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채혈실로 들어서자 바로 보이는 벽에 작은 액자가 걸려 있었다. 액자에는 붉은 꽃 그림이 그려져 있었는데 피 묻은 알콜솜처럼 보였다. 장소와 어울리는 액자라고 생각했다. 간호사가 내 팔을 쓰다듬었다. 주사바늘이 살갗을 비집고 들어오는 것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이 얘기를 할 때마다 M은 그걸 어떻게 보냐고 끔찍한 표정으로 말한다. 바늘을 지켜본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숙달되지 않은 간호사에게 여러 번 찔린 후에 이런 습관이 생겼다. 한쪽 팔은 멍투성이가 됐다.
끔찍하지만 봐야 하는 것이 이 세상엔 아주 많다. 도로에 널브러진 것의 정체, 의심되는 비명소리, 주검으로 돌아간 이주민, 도살체계, 전쟁의 역사…
뾰족한 것이 내 안으로 들어온다. 쓰다듬 뒤의 찌름. 이런 방식으로 작동하는 단어들을 알고 있다. 가족, 친구, 연인, 성장, 관계, 세계… 피부가 그렇듯 언제 그랬냐는 듯 아무는 것들.
상처를 문지른 수많은 알콜솜들은 쓰레기통 안에서 푹신푹신한 탑이 된다. 그들은 이름도 없고 특징도 없어서 아무도 기억하지 않고 찾지 않는 곳으로 간다. 보풀로 서로를 끌어안으며 몸을 비비며. 매끄럽지 않아서 엮일 수 있다. 이것은 내 경험이다. 나의 보풀이 다른 보풀에 들러붙을 때 우리의 몸집은 불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