스스로 치유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마음에 답답한 것을 쌓아두지 않고 글로 풀어내다 보면 자연스레 해결책이 떠올랐다. 글 속에 지혜가 묻어났다. 내가 지향하는 글쓰기 방향으로 나아가며 묵묵하게 글을 써나갔다. 그럼에도 글을 쓰다 보면 언제까지 써야 할까, 앞으로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이 올라왔고, 이에 내 마음은 줄곧 일단 써,라고 말했다. 아프면 병원에 가면 되고, 마음에 고민이 생길 때는 글을 쓰면 되었다. 아픔도 고민도 쌓아두지 않게 되었다. 그걸 왜 이제야 알게 되었을까. 생각을 쌓아두지 않고 바로 글로 배출해 내었던 것처럼 아픔도 참지 않고 스스로 해결해 나가면 되는 거라는 당연한 사실을.




한 달 동안 팔이 아픈 것을 참았다. 기다리면 낫겠지,라고 생각하며 병원에 가지 않았다. 그런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고통은 줄지 않았다. 팔이 저려 일상생활이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몸이 피곤하니 활력이 생기지 않았다. 꾸역꾸역 매일을 보내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검색을 해본 후 정형외과에 갔다. 버스로 5분이면 갈 수 있는 거리에 병원이 있는데도 가지 않았던 내가 그동안 어떻게 참아온 것인지 나 자신이 이해되지 않았다.


미련하고 굼뜬 것인지, 감각이 둔한 것인지 분간이 되지 않았다. 손이 차갑게 느껴질 정도로 혈액순환이 되지 않는 듯했고, 물건을 들 때마다 근육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따라왔다. 손 끝에서부터 어깨까지 전체가 저려 잠을 자기가 불편했지만 통증이 친구인 것 마냥 데리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통증 자체를 거부하지 않고 느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 아프구나, 불편하네,라고 여길 뿐이었다.


치료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팔이 저린 증상에 대해 검색해 보기는 했지만 가야지,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통증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지, 자연치유가 되는 것인지에 관한 글을 찾아보며 어떻게 하면 병원에 가지 않을까 궁리에 궁리를 거듭했지만 통증은 매일 제자리였다. 아무리 폭풍 검색을 해봐도 그냥 낫는다는 말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병원에 가야만 했다.


가족여행을 떠나기 전날이었다. 즐거워야만 할 여행지에서 통증으로 인해 괜히 분위기를 흐리지는 않을까 걱정되어 병원에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날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을 위해서였다. 난생처음 병원에서 팔꿈치에 주사 두방을 맞고 물리치료라는 것을 받게 되었다. 물리치료가 뭘까 궁금했었는데 직접 받게 될 줄은 생각지 못했었다. 온열찜질과 전기치료를 안마기능이 있는 열이 올라오는 침대에 누워 받게 되었다. 우두두두.... 강하지는 않지만 가벼운 강도의 두드림으로도 충분히 시원하게 느껴졌고 몸이 이완되는 듯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조금 더 누워 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그 짧은 시간만으로도 몸을 풀 수 있었음에 감사했다.


몸이 치유되면서 마음이 위로받는 듯했다. 따뜻한 온도의 침대가 내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듯, 그동안 고생했어, 이제 좀 편히 쉬어라고 말하고 있었다. 사람이 아닌 사물에게서 위로를 받다니... 몸에 치료가 필요했던 것처럼 마음도 쉬기를 원하고 있었던 걸까, 가벼운 강도와 리듬의 두드림으로 내 등을 토닥이며 괜찮아,라고 속삭였다. 이에 내 마음은 괜찮아, 괜찮구나...라고 말했다. 사소하지만 일상의 경험은 때로 따뜻한 울림이 되어 다가왔다.



한의원에 다녀온 다음 날 셋째를 어린이집에 보낸 후 한의원에 또 갈지 망설여졌다. 한 번에 낫는 것이 아니니, 오늘 갔다 오더라도 또 무리해서 팔을 사용하면 치료받은 것이 소용없어질 것 같았다. 순간 정형외과와 한의원에서 물리치료의 방법으로 온열찜질을 했던 것이 생각났다. 침을 맞지 않고 온열찜질만으로 회복이 가능한지 폭풍검색을 했다. 한의원에서 침대에 누워 편안히 물리치료를 받는 것이 그리워지기도 했지만 마냥 돈을 쓸 수만은 없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치료 횟수가 쌓이다 보면 카드값이 만만치 않을 듯했다.


검색해 보니 온열찜질로 통증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마우스로 클릭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나 타이핑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 '테니스 엘보'라는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글을 본 후 집에 돌아와 바로 손목 받침대를 구매하였다. 병원을 가지 않고 집에서 자가치료를 해보자 마음먹었다. 아픈 것을 내버려 두면 만성통증이 될 수 있다 하여 나 자신을 현명하게 보호하기로 한 것이다.

집에 있던 찜질팩을 전자레인지에 뜨겁게 데운 후 수건을 깔고 팔꿈치를 감쌌다. 병원에서처럼 통증이 가라앉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단번에 나을 수 없으니 평소에 스트레칭과 찜질팩을 하며 통증관리를 하다 보면 서서히 줄어들 것으로 기대한다. 팔꿈치가 아픈 것을 계기로 몸과 마음의 통증을 방치하지 말자고 거듭 다짐했다. 나 자신을 보호하고 챙기는 것이야말로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치료가 필요하면 치료를 받고 쉼이 필요하면 쉬면 된다. 나 자신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이 앞으로의 나를 더 사랑하고 챙기는 습관이 되어줄 거라 믿는다.



작가님들께 ⸜❤︎⸝‍


어느덧 11월 중반으로 향해가고 있습니다. 벌써 2주 뒤면 마지막 달인 12월이 되네요. 작가님들은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아쉬움이 들거나 다가올 2026년이 기대되는 마음일 것 같습니다. 매년 이때쯤이면 서로 주고받는 이 말들이 식상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것처럼 마무리를 잘해야 새로운 시작을 잘 맞이할 수 있기에, 지금 어떤 마음이신지 여쭈어 보고 싶었습니다.


저는 올 한 해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받아들이면서 꾸준히 글을 써왔습니다. 늘 고민이던 글의 주제와 방향이 제 마음과 머리에 구체화되었습니다. 책출간을 하면서 설렘과 걱정을 오가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글에 대한 애정에는 변함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글은 저에게 가야 할 길을 알려준 듯합니다.


노력하면 된다는 그 말은 저에게 진리가 되었고,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저의 삶은 더 다채로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의 활동을 브런치 속에 온전히 담아낼 것입니다. 저의 움직임이 누군가에게 삶의 희망이 되고 힘이 될 거라 믿습니다. 평범한 주부에서 작가가 되기까지 녹록지 않은 시간들을 견뎌왔기에, 어떤 상황을 만나든 단단한 마음으로 마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25년의 남은 날들을 흘려보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들로 꽉꽉 채워보시는 건 어떨까요? 많은 일들로 지쳐계시다면 그동안 수고한 나 자신에게 아낌없는 칭찬과 격려를, 도전과 시작을 앞두고 계시다면 아낌없는 응원으로 자신감 가득 채우시기를 바랍니다. 작가님들을 아낌없이 응원하고 사랑합니다!

저의 글을 읽어주시는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의 첫 책입니다. 사랑과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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