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날의 달팽이 Jul 03. 2023

나를 지킨다는 것

나의 오늘과 내일을 지키는 힘

나를 지켜야만 하는 이유


엄마가 되고 커가는 아이들을 보며, 어린 시절에 나를 잡아주었으면 하는 순간들이 있었음을 느낀다. 부모님과 대화가 거의 없었다 보니 마음속 이야기도 나눌 수 없었고, 가치관이 자라나는 시기에 부모의 코칭이 전무했다 보니 살아가면서 스스로 감당해야 할 일들이 많았다.  


어떻게 관계를 맺어가야 하는지도 몰랐고 진로와 직업을 찾는 방법도 알지 못했다.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을 중고등학교 시절 입시를 준비하는 언니에게 온관심이 쏠려서였는지 부모님은 나에게 무엇을 하고 싶어 하는지 묻는 것조차 하지 않으셨다. 


대학에 가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모든 것이 서툴렀다. 무엇을 잘하는지 알지 못해 그저 좋아하는 것만 쫓아 방황했다. 무언가를 제대로 이루어보지 못해서였는지 늘 이상적인 꿈에 대한 갈망이 있었고 결혼 후에도 진로 탐색은 계속되었다.  


제대로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했던 나는 결혼 후 남편과의 갈등이 끊이지 않았고 그럴 때마다 친정부모님에게 의지하게 됐다. 어떤 일이나 상황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모든 것들이 미숙했고 서툴렀다. 지금까지도 진로 찾기와 풀리지 않는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삶에는 스스로 깨쳐나가야 할 부분들이 많이 있지만, 때와 시기에 맞게 부모의 건강한 개입이 있었더라면 좀 더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어린 세 딸을 보면서 부모의 역할은 밥을 먹이고 입히고 씻기는 것만이 전부가 아님을 느낀다. 유심히 아이들의 생각과 행동을 관찰하면서 코칭이 필요한 부분에서 아이의 생각을 들어주고 인정해 주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혼자 결정하고 혼자 헤쳐나가기엔 사람은 너무나 어리고 미숙하게 태어난다. 아이의 모든 것을 관여할 수는 없지만 부모가 개입해야 할 때를 놓치면 아이는 늘 미로 속을 헤매고 광활한 대지를 혼자 걸어야 한다. 마음을 한 곳에 두지 못해 불안하고 외롭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니 삶의 모습은 굉장히 다양하고, 경험해야 할 것들로 넘쳐난다. 부모가 삶의 안내자가 되어 아이가 원하는 삶을 그리게 해 주고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어야 한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완벽하지 않고 배우면서 성장하기 때문에, 자신의 삶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자신만의 몫은 아니다.    


삶은 그리 길지 않고 시간도 무한하지 않기에 언제나 시기와 때는 존재한다. 생각이 자라나는 때에 비난받지 않고 생각을 존중받는 다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부모 자신도 건강하면서도 성숙한 마인드를 가지고 자녀를 대할 때 자녀는 부모를 통해 삶의 방식을 배우고 익혀 건강한 사회인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일에도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나를 지키는 첫 번째는 '나'라는 개별성을 인정하는 것 

 

누구나 살아온 환경이 다르 듯 추구하는 삶의 방향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모두 다 다르다. 그러다 보니 서로에게 피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자기만의 인생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개개인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인지 예전보다 더 개개인의 삶이 화두가 되고 있는 것 같다. 나 또한 글쓰기를 통해 나만의 생각을 표현하다 보니 개개인의 존재를 인정하고 존중할 수밖에 없음을 느꼈다.


'우리'라는 말이 있지만 결국 나는 홀로 존재하기에 독립적이어야 하고 어떤 상황에서든 나를 지켜낼 수 있어야 한다. 어렸을 때의 '나'는 일기 속 첫 문장을 시작하는 주어일 뿐 개별적인 존재로 인식하지 못했다.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이 없었고 대체로 주어진 대로 먹고 하고 살았다. 


엄마가 아이를 뱃속에 열 달을 품고 있어 아이와 하나가 된 듯 느껴지지만 아이는 태어나면서 엄마와 분리된 또 다른 존재가 된다. 온종일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시기를 지나고 말을 하기 시작하면서 아이의 마음에 '나'라는 존재가 생겨난다.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이 생기고 기쁘고 슬픈 여러 감정들이 자리 잡는다.


새로운 세상을 맛본 아이는 궁금한 것이 너무나 많고 탐색해야 할 것들이 넘쳐나는데, 적절한 선에서 아이를 통제할 수 있어야 하지만 부모의 보호 아래 자유로이 호기심을 충족시켜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나'라는 존재를 인정받는다. 


각자의 생각이 다르고 의견이 부딪혀 싸움이 일어나곤 하는데, 갈등을 피하고 싶어 어떻게든 사건을 무마하려 해 봐도 없어지지 않는 것은 나만의 생각과 느낌이다. 나의 감정이 무시될 때마다 마음이 불편하고 불쾌한 것을 보면 나라는 존재를 부정하려야 부정할 수 없음을 느낀다.


결국 나는 '나'로서 존재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나 자신도 스스로를 하나의 개인으로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하듯이 상대방도 나와 같은 개별적인 존재로 인정했을 때 관계가 두터워지면서 삶이 풍요로워질 것이다. 



 

나를 지키기 위해 글을 쓴다


누군가를 지키며 살아가는 나는, 나의 삶을 온전히 지켜낼 수 있는 건 오직 나 자신뿐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 자신이 흔들리면 아이들도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나의 삶과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애쓴다. 잘하고 있다고 나를 보듬고 토닥이며 살아간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나 자신을 스스로 지켜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다. 나 자신이 힘든 이유를 다른 사람에게서 찾았고, 왜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엄마로서 당연히 엄마의 자리를 지키는 것이 마땅한데도 때론 그것이 희생이라 여겨졌고, 아내로서의 역할도 어디까지인지 몰라 혼란스러웠다.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할 용기가 부족했지만 무조건 참아낼 자신도 없었다. 그럼에도 참아내려 애쓰고 또 애썼다. 무엇이 좋은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살아갔다. 글 또한 그냥 쓰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어도 그래도 쓸 수 있는 한 써보자 마음먹고 참아내고 또 참아냈다.

 

나는 나 자신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비난의 말을 들으면 나 자신이란 존재를 부정하고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지만 그래도 살아내야 했다.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 나에게 멋진 삶이 다가올 것이라 믿었다. 나를 없애는 것이 복수가 아니라고 나를 다잡아야 했다. 


나의 삶을 포기하지 않고 견뎌내어 더 나은 삶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글을 쓴다. 나 자신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당당해지고 싶다. 사진 속 고개 숙이며 걷던 어린아이에게 이제 고개를 들고 걸어도 된다고, 넌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고 말하기 위해 글쓰기를 놓지 않았다. 




'노력하고 애쓴 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늘 나에게 외우는 주문이자 신조이다. 잘하고 못하고는 스스로 평가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오늘도 내가 나를 믿고 또 하나의 실천을 해냈을 때, 매일의 실천이 쌓여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애쓰고 노력한 것은 결코 헛되지 않음을 증명해 내고자 계속 글을 쓴다. 이제 나에게 잘 쓰고 못쓰고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다. 어딘지 모르지만 끝까지 가보는 것이다. 인생에 파라다이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현실도 미래도 내가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나의 현재모습이 미래의 모습이라 생각하면 조금 더 나를 조이게 된다. 


세상엔 너무나도 잘나고 멋진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 사람들과 나를 비교할 수는 없다. 잘나고 못나고 높고 낮음으로 나를 설명할 수는 없다. 변하지 않는 건 나 자신에 대한 믿음뿐이다. 그것이 나의 오늘과 내일을 지켜나갈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