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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녕 Mar 09. 2022

목욕이 싫어서

미운 다섯 살 시작

40분을 운다.


6시에 하원하며

유치원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


집에 도착해서

억지로 씻으며

머리를 말리는

순간까지


누가 한 성격 하는

엄마 닮은꼴 아니랄까 봐

지치지도 않고 운다.


우는 애 어르고 달래다

순간 짜증이 솟구쳐서

아무 말 안 하고 있으니


엄마, 말해!

엄마, 말하라고!


화가 나서 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기관총 쏘듯 말하니


엄마, 천천히 말해!

엄마, 화 풀어!

으아아아앙.


제 뜻대로 안 돼 짜증은 나는데

엄마가 화내는 건 무서우니까

내 품에 안겨서 우는데

이건 뭐

미운 5살 시작인가.


 울컥하는 마음 누르고

심호흡 두어 번 하고

안긴 따님 등 쓸어 주며

토닥토닥


겨우 진정된 녀석에게

초코송이랑 깐초 쥐어주니

눈물이 멎는다.


목욕하기 전에 과자 먹고 싶은데

굳이 목욕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딸과


더 많은 친구들 만나는 유치원,

요새 코로나 확진자가 너무 늘어 불안한 때에

얼른 씻겨 놓고 싶은 나의


멈추지 않는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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