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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한 상상

무에서 오는 것

by 조연지

얼마 전 버스에서 다정한 할머니와 할머니 옆에 선 아이를 보았다. 할머니와 아이는 내리려고 나란히 서서 버스가 멈추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는 글자를 읽는 게 흥미가 있었는지 출입문 창밖으로 보이는 간판들을 읽었다. 할머니는 아이가 읽는 것을 듣고 잘 읽는다고 말하거나 잘못된 부분을 다시 읽어주었다. 할머니는 아이가 보지 못하는 글자까지 읽어냈다. 아이는 키가 작아서 보지 못하는 듯했다.

할머니 그게 보여요? 할머니 어떻게 봐요? 할머니 눈이 커요?

아이의 말을 듣고 할머니가 웃었다. 할머니는 아이에게 쑥쑥 크면 너도 멀리 있는 게 보일 거라고 했다. 내가 그들의 티 없음을 좋아하는 이유는 자라면서 점차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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