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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힘

소설, 한 번 써볼까?

'읽는 건 좋은데, 쓰는 건 굳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특히 소설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많이 했다. 이런 게 바로 고퀄의 글이지 하며 고개를 끄덕이다 보니 도대체 이런 스토리와 글의 흐름을 이어나가는 방법, 비유는 어떻게 생각해 낼 수 있는 건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글쓰기 실력이 늘려면 소설을 써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나는, 계속해서 소설책만 보고 있다. 드라마를 보듯 장면 장면이 생생하게 지나가면서 스토리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드라마화되지 않은 순수 소설책을 선호하는 나는, 예전과 다르게 글의 흐름을 따라가는 속도가 빨라지고 이해하는 능력 또한 좋아지고 있음을 느낀다.


전문적인 지식을 다루는 책을 보다 보면 속도가 점점 느려지고 졸음이 오는데 감히 상상할 수 없었던 장면 장면이 나오는 소설책은 지루할 틈 없이 읽어 내려갔다. 그래서 소설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소설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계속 찾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은 허구의 내용이지만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현 세태를 반영하고 있기도 하고, 우리가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에서 일어날 법한 내용들이 주를 이룬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아무 노력도 없이 꿈만 꾸는 허공 속 떠도는 이야기가 아닌, 우리의 현실이 그곳에 있다.


눈을 감고 입을 닫아버리고 싶은 불편한 현실들이 책 속에 고스란히 남아, 우리의 마음에 노크를 한다. 적극적으로 문제에 개입하지는 못해도 우리의 생활에서 문제의식을 가지게 한다. 길을 지나가다 한번쯤, 사람들의 행동에 의심을 해보기도 하고, 자기 의견을 내세우지 못하고 마음과 입을 닫아버리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기도 한다.




문제의식을 갖는 것은 글쓰기의 첫 시작이자 동기가 된다. 남들이 다 쓰니까 나도 써보자 할 수 있지만, 그에 한 걸음 더 나아가 나를 드려다 보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자신을 평가해 보자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면, 조금 더 책임감 있는 나로 거듭날 수 있다.


글을 쓰기 위한 목적이 자의식을 강화하는 것이 아닌, 조금 더 나은 나가 되기 위한 것이 된다면 나의 앞과 옆에 있는 사람이 내 의식 속에 들어온다. 나만이 갖고 있던 세계와 우주에 조금씩 다른 사람이 들어오고 다른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로 인해 상처 받았을 누군가가 떠오르고 나의 행동이나 말로 불편해했을 누군가가 떠오른다. 소설은 바로 사회 안에 내가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단순한 재미를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보여주고 나라는 한 사람을 알리고 싶기 때문에 글을 쓰고 있을 것이다. 나의 현실은 거울이 되어 또 다른 사람에게 비칠 것이고, 다른 사람의 일상 또한 거울이 되어 나에게 비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개별적이지만 보편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라면 이렇게 태어나고 이렇게 성장할 거라는 틀이 있다. 그 틀 속에서 각자의 개성이 드러난다. 글은 우리에게 특별한 존재가 아닌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임을 자각시켜 준다. 마음속에 일렁이는 생각들은 특별한 것이 아닌,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 그렇기에 글의 성격을 키워드로 나눌 수 있는 것이리라.




글의 성격을 조금 더 명확히 하다 보면 우리의 일상 전반의 내용을 다 다룰 수 있을 것이다. 조금 더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개개인이 개별적인 존재이듯, 글의 키워드 또한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거라 생각하니 나의 글이 조금은 더 명확해져야겠구나 하는 반성 아닌 반성을 하게 된다.


폭력적인 드라마나 영화를 보다 보면 잔인하다,라는 느낌만이 남아 불쾌해지기도 하는데, 어쩌면 우리의 현실은 피만 틔기지 않을 뿐 잔인한 속성을 띄고 있을지도 모른다. 자기 자신도 모르게 필터 없이 말이 틔어 나오기도 하고, 원치 않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갑작스러운 분노가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이끌고 나가듯 우리의 말과 행동이 어떻게 어떤 상황에서 어떤 연출을 보일지 모를 일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생각의 힘을 길러야 한다. 생각의 힘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어떤 자극과 영향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뉴스나 다큐멘터리를 보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상만으로 문제의식이 생기지 않는다. 생각은 글로서 힘이 세진다. 영화나 드라마, 방송이 기획안이라는 글로서 시작하듯이, 우리의 생각 또한 글로 영향을 받는다. 글에 자신의 생각이 덧입혀진다.


글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다 보면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우리의 생각이 멈춰지지 않듯이, 이 멈추지 않는 생각들을 글로 작성하면 또 하나의 생각거리가 하나의 글로 존재하게 된다. 나의 생각과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어 다른 사람의 생각을 깨워 준다. 몰랐던 현실을 알아가고, 문제의식을 가지게 된다. 결국 글은 상대를 위해 존재한다.




소설을 읽다 보면 감탄하게 되는 것이 바로 비유이다. 장면을 더 생생하게 그릴 수 있게 해 준다. 다채롭고 다양한 비유가 작가가 쓰고자 하는 장면에 찰떡으로 맞아떨어져 극의 이해도를 높인다. 글을 쓰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가 창의성이라 생각되는데,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 여러 장르 중 소설이 특히 그 힘을 발휘하게 한다고 생각한다.


현대인에게 부족한 문해력을 채울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 책을 읽는 것이고, 그중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소설이다. 정말 다양한 작품들이 있기에 자신의 흥미 주제에 맞게 선택하면 된다. 글을 읽다 보면 생각의 힘이 커지고 자연스레 글을 쓰고 싶게 한다. 생각이 커지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보면 생각이 많아지고 어딘가에 말하고 싶어 지는데, 같이 이야기를 나눌 사람을 찾기가 어려우니 글을 쓰는 것이 생각을 옮기는데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된다. 나의 글을 읽고 공감하는 누군가는 댓글을 달아줄 것이고, 자연스레 또 다른 생각으로 이어진다.


사회를 한 번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글을 통해 소통하다 보면 각자의 삶 속에 문제의식을 갖게 되어 조금씩 말과 행동에 변화를 줄 수 있다. 그 변화된 행동들이 모여 각자의 영역에서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글이 가진 장점 중 하나는 서로를 모른다는 것이다. 대화를 하다 보면 서로의 눈빛이나 말, 제스처로 인해 오해를 사기도 하는데, 글은 생각을 거르고 걸러 보여주는 것이기에, 편견이나 판단이 적어지게 된다. 글을 글로서만 받아들이기에 서로의 생각에만 집중할 수 있다. 또한 어떤 글을 볼 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자율성이 있다.


결국 쓰는 힘은 생각의 힘에서 온다. 생각의 힘은 읽기에서 온다. 읽기는 다양한 선택권이 있는데,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소설이다. 흥미와 재미를 고루 갖춘 소설은 계속 읽어나갈 힘을 길러준다. 흥미 없고 재미없는 책을 억지로 끼고 읽는 것보다 자신에게 와닿는 것부터 시작한다면, 어느새 한 권의 책을 독파하고 또 다른 책을 고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세상에서, 자신의 존재를 잃지 않으려 애쓰는 많은 사람들에게 쓰기를 권하고 싶다. 쓰는 힘은 분명 삶의 활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활력은 성취에서 온다고 생각한다. 글쓰기는 우리에게 성취감을 느끼게 해 줄 것이고, 그것이 활력으로 이어져 주변에 좋은 영향을 주는 한 사람으로 성장해 있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소설, 한 번 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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