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아이가 친구와의 사이가 틀어져 방 안에서 이불 위에 누워 울고 있을 때 남편은 내게 아이가 왜 우냐며 이유를 물었다. 남편은 그 이유를 듣고 왜 그 아이 때문에 우냐고 화를 냈다. 부모가 죽었냐고 세상이 다 무너졌나고 말하며 아이의 아픔을 아주 작고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취급을 했다. 아이는 남편의 호통에 숨이 끊어질 뜻 헐떡이며 울기 시작했다. 남편의 언성이 높아지자 아이는 더 크게 울었고 더 크게 울수록 남편의 호통은 더욱 커져만 갔다. 나는 남편에게 그만하라고 아이가 진정하는 게 먼저라고 말하며 간신히 아이를 남편과 띄어놓았다. 아이는 계속 울었던 탓인지 머리가 아프다며 두통을 호소해 약을 먹이니 겨우 잠이 들었다.
호흡곤란이 올 것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울던 아이를 보니 가슴이 아려왔다. 우는 아이에게 왜 우냐며 다그치는 순간 아이가 자신이 우는 이유를 말하지 못하고 더 크게 우는 아이를 보며 마음이 아프면서도 동시에 남편의 어린 시절 지금의 남편이 자신의 아이를 혼내던 것처럼 부모님에게 크게 혼이 났던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남편의 마음속 어린아이도 저렇게 울고 있어 울고 있는 큰아이에게 투사가 되었을 거라 추측을 해보았다.
남편이 어린 시절 유난히 많이 울었다던 시댁 어른들의 말이 생각이 났다. 시댁에 걸려있는 남편의 유치원 졸업사진 속 7살 아이는 똘망 똘망 해 보이는 동생의 유치원 졸업사진에 비해 침울해 보였다. 그 큰 눈이 울 듯 말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의 어린 시절을 돌이켜 보았을 때 나 또한 많이 울었다. 앨범 속 어린아이는 또렷하지 않고 흐릿해 보였다. 체육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나 시장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이 담긴 사진 속에서도 그 어린아이는 역시나 무표정이었다. 유치원 졸업식 때 찍은 단체사진 속에서도 나의 어린아이는 즐겁지도 슬프지도 않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나는 남편에게, 아이에게 친구 문제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세상의 문제만큼이나 큰 것이고, 그게 아이의 세상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러니 아이가 울 때 혼을 내지 말라고, 아이가 부모 앞에서 울지 어디 가서 울겠냐고, 자꾸 혼을 내면 아이가 부모에게 더 이상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의지를 하지도 않을 거라고 말이다. 만약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 때 아이가 혼이 날까 숨긴다면 어떡할 거냐고 말했다. 남편은 조곤조곤 따지는 나의 말에 화가 나 방문을 닫아버렸다.
아이는 그때의 사건으로 인해서인지 밤마다 두통을 호소했다. 진통제를 먹고 머리를 마사지해줘야 잠이 들었다. 아이는 간혹 아빠가 화가 날 듯하면 아빠에게 "나 이쁘지, 내가 제일 예뻐"라고 말하며 시선을 돌리려 했다. 남편은 아이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해 아이가 엉뚱하다는 듯한 표현을 하면 나는 당신이 화가 나 보이니까 아이가 당신 눈치 보면서 분위기 전환을 위해 저렇게 하는 거 모르겠냐고 말을 했다. 어느새부턴가 아이가 아빠의 눈치를 보고 행동을 하는 것이 보였고 당차던 아이가 주눅이 든 모습이 보이면 마음이 아프다.
아이들은 자신의 마음을 거절당할수록 더 많이 운다. 그럼 운다고 또 혼이 난다. 아이들은 왜 혼이 나야 하는지 왜 우는 것이 나쁘다 하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남편도 왜 우는 아이를 혼내는지 왜 울면 안 되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하는 것 같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 그 이유를 알지 못할 것이다. 남편이 우는 아이에게 혼을 내거나 아이들의 말이나 행동에 그러면 안 된다고 다그칠 때마다 아이들의 내면이 상처로 가득하게 될까 걱정이 된다. 더 이상 아이들을 아프게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나는 남편이 아이들이 울 때 자신의 마음이 어떤지 들여다보길 바란다. 어린 시절 운다고 혼이 났던 적이 있는지, 혼이 났던 적이 있다면 그때의 그 어린아이가 어떤 마음이었을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넘어져 다치면 연고를 바르고 시간이 지나면 새살이 돋아 회복이 되지만 마음엔 반창고도 붙일 수 없고 약도 먹을 수 없어 그대로 두면 회복이 되지 않는다. 생각하지 않으려 애를 쓰거나 시간이 지나 잊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어떤 순간에 그 상처가 어떻게 드러날지 알 수 없다. 어떤 상황으로 인해 갑자기 화가 치밀어 분노로 표현이 될 수 있다. 그런 순간을 그냥 넘어가지 말고 스스로를 돌아보고 그 이유를 분석해 본다면 마음이 치유될 것이다. 또 비슷한 상황에 닥쳤을 때 성숙하게 조절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남편의 어린 시절, 그 어린아이의 마음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