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 시작했으니 끝을 보겠다.

글쓰기에 끝은 없지만, 궤도에 오르기를 희망한다.

오 마이 갓! 둘째가 만화를 보며 구슬아이스크림을 먹다 쏟아버렸다. 의자와 바닥은 온통 달달한 냄새를 풍긴다. 달고나를 만들 때 나는 냄새가 올라온다. 아이들 입에서도 단내가 폴폴 풍긴다. 달아도 너무 달다. 아이들과 주말을 보내고 월요병이 생긴 걸까 이불 개는 것도 청소를 하는 것도 귀찮다. 평소 같으면 일어나자마자 이불을 탁탁 털어 개 놓았을 텐데 아이들이 쏟아놓은 아이스크림마저 치우기가 싫다. 아이들에게 맡겨버렸다. 아무 생각 없이 누워 잠을 자거나 티브이를 보고 싶은데 나는 또 글을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았다. 전날 밤에 쓴 글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만회할 만한 글을 쓰고 싶어졌다. 제목도 맘에 안 들었다. 억지로 생각해 붙이고 발행을 했는데 하트도 별로 안 눌리고 나 조차도 맘에 들지 않았다. 나에게도 오기가 있는 걸까?


둘째 아이가 유독 고집도 세고 오기도 많이 부린다. 아침엔 시리얼을 먹겠다고 해 그릇에 우유와 함께 부어주고 아이 앞에 놔주었다. 그리곤 숟가락을 달라고 떼를 쓴다. 그걸 지켜보지 못하는 큰아이가 숟가락을 갖다 주었지만 맘에 들지 않는다고 자신이 좋아하는 숟가락을 달라며 징징 댔다. 나는 가만히 지켜보려 했다. 아이는 더 심하게 징징댔고 자신이 가지고 올 마음이 전혀 없는 듯했다. 결국 난 큰소리로 자기가 쓸 숟가락은 자신이 갖고 오는 거라고, 팔, 다리, 손 모두 있으니 네가 가져올 수 있다고. 대신 네가 찾는 숟가락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때 도움을 청하면 된다고. 어서 일어나라고 10초를 세었다. 아이는 울먹이며 일어나 아무 숟가락이나 가져가 먹었다. 아이를 훈육하는 방법으로 옳은 건 아니지만 아이가 스스로 일어나길 바랐다. 아이가 숟가락을 들고 앉아 먹는 둥 마는 둥 긴 식탁 의자에 누워 비비적거렸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이불 위로 쓰러졌다. 아이는 다 먹고 내게 와서 이렇게 말했다.


"엄마 좋아"

"엄마가 화냈는데 뭐가 좋아?"

"엄마가 나 태어나게 해 줬으니까."


순간 당황스럽고 미안했다. 아이를 기다려 주지 못하고 화를 내는데도 엄마가 좋다니. 금쪽같은 내 새끼라는 티브이 프로그램을 보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부모로 인해 상처를 받았는데도 부모를 사랑한다고 고백을 한다. 아이의 상처 입은 마음의 원인이 부모에게 있는데도 부모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아이를 보니 안타까웠다. 그만큼 기댈 곳이 부모밖에 없는 거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이들에게 안식처가 되어주지 못하는 내가 미웠다.


"오기를 부릴 것이 따로 있지. 고집 센 건 다 엄마를 닮았어. ", "지 엄마를 닮아서..."

남편의 단골 멘트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만 중요시하고 아빠의 말을 듣지 않을 때마다 나 들으라며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런 말 하지 말라고 해봐도 남편은 "다 너 닮아 그런 거지" 한다.


그래. 그럴 수 있지 하며 수긍을 한다. 나를 닮아 그런다 해도 가끔은 아이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다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게 된 계기가 있다. 이해했다기 보단 그런 성격을 가지고 태어났으니 어쩔 수 없다고 받아들인다. 요즘 MBTI 성격 유형에 대해 공부를 하고 있는데 아이의 성격유형을 추측해보며 아이를 이해하고 있다. 아이는 지금 당장 자신의 욕구에만 집중을 하고 반드시 자신이 원하는 바대로 해야 하는 걸 보니 현실감각을 중요시하는 감각형 'S(sensing)'와 자신만의 규칙을 중시하는 사고형 'T(Thinking)'의 기질을 갖고 있는 듯했다.


아이는 나와 반대되는 기질을 갖고 있다. 반대이긴 하지만 내 안에도 반드시 해야만 하는 나만의 루틴이나 오기가 있으니 아이에게도 그런 기질이 있는 거겠지. 다만 나보다 더 강할 뿐이라고 그렇게 받아들였다. 그런 아이를 통제하려 하니 아이는 이해를 하지 못하고 상처를 받았을 테다. 난 또 후회를 할 뿐이고.


전날 밤에 글을 쓰기 시작해서 12시 하고도 1시를 넘겼는데도 또 책상 앞에 앉았다. 나의 글에 만족하지 못해 다시 키보드를 두드리는 나를 보니 정말 나에게도 '오기'가 있구나, 오기가 발동됐구나 싶다. 분명 발전하고픈 욕심이니까 나쁜 건 아니겠지 하며 나를 되돌아본다. 그 오기를 바라보던 시선이 아이에게로 옮겨졌다. 아이의 오기를 꺾으려는 건 아닌데 아이가 부디 자신이 스스로 일어나 숟가락을 갖고 오게 하고 싶었다. 오냐오냐 하며 모든 걸 다 해주고 싶지 않았다.


도대체 '오기'가 무엇일까?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네이버 사전에 검색해 보니 오기란, '능력은 부족하면서도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마음'이었다. 라이벌도 글에 대한 평가도 없지만 그동안 써 놓은 글보다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이 '오기'로 나타났다 보다. 글을 계속 올리다 보니 부족한 필력을 부끄러워하지 않게 되었다. 오히려 더 잘 쓰고 싶은 마음이 강해졌다. 나에게만 갇힌 일기를 쓰는 것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어졌다. 거기에 좋은 메시지까지 전달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아직 스물둘인데, 그동안 꽤 많은 일에 제대로 뛰어들어봤네요. 연기는 비교적 ‘덜컥’ 접어든 길인 셈이잖아요. 처음 시작할 때 어떤 목표가 있었나요?

음. 그냥 일단 해봐야겠다 싶었어요. 오디션에서 저를 혼낸 감독님의 영향이 정말 컸어요. 오기를 심어주셨으니까. 오기를 부리다 보니 이 신기한 일을 좋아하게 됐고 계속하게 된 거예요.


*뭐든 처음부터 제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나 봐요.

‘쪽팔리지 말자’는 고집이 있어요. 동료들이나 관객이나 시청자에게 창피하지 말자. 연기가 진짜 무서운 게요, 쉽게 하려고 하면 한없이 쉽게 할 수도 있는 작업인 것 같아요. 누구나 할 수 있고 누구도 제대로 할 수 없는 게 연기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긴장해요.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

*시작하면 무조건 끝을 보나요?

저는 사실 재미있는 것만 좋아하거든요. 아직 어리죠.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하는데. 그런데 연기는 해도 해도 모르겠고, 알 것 같은 순간이 잠깐 있다가도 다시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이게 재미있는 거예요. 재미있고 좋아서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성향이에요. 언젠가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희망을 품고 쭉 가요.

-아레나 옴므 플러스, 배우 곽동연 인터뷰, 2018.10


'오기'라는 단어를 검색하니 곽동연 배우의 예전 인터뷰가 나왔다. 인터뷰 내용처럼 글쓰기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일단 글을 싸 봐야겠다고 생각했고 쓰다 보니 글을 좋아하게 되어 포기하지 못했다. 글쓰기도 누구나 할 수 있고, 쓰니까 작가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제대로 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연기와 마찬가지로 글쓰기도 무엇인지 알 것 같다가도 다시 모르겠다. 재미있고 좋아서 한 번 시작했으니 끝을 보고 싶다. 나 또한 곽동연 배우처럼 언젠가 어느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고 쭉 가고 있다. 대중 앞에 선보일 수 있는 책의 저자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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