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히 사랑하고 싶은 마음

"선생님 선물이에요"

아이는 어린이집에 들어서며 선생님에게 따뜻한 캔커피를 내밀었다. 손에 깁스를 하고 있던 선생님은 지금 받기가 어려우니 교실에서 달라고 말하며, 감사하다고 인사를 건넸다. 선생님에게 선물이에요,라고 말하는 아이가 대견하면서도 아이의 주려는 마음을 처음부터 받아주지 못한 내가 보였고, 이전과는 달리 주고 싶어도 상대가 원하는 게 맞을까?라고 생각하며 그 마음을 잠시 뒤로 무르게 되었다. 한잔의 커피가 생각지도 못한 선물이 되고, 기분 좋은 하루의 시작이 되길 바라는 마음의 표현이었지만, 아이를 위해 잘 부탁한다는 기대가 담긴 선물로 받아들인다면 받는 사람도 가격과 상관없이 부담스럽게 느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편의점에 들러 온장고에서 아이와 커피를 고르는데, 저렴한 가격의 조그만 캔커피를 가리키는 나와 달리 아이는 조금 더 값이 나가는 뚜껑이 있는 캔커피를 집었다. 받는 사람의 부담을 줄여주고 싶은 마음에 가장 작은 캔커피를 사려했지만 아이는 그런 내 마음도 모르고 조금 더 크고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을 택했다. 누군가에게 크든 작든 선물을 할 때 최대한 할 수 있는 선에서 좋은 것을 고르려고 하는데, 정작 아이가 선물하려 할 때는 커피를 받을 선생님의 마음이 부담스러울 거라고 판단해 선뜻 고르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어린아이들을 보육해 주시는 선생님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 직접 카페에서 사 온 커피를 드렸을 때도 있었다. 어린이집 등원길에 카페에 들러 따뜻한 바닐라 라테를 샀다. 그런데 살짝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시는 것 같아 민망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해주셨지만 기쁘게 받아주지 못하는 것 같아 괜히 드렸나 하는 생각이 맴돌았다. 상대를 기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받는 사람의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마냥 기쁘지 않았다.


아이는 친구들에게도 간식을 나누어주고 싶어 했다. 조그만 곰젤리가 든 하리보나 ABC초콜릿을 사갔다. 주는 재미에 사 오는 아이의 마음을 알면서도 몇 번이고 반복되자 아이들이 점심 후 먹어야 해 배불러한다고 정중히 사양하는 선생님의 말씀에 아이에게 안된다고 단호히 말했다. 한편으로 아이의 주고 싶은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아이가 또 사가려 하면 친구들이 밥을 먹고 나면 배불러서 먹기가 힘드니 다음에 가져가자고 말했다. 꼭 가지고 가야 한다고 완강히 고집을 부릴 땐 어쩔 수 없이 아이 손에 간식이 든 봉투를 쥐어줄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께 아이들이 못 먹으면 집에 갈 때 다시 갖고 나올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다.


그런 날들이 있은 후 방학을 보내고 오랜만에 만나게 되서인지 선생님께 커피를 드리고 싶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나도 모르게 단박에 안된다고 말했다. 아이는 어찌나 가져가고 싶어 하는지, 안 해주면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울고 불고 할까 봐 사주고 말았다. 따뜻한 커피를 두 손으로 감싸며 걸어가는 아이의 얼굴에 따뜻한 빛이 비치는 것처럼 기쁨으로 가득 차 보였다. 설레어 보이는 아이와 달리 부담으로 느끼실 선생님의 반응이 걱정되었다. 받아주시는 선생님 덕분에 걱정을 내려놓기는 했지만, 잘한 게 맞는지 신경이 쓰였다. 그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무언가를 줌으로써 따라오는 어떤 기대가 있었다.


상대에게 주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은 나는, 나눠 주었던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가 될 거라고 기대했다. 그런 내 마음과는 달리 번번이 실망하는 일들이 있었다. 시댁 밭에서 따온 토마토를 나누기도 하고 음식을 만들어 같이 식사도 해보았지만 관계가 발전되지 않았다. 밥을 함께 먹으면 식구라는 말이 있듯이 마음이 통하는 사이가 될 거라고 믿었지만 생각과 다르게 대화가 진전되지 않거나 연락이 오가는 사이가 되지는 않았다. 주는 마음은 기뻤지만 받는 사람의 마음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상대에게 전달될 거라고 생각하며 관계를 위해 노력했지만 제자리 같은 느낌은 실망으로 이어졌고 더 이상 애쓰고 싶지 않은 마음에 관계를 놓아버리기 일쑤였다. 그 이유를 나조차도 알지 못해 혼란스러웠다. 관계가 불편해 피해버리고만 싶어도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은 욕구는 사라지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해야 하는 것에 몰입하며 욕구를 누르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관계에 대한 불편한 감정은 옅어지지 않았다. 잠시 잊는 것일 뿐이었다. 관계에 대한 고민이 머릿속에 남아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를 찾고 또 찾았다.


아이 엄마가 되어 맺는 관계들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고, 그 원인을 나에게서 찾으려고 했다. 상대를 탓하기도 했지만, 내 마음을 들여다볼수록 그건 내가 원하는 방법이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고, 어떤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는지 분석했다. 상대의 마음을 쉽게 판단하거나 내 마음대로 재단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계가 어려운 이유를 찾아가며 수많은 생각이 오갔고,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해 보면서 이해해보려 했다. 좁은 숲길을 걸을 때 내 몸을 건드리는 나뭇가지들을 손으로 치우며 걸어가는 것처럼 생각의 가지들을 밀어내고 내 마음의 길을 찾아갔다. 글을 쓰며 마음 깊은 곳까지 내려갔다.


내가 원하는 것은 서로의 마음에 깊이 공감하고 더 나아가 관심사를 공유하면서 대화의 폭을 넓혀가는 것이었다. 이러한 목적을 가지고 사람들을 대해왔고,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깊은 실망감을 느끼곤 했다. 짧은 시간 안에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내가 가진 연결의 욕구에는 깊은 관계에 대한 열망이 있어 그 마음을 내려놓는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가 주는 마음에 대한 상대의 반응이 중요했던 것이다. 서로에 대한 연결고리가 있어야 그 관계가 진전될 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궁금해하는 만큼 상대도 나에 대해 질문하며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관계가 되기를 바랐다.


어쩌면 나만의 욕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관계에 대한 기대를 내려놓고자 했다. 글을 쓰며 내 마음을 탐색해 가는 것이 지금 내가 해야 될 일이라 생각하며 내 안에 집중했다. 나의 글이 더 깊어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깊숙이 내려갔다. 나 자신이 내 마음에 공명하며 써 내려간 글은 진심이 담겨 있었고, 읽으면 읽을수록 내 마음에 가깝게 다가가고 있음을 느꼈다.


이제는 기대감을 갖게 되더라도 내 마음을 상대에게 투영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상대의 마음 또한 있는 그대로 소중하기에 지켜주고 싶다.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는 있지만, 잘못된 해석으로 그 마음을 훼손하고 싶지 않다. 나 역시도 소중한 존재로 여겨지길 바라기 때문이다. 그동안 나는 되돌려 받기를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주는 것 자체로 기쁘고 만족하면 되는데.




글을 쓰며 사랑에 대해 생각했다. 가정이 평안해지면서 모든 것이 사랑으로 다가왔고, 사랑 때문에 우리가 존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정 안에서 남편과의 갈등으로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이를 극복해 나가면서 남편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것만이 문제해결의 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랑으로 대하니 남편이 원하는 것이 내 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살림이나 청소에 조금 더 신경 썼다. 환경정리가 되면서 우리의 마음도 정화되는 듯했다. 여전히 아이들 물건으로 집안이 꽉 차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남편을 위해 신경을 쓰면 쓸수록 남편과 나의 마음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주면 줄수록 돌아온다는 것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곳이 가정이었다. 가정 안에서의 사랑은 내 마음을 충분히 안정되게 했고 남편을 대하는 마음이 이전보다 편안해졌다. 집안에 남편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깃들고 남편과의 관계가 부드러워지면서 서로에게서 느껴지는 따뜻한 공기가 사랑이구나,라는 걸 체감할 수 있었다. 사랑의 온도가 높아질수록 아이들을 챙기거나 집안일을 할 때 육체적으로 덜 힘들었다. 나를 받쳐주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힘이 나서 열심히 가족들을 위해 요리하고 집안정리를 했다. 서로가 주고받는 힘이 존재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내가 만든 음식을 먹고 그릇을 싹싹 비워냈고 정돈된 환경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갔다. 남편과 내가 사랑으로 이룬 가정이라는 울타리가 우리를 보호하고 우리의 관계를 돈독하고 단단하게 했다.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가정 안에서는 온전히 내 마음을 다 주어도 괜찮았고 무한히 그 사랑을 표현할 수 있었다.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주변 사람들을 대하고 싶었다. 그런 내 마음과는 달리 서로 간의 벽을 쉽게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 어쩌면 솔직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데 두려움이 있기 때문일까? 나는 바란다. 마음껏 사랑할 수 있기를.




작가님들께 ⸜❤︎⸝‍


어린이집에서 셋째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제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었습니다.


"고래 목걸이는 최고여서 친구들 소원 빌어줄 거야"

가족여행 중 들른 시장의 한 가게에서 남편이 아이의 생일선물로 고래 목걸이를 사주었습니다. 아빠의 사랑이 느껴졌던 건지 그 목걸이를 할 때마다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한동안 목걸이를 하지 않다가 갑자기 떠오른 모양입니다. 고래목걸이로 자신의 소원을 빌고, 친구들의 소원을 빌어주겠다고 합니다. 그 마음이 어찌나 예쁘고 사랑스러운지 아이의 손을 잡고 걸어오는 내내 행복했습니다.


"너무 소중해"

집으로 오는 길 장난감이 사고 싶다고 하여 아이스크림 할인점에 들렀습니다. 아이스크림이나 간식류 뿐만 아니라 완구도 파는 가게였습니다. 아이는 데몬헌터스 포토카드를 골랐습니다. 가게를 나와 아이는 포토카드가 너무 소중해 집에 가서 얼른 보고 싶다고 합니다. 그리곤 "소중해"라고 되뇌었습니다.


"엄마는 내 소중한 친구야"

아파트 입구에 있는 세탁소에서 세탁물을 찾아들고 오는데, 아이의 손에 빵과 우유, 포토카드가 들려있어 들어준다고 하자 엄마는 소중해서 다치면 안 된다고 자신이 들고 가겠다고 합니다. 여러 개의 점퍼를 들고 있어 무거워 보였나 봅니다. 엄마는 내 소중한 친구라고 말합니다. 친구란 말에 웃음이 났습니다. 그만큼 친밀하고 가깝다는 거겠죠?


언어능력이 나날이 늘어가는 셋째는 어여쁜 말로 부모에게 감동을 줍니다. 어린이집에서 '소중하다'라는 말을 배웠는지 이 날따라 소중하다를 몇 번이고 말했습니다. 집에 돌아와 언니와 싸우고 떼쓰는 악동이 되어 감동이 바사삭 깨져버리긴 했지만, 집에 돌아오는 길 아이의 사랑스러운 목소리는 잠시 제 마음을 정화시켜 주었습니다. 쉬지 않고 쫑알쫑알 대는 아이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작가님들에게도 한 해를 시작하며 기억나는 순간이 있으신가요?


작가님들께 행복에너지를 전합니다.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가족 안에서 흔들릴 때

그런 나를 감싸 안으며

나 자신을 토닥였습니다.


마음이 단단한 사람으로 성숙해 가는데 이 책이 도움이 됩니다.

행복하세요!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5132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