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떠보니 무한의 공간 아래로 떨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두 눈을 질끈 감고 있는 힘껏 소리쳤다.
어디서 새어 나오는지도 모르는 소리는 긴장된 채 과장되어 메아리치고 있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이 상황에 나를 맡기고 그저 소리를 지르는 일뿐이었다.
내가 바꿀 수 있는 거라곤 없었고 나는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무항력이라는 밧줄이 내 온몸을 동여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나는 가장 긴 찰나의 순간으로땅 위로 강하게 내리 꽂히며 세상 다 가진 유연함으로 죽기 살기로 펼쳐져 형태 없는 상태로이곳에 도착하게 되었다. 어딘 지 모르는 이곳, 어디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나는 분리된 자아라는 개념을 갖기 전까진 이곳이 어디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영혼과 연결된 나는 이곳이 어디인지 이미 알고 있었으리라. 하지만 분리와 경계로 구분 짓는 세상살이로 나는 이곳이 어디인지 까맣게 잊고 말았다.
(내가 나라는 인격을 가진 생명체라는 걸 배움을 통해 자각한 추후에야 이곳이 환상 속 세계의 지구별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이렇게 우리는 영문도 모른 채 하늘 위 구름의 전체에서 분리되어 하나의 물방울로 세상에 태어났다. 형태 없이 태어난 우리들의 최대의 강점은 유연함이었다. 이러한 유연함으로 어떤 모양의 틀이든 잘 맞춰 들어갔고 어떤 것이든 손쉽게 흡수할 수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뚫고 흐르며 그 흐름 속에서 세상은 자신의 길을 찾으라는 무언의 압박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에 갈 수 있는 길은 제한적이었고 한계 지어졌으며 그들이 보여주는 얼마 되지 않는 선택지들 중에서 급하게 임의적인 방법으로 강제적 얼어 붙이기를 우리를 통해 시행하였다.
그러다 우리들은 조금씩 녹아내려졌다. 점점 더 밀어붙이는 강한 압박은 오히려 고정된 형태를 깨뜨려버렸기 때문이다. 깨진 얼음은 깨어남으로 승화되었고 유연해지는 그 녹음으로 우리는자유를 향해 조금씩 나아갔다. 아니 자연의 순리인 흐름, 그 흐름을 다시 재개하게 된 것이다.
거대한 세상 속 작은 물방울로 돌아가 우주의강 속으로 흘러들어 갔다.강에 흘러들어 가기 전까지 수많은 나를 만났고 수없는 변형으로 진정한 나를 알아볼 수 없었다. 이에 더해진 세속적인 오염은 나의 시야를 완전히 덮어버렸고 그렇게 굳어져버리고말았던 것이다. 하지만 이젠수많은 길을 흘러감에 내가 아닌 것들은 덜어내고 불필요한 무거운 짐들도 덜어냈다.
끝없는 강으로 들어갈수록 오염들은 희석되고 정화되어 갔다. 그리고 그 큰 강 안에서의 난 진정한 형태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의 본모습의 형태를 말이다.
그 강안에서, 나는 물방울이 아닌 더 큰 존재의 일부였고 강물에 흘러들어 가며 자신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경험했다. 그것은 마치 영원한 순환의 일부가 되는 것 같았다. 나는 더 이상 분리된 존재가 아니었다. 모든 생명과 연결되어 있었고, 그 연결 속에서 진정한 목적과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강물은 나를 더 큰 바다로 이끌었다. 그 바다로 향하는 길은 온전히 나를 표현하는 선택들로 이루어진 나만의 자리를 개척하며 나아가는 길이었다.
바다에 도착한 그곳에서 나는, 우리는 끝없는 바다의 일부가 되었다. 그리고 뒤돌아본 길은 수만 개의 길중에 확장된 하나의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단 하나도 똑같은 길이 없다는 것도. 나라는 작은 존재는 거대한 바다의 물결 속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부여했고, 나는 바다의 일부로서,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고 다른 존재들과 교류하며, 세상의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데 일조할수 있었다.
이제 나는 이해한다. 우리 모두는 맞추듯 꼭 들어맞는 특별한 자신만의 길을 가지고 있으며, 그 길은 우리를 더 큰 존재로 이끈다는 것을. 우리의 여정은 단순히 자아를 발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속한 세계와 우주의 일부임을 깨닫는 것이다. 모두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우리의 행동과 생각은 더 큰 그림의 일부이다.
삶은 끊임없이 흘러가는 강물과도 같았다. 우리는 그 흐름에 따라 흘러가며,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간다.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며 한계가 없는 것을 깨달으며, 진정으로 될 수 있는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결국,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다. 우리 모두는 삶의 축제를 기뻐하고 춤추며, 각자의 독특한 방식으로 세상에 기여한다.
이제 얼어붙은 나를 깨부수고 유연함으로 돌아가 자연의 순리대로 나를 흐름 위에 올려놓는, 나만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나를 표현하는 순간의 충만한 삶을 사는 내가 이 세상에 가지고 온 유일한 단 하나의 욕망을 이룰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