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제일기획 부사장이자 '최인아 책방' 대표이고, 책방마님이라 불리는 최인아 님의 최근 저서인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의 일부분이다. 책의 후반부에 나오는 질문인데 책을 읽다 '앞으로도 이렇게 살 거야?'란 문장을 보니 나에게 하는 질문인 것 같아 뜨끔했다.
27살에 결혼을 하고 세 딸을 둔 엄마이자, 결혼 10년 차를 맞이한 올해, 나는 작년에 걸쳐 심리학 공부에 이어 여러 책들을 읽고 있다. 어느 날 책냄새를 맡고 싶어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서점에 갔다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이 제목을 맞딱 드리고 발길을 멈추었다.
베스트셀러 코너는 유명한 작가이고, 유행의 흐름을 타는 내용의 책들이 주를 이루고 있을 거라는 편견 아닌 편견을 갖고 있어 가까이 가지도 않았었는데 사고 싶은 책이 없어 결국 마지막으로 들르게 됐다. 그러다 마주한 책 <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의 제목이 나를 붙잡았다.
평사원에서 시작해 부사장까지 역임하신, 성공? 한 분의 이야기라, 일의 경험이 거의 없는 나에게 맞는 책일까 반신반의했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내 인생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에 적용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겼다. 단지 제목만 보고서 말이다. 이래서 참 제목이 중요하다 싶었다.
누구나 삶의 주인공을 원한다. 그 삶의 주인공은 자신인데 사람들이 생각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드라마에 나오는 것처럼 한 분야에서 성공한, 멋지고 잘생긴 남주 혹은 여주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나도 그런 환상을 품고 있었다. 멋진 정장을 입고 당당히 활보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연설을 하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었다.
지금도 한 강연장에서 신간을 소개하고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북토크를 하는 모습을 꿈꾼다. 평범하게 살아온 한 여자가 글쓰기를 만나고 새 삶을 살게 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독립의 독자도 생각하지 못하고 늘 부모에게 의지했던 한 여자가 독립된 삶을 이루었다고 당당히 선포하고 싶다.
이 책을 만나고 최인아 책방을 알게 됐고 이곳에선 여러 북토크와 강연, 그리고 공연들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곤 꿈이 생겼다. 책의 저자가 되어 이곳에서 처음으로 북토크를 했으면 좋겠다는 망상 아닌 희망을 품었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어야 현재를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었던 나는 글쓰기로 독립에 대한 희망과 꿈을 갖게 됐다. 현실은 글로 먹고사는 것이 고달플지 모르겠지만, 글로 인해 뻗어나갈 수 있는 가지가 많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나의 이야기를 글로 적는 것이고, 책을 읽는 것이다.
'시간이 걸려도 그대 반드시 행복해지세요'라는 눈사람이라는 노래의 가사처럼 시간이 걸려도 반드시 독립을 이루어 내리라는 굳은 다짐을 한다. 어디에도 의지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한 조건은 첫 번째로 경제적인 독립을 하는 것이다. 내가 땀 흘려 일해 번 돈이 필요하다.
계속해서 내 발목을 붙잡는 경제적인 문제는 밖으로 나아가는데 걸림돌이 되었다. 아이들을 지원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었다. 글을 쓰는 목적이 돈이 될 순 없지만 글쓰기가 나에게 커리어가 되어 줄 거라고 믿는다. 그것이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동력이다.
내 계좌에 입금된내역과 현금을 들고 남편 앞에 당당히 서고 싶다. 두둑이 돈을 쥐어주고 남편도 원하는 것을 하며 살라고 말하고 싶다. 돈 벌어 오는 노예라는 말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육아와 살림은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하는 거라 해도 계속해서 일하는 것과 비교가 되는 것을 보면서 경제적 독립을 꿈꾸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이름 석자가 걸린 책과 강연 등으로 당당히 세상에 설 수 있는 그날을 꿈꾸며 나는 오늘을 버텨낸다.
다시 '앞으로 이렇게 살 거야?'란 질문으로 돌아와 보자. 이제 몇 년 후면 40이란 숫자를 맞이하게 될 테고 아이들은 쑥쑥 자라 자신만의 길을 모색할 텐데 엄마인 나는 어떤 모습으로 중년을 맞이하게 될까? 여전히 밖을 나서지 못하고 늘 제자리에서 불평불만만 늘어놓으며 티브이채널만 이리저리 돌리는 아줌마가 되어있을까?
이는 내가 바라는 모습이 아니다. 아이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엄마이자, 세상과도 활발히 소통하는 작가가 되어 있길 바란다. 아이들에게 때론 친구처럼, 인생의 멘토로 아이들이 힘들 때 찾아올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육아맘들에겐 육아 선배이자 동료로, 세상 밖으로 나가고자 늘 문 앞에서 신발을 신고 있던 한 사람으로서 나도 이렇게 했으니 여러분도 할 수 있다는 희망과 새로운 시선을 심어 줄 수 있는 멘토가 되어주고 싶다.
어쩌면 나는 자유롭고 싶어 글을 쓰는 것이고 세상 밖으로 나가기 위해 글을 쓰는지도 모른다. 무엇을 하든 그 일을 하는 이유를 늘 나에게 되묻는 과정이 중요하다 생각하는데 글쓰기 역시도 '나는 왜 쓰는가'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시때때로 나에게 왜 쓰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글쓰기의 방향을 잡아 나가야 한다.
글쓰기의 방향을 잡듯 나 또한 '앞으로도 이렇게 살 거야?'란 질문을 통해 삶의 방향을 구체화해 나가는 중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고 살았던 나는 이 또한 현실을 배제한 상상이자 망상이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 목표와 노력이 없이는 원하는 것에 도달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삶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존재하고, 늘 자신을 되돌아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 내향적이고 내성적이라 해서 관계를 피하며 살아갈 수 없듯이 자신을 되돌아볼 질문 또한 피해 갈 수 없다. 나이가 들어도 시간이 흘러도 변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늘 제자리이자 똑같은 모습일 것이다.
꿈이 있고 목표가 있다해서 지금의 내 역할을 벗어버리지는 않겠지만, 지금과는 다른 인생을 살아보자는 것이다. 숨지 말고 당당히 세상 앞에 나아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 자신의 삶을 잘 꾸려나갈 수 있도록 돕는 멘토가 되자는 결론을 내렸다.
지금처럼 꾸준히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세상 앞에 나가 할 수 있는 말들을 축적해 놓을 것이다. 지나간 과거들을 나열하며 부정적인 감정에 매몰되기보다는, 과거에 나는 과거의 나대로 최선을 다해 살았던 부분을 칭찬하고 부족했던 부분을 채우는 현실을 만들어 나갈 것이다. 부지런히 지금처럼, 꾸준히 현실을 살아내다 보면 어느새 꿈꾸던 미래가 현실이 되어있을 거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